prologue.
2021년 여름을 시작하는 유월이다. 적당히 덥고, 적당히 습하다. 온도나 습도가 조금이라도 올라갈라 치면, 망설이지 않고 내 마음대로 에어컨 리모콘의 전원을 누른다. 운전선택 버튼으로 냉방과 제습 중에 고를것이다. 나의 독립을 실감나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것이지.
2020년 여름에 결혼식을 올렸다. 코로나19의 확산이 결혼식장에 들어올 수 있는 인원을 빡빡하게 제한하기 직전이었다. 친구들은 지금도 '너희 부부가 코로나 이전의 결혼식으로는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시대착오적인 과분한 축하를 받으며 결혼식을 올린 뒤 돌아온 곳은 12평 남짓의 공간이다. (신혼집이라고 해도 되는데 괜히 신혼이라는 단어는 쑥쓰럽다. 아무튼.)
나의 결혼은 곧 나의 독립이다. '나 진짜 독립할거야.' 에 쓰이는 그 독립 말이다. 즉, 서른이 넘도록 부모님의 보호를 받던 딸이 이제 밤 열한시까지 집에 돌아오기는 커녕 열한시 넘어서 밖에 나가도 된다는 뜻이다. 아빠는 결혼식 축사에서 이렇게 얘기했다. '딸을 시집 보내려니, 서운하지 않냐고들 많이 하시는데 저는 이 아이가 한 가정의 일원으로서 역할을 잘 할지가 걱정이다. 그래도 나름의 뚜렷한 철학을 가지고 사는 아이니 잘 살거다.' 아빠는 걱정과 격려를 동시에 전했지만 나는 내가 듣고 싶은 말만 듣는다. 뒷 문장만 마음에 새겨, 새로운 시작선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씩씩하게 한 발 내딛었다.
그렇게 내딛은 이 공간과 시간 속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을 남겨두려고 한다. 일년 가까운 시간이 지나는 동안 이미 수많은 일들이 생겼다가 사라져갔다. 어떤 사물들이 나를 돕는지. 무엇을 먹고 사는지. 내 마음과 하루 일상이 어떻게 바뀌는지. (또는 변하지 않는지). 되도록 좋은 얘기만 쓰고 싶지만 그게 또 쉽지가 않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시작해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