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면허 취득기 02.
[2종 보통] 운전면허를 따기 위한 순서는 이렇다. 학과교육 3시간을 듣고, 필기 시험을 치른다. 기능교육을 두시간씩 이틀 듣고, 기능시험을 치른다. 도로주행 교육을 두시간씩 3일 듣고, 도로주행 시험을 치른다.
과락 기준에 따라서, 합격 여부가 정해진다. 떨어지면 재시험을 치른다. 교육을 더 받고 재시험을 봐도 되지만, 교육을 받는 것은 돈이 든다. 물론 재시험을 보는 것도 돈이 들고요.
학원에서 학과교육 일정을 예약해두고, 학원에서 준 문제집과 ‘운전면허 플러스’ 어플을 다운받아 문제를 풀었다. 도덕 교과서에 나올 법한 것만 고르면 된다더니! 어느 도덕 교과서에 이런 내용이 있었어요? 기술가정 시간에도 안배웠습니다만..
어느 순간, ‘아 이것은 더 풀어보는 것이 의미가 없다.’ 생각이 들었다. 항목별 문제들과 모의고사 열 개 쯤 풀어본 것 같다. 2종은 60점 이상이면 통과인데, 마지막 세네개의 모의고사에서 연달아 70점 이상이 나오길래 안심하고 문제집을 덮었다. 어느 경우에 과태료가 얼마인지, 면허가 얼마나 오랜 기간 취소되는지 묻는 문제는 이것이 정답이든 저것이 정답이든 알고 싶지도 않고, 외울 수도 없었다. 아무튼 문제집을 풀다보면 비슷한 문제들이 반복되서 답을 유추해나갈 수 있다. 전혀 안보고 시험을 볼 수는 없었을 것이다.
아침 9시부터 12시까지 교육을 들었다. 너무 일찍 도착해서 홀로 강의실에 앉아 있으려니, ‘설마 나 혼자 교육 듣는건가’ 하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교육 시작하기 5분전쯤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수강생들이 하나 둘 들어온다. 졸리지 않은 척 교육을 듣고 싶은데, 자꾸 눈이 감긴다. 학원에서 강의할 때, 내 앞에서 꾸벅꾸벅 조는 학생을 질책한 것이 미안해진다.
강사님은 면허를 따서 장롱면허로 간직하지 말라고 했다. 하지만 도로에서 운전을 한다는 것은 편리하면서도 생명을 담보로 할 정도로 위험하니, 교육을 잘 받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표지판이나 도로교통 법규, 교차로에서 어떤 차가 먼저 가야 하는지 등의 설명을 마치고 마지막 시간에는 사고 현장을 찍은 블랙박스 영상을 보여주었다. 이상하게도 운전면허를 따야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 인스타에서도 그런 영상이 많이 나왔다. 쌩쌩 달리는 도로 위에서 갑자기 후진하거나 급정거하는 차라든지, 골목길에서 튀어나오는 사람이라든지. 온 우주가 나의 면허 취득을 막는것 같았다. 내가 운전대를 잡는 것이 과연 옳은가.
학과 교육을 마치고, 학원 셔틀을 타고 강서운전면허 시험장에 도착했다. 시험 접수를 마치고, 신체검사를 한다. (10년 전에 필기 시험만 본 적 있어서 어렴풋이 기억하기로는) 앉은 키도 재고, 청력검사도 했던 것 같은데, 시력 검사만 하고 끝이었다. 5년전에 라식수술을 했는데 여전히 0.8을 유지하고 있어서 기뻤다. 여러 개의 컴퓨터가 나열되어 있는 시험장에 들어갔다. 마지막 문제까지 풀고 난 뒤, 60점은 넘겠구나! 싶었다. 89점으로 통과했다는 팝업창을 확인했다. 틀린 문항이 무엇이었는지 미지의 세계에 남겨둔 채, 마치 89점짜리 운전자가 된 사람 마냥 마스크 속에서 의기양양함을 감추지 않고, 집에 가는 버스를 탔다.
다음 순서는 기능교육이다. 드디어 운전대를 잡아보는구나! 의기양양한 설렘으로 점철된 나는 강사님에게서 살면서 처음 접하는 종류의 피드백을 듣고 충격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게 되는데,, (후덜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