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선생님 때문에 진짜 화날 뻔 했어요(발표 자세)

리얼한 연기를 보여주지

by 솦히


일주일에 한 번, 한 달에 네 번 수업을 한다. 네 차시 수업 중, 한 번은 발표 또는 토의, 토론 수업이다. 1학년, 2학년 친구들과는 발표할 때의 목소리 크기와 띄어 읽기, 연음이 포함된 정확한 발음, 발표하는 자세(서서할 때와 앉아서 할 때)를 배운다.




어느 날, 발표하는 자세에 대해 배우는 날이었다.

“자, 내가 이렇게 발표하면 어때?” 연체동물처럼 의자에 드러눕듯이 앉고 다리를 꼬았다. 그리고 머리를 손바닥으로 지지하고, 발표 종이 한 장을 나풀나풀 흔들었다.

2학년 남학생은 처음에는 풉 하고 웃었다. 내가 그 상태로 발표를 시작하자, 점점 표정이 안 좋아졌다. 그리고는 ‘저 진짜 화날 뻔 했어요.’ 라고 했다.


나는 바로 자세를 고쳐 앉았다. “왜? 왜 화나는 기분이 들었어?”라고 다시 묻자,


“저를 무시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라고 답했다. 과장된 자세와 행동으로 예시를 보인 데에는 이유가 있었다. 친구들 중에는 책을 읽거나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다가 내 의자에 발바닥을 슬쩍 올리기도 하고, 갑자기 의자에서 흘러내릴 듯한 자세를 취하기도 하고, 때로는 갑자기 의자 위로 올라서는 학생들이 있기 때문이다. 바퀴가 달린 의자는 시도때도 없이 뒤로 굴러가고, 좌석이 돌아가는 의자는 공원에 있는 허리 운동 기구마냥 사용할 때도 있다. 이 친구도 종종 그러했다.


맞아, 자기의 생각을 이야기할 때는 바른 자세로, 엉덩이를 의자 끝에 붙이고 몸을 흔들지 않고 책이나 종이는 바르게 세우고, 가슴을 쫙 펴고 앉아서 (또는 서서) 말하는 거야. 그러면 듣는 사람도 무시 당하는 느낌이 들지 않겠지?




9살 아이는 그렇다며 고개를 끄덕인다.


10년도 살지 않은 아이들, 학교 교육 체제 안에 들어선 지 3년도 되지 않은 아이들에게 거의 한 시간동안 정자세를 요구할 수는 없다는 것을 안다. 때로는 말로 다 표현하기 힘든 무언가가 어린이들의 몸 속에서 꿈틀댄다. 하고 싶은 말이 언어로 딱 떨어지지 않을 때, 말보다 생각이 앞서고 있을 때 오히려 팔과 다리가 움직이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러므로

나는 어린이들이 자신의 생각을 발표할 때 바른 자세 갖도록 연습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말이라는 것은 글보다 빠르게 지나간다. 글은 남지만, 말은 기록해두지 않으면 곧 증발한다. 뱉고 난 다음 고쳐야 한다면, 그 과정이 글보다 어렵다. 그래도 글처럼 정성을 들인 말은 수정할 때에도 양해를 구하기 쉽다. 말을 담는 자세가 올바를 때 신뢰가 쌓인다는 것이 나의 신뢰다.



그리고 자꾸 말해보는 것. 내가 쓴 글을 자꾸 읽어보면 어디를 고치고 싶은지, 어디를 강조하고 싶은지 알아차리는 데 도움이 된다. 훨씬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논술 수업을 하는 학원도 있다. 하지만 나는 경험을 받아들일 때에는 자유로울지언정 쓰고 발표할 때는 바른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력히 생각한다.





바르게 쓰는 자세를 요구하는 것은 눈과 허리 건강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다. 바르게 발표하는 자세를 요구하는 것은 앞으로 아이들이 말할 일이 많길 바라는 마음이다. 또한 그 많은 말을 주의 깊게 들어주는 어른들이 많길 바라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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