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독서가 싫던 독서지도사

녜녜..그랬어요..

by 솦히

초,중,고,대학교에 걸친 어린 시절 내내 책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글쓰는 것, 기록하는 것은 좋아했다. 글쓰기 대회에 나가 상도 많이 받기도 했으나, 나이에 맞지 않게 겉멋 잔뜩 낀 문장을 쓰는 것을 특히 좋아했다. 인생 다 살아본 것처럼 명언제조기 꿈나무였다. 예를 들면 ‘오기만 있다면 세상은 두렵지 않다.’ 같은.. 지금 생각해보면 이불킥도 두려운 그런 말을 책상에 적어두고는 누군가 보고 칭찬해주기를 기다렸던 것 같다.





책을 보지 않는 것의 한계는 금방 드러났다.

첫 번째는 긴 글을 읽을 때 어려웠다. 수능 비문학 지문부터 이미 길다고 느꼈다.

두 번째는 사람들이 흔히 고전이라고 말하는 책을 ‘읽어봤어?’라고 하면 할 말이 없었다. 읽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세 번째는 말로 하거나 글을 쓸 때에도 단어가 한정적었다. 회사에서 쓰는 용어를 제외하고는 ‘오와, 대박, 정말? 진짜? 장난 아니다.’와 같은 추임새와 감탄사가 주를 이루었다. 아는만큼 보인다는 말이 있듯이, 나는 '어휘를 아는만큼 사고한다'는 말도 있어야 할 것 같다.


20대 중반 이후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고전을 읽은 것은 아니고, 전 남자친구(현재 남편)가 좋아하는 작가의 소설을 읽다보니 그의 에세이도 읽었고 그 작가의 책 근처에 꽂힌 다른 책도 읽었다. TV에 나오는 유명한 작가의 책도 찾아보고, 인스타그램에서 보이는 내가 동경하는 삶을 사는 작가의 책도 찾아 읽어보았다.


책 읽는 것은 꽤 재미있었다. 작가 또는 주인공의 삶을 살짝, 설탕인지 소금인지 콕 찍어 먹듯이 맛보는 것은 흥미로웠다. 소설의 우울한 주인공에 과몰입하기도 하고, 때로는 주인공이 겪는 감정에 동조하지 않고 멀찌감치 떨어져 비판적이고 객관적인 입장을 지키기도 했다. 그렇게 책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결정적으로 독서지도사 자격증 수업을 듣기로 결심한 건 영어학원에서 일하면서였다.

“What do you like doing?” 이라는 질문에 대답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답답했다.

“이건 뭐 하는 걸 좋아하는 거냐고 묻는거야. 네 얘기를 하면 돼.”

“아니, 선생님. 질문 뜻이 뭔지는 아는데, 뭘 좋아하는 지를 진짜 모르겠어요.”



수업 시간 전후로 핸드폰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 친구들, 복도에 서서 숙제를 다급히 하는 친구들, 수업 마치는 종이 치면 빠르게 달려 나가고 셔틀 버스에 몸을 싣는 그 친구들은 정말 무엇을 좋아할까? 본인이 무엇을 좋아하는 지 알 기회가 있었을까? 너무 재미있고 자극적인 화면 속 말고 다른 세상도 볼 수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결혼을 하고 얼마 뒤 4년간 다닌 어학원을 퇴사했다. 어딘가 불편한 자유를 즐기며 에듀테크 스타트업에서 내신 문제 만드는 알바도 했다. 사교육을 싫어하지만 사교육 업계를 벗어나지 못하는구나, 그러다 문득 독서지도사 자격증이 떠올라 수업을 신청해 듣기 시작했다.



수업에서는 독서 지도, 논술 지도, 글쓰기 지도를 통합적으로 배웠다. '학생마다 다르다, 직접 만나면 또 다르다'하는 현역 강사님들의 말을 들으며 독서지도 수업이라는 미지의 세계로 향했다. 이 또한 사교육임을 알면서도, 필요한 사교육이라는 생각을 가지고서.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 방문학습 교사의 첫 단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