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책 이야기 04: '무정형의 삶'

'무정형의 삶' BY 김민철 파리 산문집

by Sophie

주간 책 이야기 04 : '무정형의 삶' BY 김민철


[여행을 떠나는 비행기에서]


크리스마스, 2025의 마지막날, 그리고 2026의 첫날을 다른 국가에서 보내기 위해 떠났다. 머릿속 고민과 짐을 잠시 잊고 온전히 눈에 보이는 세상과 내 감정에만 집중할 수 있어서 시간이 느리게, 느리게 갔던 여행이었다. 그 여행에 오르는 비행기에서 전자책으로 읽은 김민철의 파리 산문집 '무정형의 삶'은 마침 떠나는 이들에게 공감가는 내용이 많았다. 파리를 사랑하는 이가 삶의 오랜시간을 고민하고 망설인 끝에 결국 파리로 떠난 이야기를 담은 산문집이었다. 어떻게 저렇게까지 한 도시를 사랑할 수 있을지.. 어쩌면 부럽기도 하고, 그를 결국엔 실행해내기 위해 버려야하는 것들에 대한 불안감이 너무나도 공감가던 시기인지라 그 선택이 더욱 내게는 대단하다고 느껴졌다.

KakaoTalk_20260104_155306288_08.jpg
KakaoTalk_20260104_155306288_06.jpg


처음 가본 파리에서 느낀 한 도시에 대한 사랑을 마음 속에 품고, 언젠가 그곳에서 살아보겠다는 꿈을 가진채 살아가던 직장인이었던 작가는, 20년간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파리로 떠난다. 그곳에서 두달살기를 하며 겪은 일들과 감정에 대해 세세히 담은 글이다. 처음 여행을 갔을때의 설렘과 어느정도 익숙해졌을 때의 약간의 피로와 익숙함, 그리고 마지막의 애틋함까지. 장기간 여행을 떠나본 이들이라면 공감할만한 감정 표현이 많았다. 회사를 나가기를 결심했을 때, 따박따박 들어오던 월급이 사라진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내가 지금 무얼 저지르는 건가 등의 현실적 고민부터, 그럼에도 24시간이 온전히 자신에게만 주어지게 되었을 때 그 시간을 온전히 살아가겠다는 작가의 결심은 많은 생각이 들게 했다.

살아 있는 동안은 어쩔 수 없이 현실적 고민을 안아야만 한다. 어쨌든 먹고 살아야 하니까. 그럼에도 죽기 직전의 내게 어쩌면 운좋게도 내 삶을 되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나는 과연 인생의 무얼 후회할까. 연말 연초를 다른 국가에서 보내면서 한국보다 8시간 느린 시간을 살았다. 나는 아직 2025년의 마지막 날을 보내는데, 친구들의 SNS에는 2026 새해가 올라오고 있었다. 이렇게 8시간씩 계속 비행기로 도망다니면 좀 시간을 벌어볼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했다. 결국 돈이 아니라 시간을 벌고 싶었다는 작가의 말이, 솔직히 현실에서 바라보면 무모할 수도 있는 말일 수 있지만 진짜 자기 삶을 살아가고픈 이들에게는 어떤 말보다도 공감가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KakaoTalk_20260104_155306288_09.jpg
KakaoTalk_20260104_155306288_04.jpg
크리스마스에 비행기에 오르면 SPECIAL 기내식을 준다!


작가는 20년 넘게 마음속에 상상하고 꿈을 꾸던 파리로 가며, 20대에 처음 갔던 파리에서 세 여자가 결심한 일화부터 지금의 그들의 결말을 들려준다. 파리를 사랑한 세명의 여자는 결국 자신의 방식대로 파리에 갔고 작가는 가장 늦게 그 마음속 불꽃을 실현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인생이 가장 와닿았다. 나는 겁이 많고, 어쩌면 누구보다 다른이들의 삶에 얽매이면서도 자유와 낭만을 좇는 모순적인 사람이라서 그래서 가장 늦은 불꽃의 실현이 마음에 들어왔다. 파리에 대한 환상을 심으려는 게 아닌, 각자 당신을 꿈꾸게 만드는 곳, 당신의 영혼의 고향으로 한번쯤 떠나보기를 작가는 말한다. 나는 이번 여행에서 비엔나의 도서관에 있는 그 순간에 어쩌면 내 영혼의 고향 1개를 발견했다고 생각했다. 그 순간의 훅 오는 설렘은 단지 내가 만들어낸 감정의 소용돌이일 수 있지만 운명적 만남이라고 나는 믿고 싶다.

KakaoTalk_20260104_155306288_02.jpg
KakaoTalk_20260104_155306288_07.jpg


작중,


'자주 불안할 것이다. 이렇게 사는 것이 맞나 의심할 것이다. 24시간을 받아 들고 한숨을 내쉬기도 할 것이다. 내가 되고 싶었던 모양이 겨우 이거였나 고민할 것이다. 파리에서의 내가 종종 그랬던 것처럼.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 치의 반짝임을 챙기려 애쓴다면, 결국은 행복한 인생이라 기억하게 되지 않을까. 지난 두 달간 그랬던 것처럼. '


의 마지막 말과 함께 무정형으로 삶을 계속 여행한다는 작가의 말이. 항상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는 내게는 위안이 되었다. 여행을 잠시 떠날때마다 나는 그곳에서 돌아올때면 아쉬움이 커진다. 또 돌아가면 누구보다도 잊고 살아갈 나인 걸 알기에 더더욱 그 순간의 감정과 기억과 사람을 잃고 싶지가 않아서 스스로 그 마지막의감정을 키우나 싶다. 어쩌면 그 여행의 기억에 대한 아쉬움보다도 그 순간의 나에 대한 아쉬움일지도 모르지만. 여행에서 우연히 부딪힌 '운명'이 마음속 불꽃을 심어 언젠가 그 불꽃이 올라와 작가의 책을 다시 한번 그때에 가서 읽어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아니, 그럴 것이다. 그게 곧이 될 수도 있고 혹은 정말 한참 뒤가 될 수도 있겠으나.

KakaoTalk_20260104_155306288_03.jpg
KakaoTalk_20260104_155306288_01.jpg
KakaoTalk_20260104_155306288_05.jpg


일요일 연재
이전 03화주간 책 이야기 03: '달리기를 말할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