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하지 않는다' By 한강
[제주 4.3사건을 다룬 겨울 책]
한강 작가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제주 4.3사건 피해자인 부부의 딸이었던 인선의 이야기가 주를 이루며 그를 전달하는 전달자로서의 화자, 경하가 나온다. 책의 첫부분은 경하의 꿈 이야기로 시작한다. 경하는 민주화운동에 대한 소설을 쓴 뒤 계속해서 반복되는 꿈을 꾼다. 바닷가에 서 있는 나무들과 물이 밀려와 무덤을 덮치는, 색을 입히자면 검은 꿈이다. 세상에 대한 작별을 고하는 유서를 썼다 지우기를 반복하던 경하는 인선의 연락을 받는다. 둘은 경하가 잡지사에서 일할때 사진작가인 인선과 공동작업을 하며 알게된 사이이다. 이후 둘은 가까워지고 인선의 제주 본가까지 방문해본 적이 있었다. 둘은 경하의 꿈을 다큐로 만들기로 약속했고, 인선은 정말 나무를 모으기 시작했다고 경하에게 연락하지만 경하는 하지 않겠다고 하며 둘의 연락은 종료되었었다. 그렇게 한동안 보지 않았던 인선에게서 갑자기 와달라는, 그것도 신분증을 들고 와달라는 연락에 경하는 인선의 병원으로 간다. 인선은 잘린 손가락 수술을 했고 오른 집게 손가락을 살리기 위해 3분에 한번씩 누군가 바늘을 찔러줘야 하는 상황이었다. 인선은 경하에게 제주 집에 있는 앵무새 아마에게 당장 가서 죽지 않게 밥과 물을 달라는 부탁을 한다. 어쩌면 앵무새 아마도 그렇지만, 인선은 자신의 집에서 자신이 경하의 꿈을 영상으로 만드는 것을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를 경하는 이해할 거라고 생각했는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런 무리한 요구를 이해해줄 사람으로 경하를 생각했을 것이다.
경하는 인선의 말대로 정말 바로 제주로 가지만, 날씨는 경하가 탄 비행기 이후 모두 결항될 정도로 폭설이 내리게 된다. 인선의 집은 고립된 산중에 위치하여 그곳을 찾아가는 동안 경하는 눈속에 고립되면서 인선이 해주었던 어릴적 이야기와 그녀의 어머니 이야기를 독자에게 들려준다. 인선의 집에 찾아갈 때 치매에 걸렸던 인선의 어머니, 그리고 인선의 어머니 장례식에 갔었던 때.
경하는 이전에 방문했던 기억을 살려 마침내 인선의 집을 찾게 되고, 전기가 다 끊긴 상황에서 이미 죽은 앵무새 아마를 돌보며 인선의 어머니의 사진과 그녀가 모았던 잡지들을 보면서 인선의 어머니, 아버지와 그들의 가족이 겪었던 제주 4.3사건이 유족의 삶을 문학적으로 전달해준다.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이 인선이 어머니가 언니와 시신이 모인 강당을 돌며 가족을 찾아내야 하는데 모두 눈속에 얼굴이 파묻혀 언니는 눈을 닦아내면 동생은 얼굴을 구별하는 장면이었다.
대체적으로 배경이 눈이 오는 겨울날이 많다. 첫장은 무더운 여름에 경하가 살아남는 장면이지만 뒤로 가면 주로 추운 겨울날이 배경인지라 겨울에 집중해서 읽어볼 소설로 추천하고픈 책이다. 한강 작가 책에서 여성 화자가 아픔에 대해 담담히 서술하는 장면이 개인적으로는 유독 와닿았던 게 많았다. 이번 책도 여성 두 화자가 주를 이루며 이야기가 전개되는데, 인선의 간병인과의 다급한 전화를 마지막으로 인선의 목소리는 인선의 혼인지 모를 인선과 마주한 경하의 경험을 통해 전달된다. 인선의 이야기와 묘사되는 선한 얼굴, 어딘가 감정 표현이 격하지 않아 담담해보여 나무같으면서도 이야기의 주체였던 인선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https://youtu.be/ZurHW2kBqrw?si=pg8BW5ixObaCTjD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