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 책 이야기 07: '리스본행 야간열차'

죽음이 있기에 삶이 아름답다

by Sophie

주간 책 이야기 07 : '리스본행 야간열차' BY 파스칼 메르시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파스칼 메르시의 철학적 소설, '리스본행 야간열차'는 소설임에도 그 내용이 자극적이거나 이야기 중심으로 전개되기보다는 한 사람의 내면적 생각이 주요 전개로 이루어져서 진짜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무조건 좋아하겠다 싶은 책이었다.

베른에서 교사로 일하는 그레고리우스는, 어둡고 고요하며 규칙적이던 즉 남들이 보기엔 예측 가능한 삶을 살아가는 남성으로 묘사된다. 그러던 그레고리우스는 어느날 다리에서 떨어지려던 포르투갈 여성을 잡아주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그 여성은 그레고리우스의 이마에 펜으로 전화번호를 적었고, 그레고리우스는 불안정해보이던 그 여자를 데리고 수업으로 가서 평소 하지 않던 행동으로 학생들의 이목을 사로잡는다. 수업 도중 홀연히 떠난 포르투갈 여자로부터 얻은 이상한 감정으로 서점을 간 그레고리우슨느 포르투갈어로 적힌 책을 한 권 집게 되고, 그 책 <언어의 연금술사> 속

" 우리가 우리 안에 있는 것들 가운에 아주 작은 부분만 경험할 수 있다면, 나머지는 어떻게 되는 걸까?"

라는 문장에 그 책을 사게 된다. 책에 강한 이끌림을 느낀 그레고리우스는 지금껏 인생에서 하지 않은 선택의 일환으로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탑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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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저자인 아마데우 드 프라두의 인생을 찾아가게 된 그는 처음에 도착한 리스본에서는 다시 베른에 돌아가는 비행기를 구해보려 하지만 비행기 표가 없다는 사실에 안도하는 스스로를 발견한다. 평생을 안좋게 보던 안경에서 새 안경을 구입해보고, 무릎이 기운 낡은 옷에서 새로운 옷을 샀다가도 그런 스스로에 분노를 느끼며 다시 그 옷을 당장 갈아입는 등의 초반의 스스로의 새로운 선택지에 대한 갈등을 보인다. 그런 점에서 이 책의 초반장이 가장 강렬하게 다가왔다. 보통 주인공이 새로운 선택을 하고 무언가 내면적 성찰을 통해 깨달음을 얻는 소설치고는 너무나도 평범하고 글루밍한 주인공의 내면시점 서술이 굉장히 좋았다.

아마데우 드 프라두는 이미 죽은 인물로, 포르투갈의 살라자르 독재 정권 하에서 비밀경찰이 시민을 감시하고 탄압하던 시대에 살았다. 그런 이유로 그의 인생의 행적을 쫓아가는 줄거리에서 그 시대적 배경도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프라두는 의사로서의 소명과 정치적 견해에 부딪힘 속에서의 선택, 한 여인에 대한 사랑과 친구의 배신, 스스로의 정신적인 충돌과 그로인한 자멸적 결론에 이르렀던 과정 등을 그레고리우스는 쫓아간다. 그러면서 자신과는 꽤 다른 그의 인생에서, 자신의 지난 인생을 계속 돌아보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언어를 가르치는 그의 시점에서 포르투갈어를 점점 조금씩 알아듣게 되면서 느끼는 언어적 고찰에 대해서도 종종 서술이 등장하는데, 작가가 분명 철학자일 거라는 확신이 들었던 책이다ㅎ. 이후 다시 돌아온 그레고리우스는 꽤 달라진 모습을 독자에게 보여주나, 여전히 알 수 없는 인생에서 열린 결말로서 책은 끝난다.


처음 초장 스토리가 너무 강렬해서, 영화로까지 나온 책이었는지 모르고 최근에 나온 추리소설인가 생각했다. 리스본행 야간열차에 몸을 실은 그 시점에서부터 진짜 너무 괜찮은 책이라는 직감이 들만큼 일반적인 이야기 중심 소설과 달리 내면의 파고듦을 정말 잘 묘사한 소설이었다. 소설중에서는 이런 전개로 된 소설을 현대로 갈수록 찾기 힘든 거 같다. 철학적 고찰이 주를 이루는 소설이라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던 책이다. 내면의 파고듦을 겪어본 이라면 분명 문장 하나하나에서 멈추게 되는 책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는 동안 혼자가 지루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던 그레고리우스의 검은색이 계속해서 여러 색으로 펄스를 띄는 듯한 책이었다. 프라두의 이야기와 책속 구절에서 하나씩 자신의 삶을 대조하며 내면적 성찰을 겪는데, 그중 개인적으로는 죽음이 있기에 삶이 아름답다는 고찰이 가장 와닿았다. 영원히 살 수 있다면 과연 생은 아름다운가.


"사람들은 가끔 정말 두려워하는 어떤 것 때문에 다른 무엇인가에 대한 두려움을 갖기도 하지요."


"현재를 산다는 것, 이 말은 옳고 훌륭하게 들린다. 짧은 글에서 프라두는 이런 말을 했다. 그러나 내가 원하면 원할수록 그게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이미 지나온, 그래서 과거가 되어버린 미래를 겪은 사람만이 돌이킬 수 없는 일을 돌이키기 위해 옛날로 돌아가기를 원한다. 지나온 시간이 괴롭지 않은 사람도 돌아가려고 할까?"


"죽음을 생각하며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바로 세우기 , 적대관계를 청산하고 자신이 행한 잘못을 사과하며, 속 좁은 마음 때문에 하지 못했던, 다른사람을 인정한다는 말을 소리내어 발음하기, 다른 사람들의 빈정댐, 잘난 척, 그 외에 타인이 누군가에 대해 지닌 변덕스러운 판단 등 지나치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을 더는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메멘토를 다르게 느끼라는 권유로 받아들이기 - 이때 주의할 점, 이럴 경우 특정한 가까움을 전제로 하는 '순간의 진지함'이 없으므로 인관관계는 더는 진실하지 않고 생기에 넘치지도 않는다."


"인생은 우리가 사는 그것이 아니라, 산다고 상상하는 그것이다."



*순간의 진지함 하나 빼자면, 두바이쫀득쿠키 진짜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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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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