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 월전 그리고 3년 뒤 나에게 쓰는 편지
쏘피 선생님께,
그동안 잘 지내셨는지요?
드디어 책방을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올해 초 영어독서를 장려하는 책을 쓰고 급기야 영어책을 파는 서점까지 오픈했다니 참 대단해요. 책에 쓰신 한 구절처럼 책들이 정말 선생님을 서점으로 데려다주었군요. 그동안 종종 블로그를 통해 책방을 준비하며 점차 완성돼 가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함께 응원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다시 한번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이제 책방에서 좋아하는 책을 실컷 읽으며 더 신나게 영어책 읽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하실 수 있겠네요.
선생님보다 조금 더 일찍 개업한 저는 책방지기 6개월 차에 접어들었어요. 여름의 끝자락에 문을 연 책방에서 어느새 세 계절을 보내고 있네요. 지독히 더웠던 여름은 다행히 맛만 보고, 골목 책방지기라 누릴 수 있는 가을 운치를 통으로 즐길 수 있었어요. 일부러 찾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 숨겨진 골목은 조용히 앉아 책 읽기 안성맞춤이거든요. 책방 앞 골목은 인적이 드물어 때로는 몇 시간씩 사람이 전혀 다니지 않아요. 저는 그런 골목을 전세 내고 책방 앞 의자에 앉아 여유롭게 책을 읽곤 해요.
책방이 골목에 자리 잡은 덕분에 아파트에서는 못 느꼈던 이웃의 정을 새삼 느끼고 있어요. 옆집 할머니가 끓여주신 수제비 한 그릇 뒷집 아주머니가 삶아 주신 옥수수까지 먹는 날이면 마음까지 빵빵해져요. 어느새 가을이 지나고 이제는 책방 문을 열면 난로부터 켜는 겨울이 왔어요. 손님이 있는 날보다는 없는 날이 더 많은 책방이지만 저는 여전히 설렘을 안고 문을 엽니다.
너무 좋은 얘기만 해 드리는 것도 선배로서 도리가 아닌 것 같네요. 이제부터 선생님 보다 책방을 자그마치 6개월 먼저 연 선배로 조언과 경험담을 몇 가지 얘기해 볼게요.
영어 중고책을 파는 서점이라, 처음에는 책장에 책을 채우느라 정신이 없을 거예요. 근처 헌책방 사장님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그나마 요즘은 당근이나 중고거래 카페에서 헌책 구하기가 수월해진 거라고 해요. 문을 연 지 얼마 안 되어 급한 마음에 재고를 늘리고자 영어로 쓰인 책은 다 사고 싶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좀 냉정해질 필요가 있어요. ‘이 책을 사람들이 읽고 싶어 할까?’ 고민 한번 하고 구입해도 늦지 않습니다. 그나마 온라인에서 본 책을 사러는 다니는 것은, 책방에 책을 팔러 오는 손님과 흥정하는 것보다는 쉬운 코스일 수 있어요. 비싸게 팔고 싶은 손님과 싸게 사고 싶은 주인의 기싸움이 저도 아직 적응이 안 되거든요.
그리고 장사를 하다 보면 한 달에 한 번쯤은 월세 내듯이 진상 손님이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하세요. 때로는 나의 실수로 또는 손님의 오해로 갈등이 생기는 일도 있을 수 있거든요. 누구의 잘잘못을 떠나 그런 시간을 잘 넘기는 법도 배울 필요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어쩌면 이게 가장 결정적인 스포인데, 교통도 주차도 불편한 골목길에 그것도 영어로 된 중고 책을 사러 오는 손님은 아주 적어요.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들이 영어책 읽기에 관심을 갖게 만들지 부단히 연구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정작 저는 이런 고민을 어떻게 해결하고 있냐고요? 사실 저도 아직 답을 못 찾고 헤매고 있어요. 그래서 저보다 책방을 3년 먼저 운영하고 계신 나즌문턱 대표님께 여쭤보려고 해요. 물론 이야기를 듣는 것과 직접 경험하는 것은 많은 차이가 있겠지요. 하지만 더 일찍 경험한 선배들의 조언을 되새기며 노력하는 것이 그나마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인 것 같아요. 우리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며 책장에 꽂힌 책처럼 겹겹이 책방지기의 시간을 쌓아 나가봐요.
P.S
배다리 영어 헌책방,
나즌문턱 대표 쏘피 선생님께
안녕하세요. 저는 초보 책방지기입니다. 선생님은 책방을 3년 넘게 운영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신출내기인 제 눈에는 정말 대단해 보이세요. 책방을 꾸려 나간다는 게 보기보다 참 힘든 일인 것 같아요.
특히 요즘같이 손님이 없을 때는, 그야말로 현타가 오곤 합니다. 이렇게 1년은 버틸 수 있을까라는 나약한
생각이 들기도 해요. 이 지역에 영어책 읽는 문화를 만들겠다고 호언장담했는데, 솔직히 자신이 없어요. 저희 책방은 아직까지 영어 책을 사러 오는 손님은 많이 없어요. 그나마 간혹 오는 손님들과 한 시간 동안 이야기를 나누고 책을 한 권 팔고 나면 '이게 맞나!' 의문도 들어요. 저의 이런 시간들이 3년 뒤에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까요? 바쁘신 거 알지만, 시간이 되실 때 꼭 답장 부탁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