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카오 세나도 광장옆 서점

책방지기의 여행법

by 쏘피쌤의 책장

홍콩에 다녀온 지도 어느새 두 달이 지났다. 몸은 한국에 있지만, 마음은 아직도 셩완과 센트럴의 어느 거리를 거닐며 여행을 하는 기분이 든다. 예전에 홍콩을 몇 번 방문한 적이 있어 여행에 큰 기대는 없었지만, 이번에는 특별히 ‘홍콩과 마카오의 서점을 가보고 싶다’는 바램이 있었다. 예전에는 여행지에서 굳이 책방을 찾아가진 않았는데, 직접 서점을 운영하게 된 지금은 다른 나라의 책방지기들은 어떻게 책방을 꾸려나갈까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이번 서점 기행에서 가장 먼저 향한 곳은 마카오의 서점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세나도 광장에서 조금만 안쪽으로 걸어가니 작고 아담한 서점 Pin-to Livros가 나타났다.





구글 맵 사진으로 볼 때보다 실제 분위기가 훨씬 매력 있었다. 모던한 화이트 타일 장식의 벽면 선반에 무심한 듯 시크하게 놓인 음반과 책이 마치 부엌 싱크대에 조리도구 대신 책이 놓인 것 같아 독특하면서 흥미로웠다. 서점 구경이 주목적이지만 사진만 찍고 나가고 싶지는 않았다. 지난 2년 책방지기로 살아오면서 그런 손님들에게 나도 상처 아닌 상처를 많이 받았으니까. 하지만 중국어로 쓰인 책이 대부분이라 구매할 책을 찾기는 쉽지 않았다. 다행히 영어로 쓰인 책이 몇 권 보여서, 한 권을 골라 계산하면서 여주인에게 넌지시 말을 건넸다.


“사실 저는 한국에서 왔는데요. 그곳에서 저도 작은 책방을 하고 있어서요. 그래서 여행 오기 전 검색해 보고 일부러 이 서점에 방문했어요.” 계산할 때까지만 해도 무표정했던 그녀의 얼굴에 그제야 미소가 번진다. 그녀는 자신은 책방 주인이 아니라 직원이라고 말해주었다. 그래도 서점 운영에 대해 잘 알고 있어 자연스럽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Pin-to Livros 1층과 함께 2층도 연결되어 있는데, 마침 2층에서는 지역을 알리는 작은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보통 한국 서점에서도 자체적으로 또는 지자체의 지원으로 문화기획 행사가 많이 열려서 반갑기도 했다. 그래서 마카오도 한국처럼 지자체에서 이런 행사를 지원해 주는지 물어보니 그런 지원은 전혀 없다며 부럽다고 했다. 순간 한국에서 다양한 문화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지역 책방과 동네 문화를 살리려 애쓰는 분들이 떠올라, 새삼 고마움이 느껴졌다.




다음으로 들른 곳은 포르투갈어 책을 파는 Livraria Portuguesa. 마카오는 한때 포르투갈의 점령을 받은 역사가 있어 도시 이곳저곳에 포르투갈어 표지판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래도 포르투갈어 책만 파는 서점을 보는 것은 신기했다. 이곳 역시 직원들이 가게를 맡아 운영하고 있었다. 위층에는 서양인이 관리를 하고, 있어 혹시 주인인가 물었더니 주인은 따로 있다고 했다. 그래도 그녀에게 서점 운영의 이모저모를 들을 수 있어 반가웠다. 주변에 포르투갈 커뮤니티가 활성화되어 있어 그나마 운영이 된다고 했다.








1층으로 내려와 서점을 한 바퀴 둘러본 뒤 엽서와 서점 로고가 새겨진 에코백을 샀다. 질 좋은 에코백이 단돈 이천 원이라 선물용으로 두 개를 더 챙겼다.


감기에 걸려 연신 재채기를 하던 직원은 마치 일본 영화에서 막 튀어나온 캐릭터처럼 친근하면서도 개성 있는 여성이었다. 이번에도 나의 방문 목적을 밝히며 말을 건넸고, 그녀는 이미 한국에 가본 적이 있다며 반겨주었다. 다음에 한국에 오게 되면 우리 책방이 있는 배다리 헌책방 거리를 꼭 방문해 달라고 초대하자, 12월에 한국 방문 계획이 있다며 시간이 되면 꼭 들르겠다고 약속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명함까지 건네며 다시 한번 오라고 당부했다.








마카오 서점 기행의 마지막 목적지는 Jubilo 31이었다. 마치 유럽의 어느 골목에 온 듯 착각하게 만드는 거리에 자리 잡은 이 서점은, 1층은 옷가게, 2층에 아기자기한 책방이 들어서 있다. 다락방처럼 생긴 공간에 책들이 촘촘하게 놓여 있어 더욱 정감이 갔다. 책방을 지키던 젊은 여직원에게도 한국에서 작은 서점을 운영하고 있어 특별히 마카오의 서점들을 둘러보는 중이라고 소개했다. 그러자 그녀는 반갑게 “안녕하세요”라고 한국말로 인사하며, 예전에 강원도에서 어학연수를 했던 추억을 들려주었다. 한국에서 1년이나 지낸 적이 있다는 말에 우리는 금세 친해졌다. 1월에 한국을 방문할 계획이 있다기에 우리 책방에도 꼭 놀러 오라고 신신당부했다.






두 달이 지난 지금 결국 마카오 책방지기들을 배다리 나의 작은 책방에서 만나지는 못했다. 누군가 나에게 '왜 굳이 사람들을 배다리 책방으로 초대하고 싶냐'고 물은 적이 있다. 사실 딱히 그런 이유를 생각해 본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단순하게는 나의 사업장이 몸담고 있는 동네를 알리는 게 내 비즈니스에 도움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나 스스로 정말 멋지고 매력 있다고 생각하는 이곳 배다리, 그리고 나의 사랑스러운 책방을 더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은 건 책방지기라는 숙명을 택한 자의 본능이 아닐까 싶다.


홍콩으로 넘어가니 마카오와는 또 다른 분위기의 서점들을 만났는데, 그곳에서는 서점 주인들과 직접 소통할 수 있어 더 재미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 이야기는 다음 편에 To be contined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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