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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경희 Mar 09. 2022

온기를 전하는 세가지 방법 - 2

건강 챙기려다 지구까지 구해버림

답답한 공기를 뚫고 구애의 춤을 출 수 없을까?


주인공은 바로 물! 공기 중에 날아간 물은 자기들끼리 온기를 전하는 능력(열전도율)이 마른 공기보다 240배 좋다. 촉촉한 공기가 천장의 온기를 사람의 숨결로 빠르게 배달한다.


지난 겨울 가습과의 전쟁을 치렀다. 거의 모든 상업 공업 가정용 가전을 탐색해 가장 지속가능한 방법을 찾았다. 초미세먼지 날리는 초음파식말고, 펑펑 전기 쓰다 자칫 물방울 맺히는 가열식말고, 공기와 물을 섞어 순수한 물만 날려보내는 자연기화식 가습. IoT 자동제어를 연동해 데이터 기반으로 최적화했다. 대수가 많으면 방문 급수와 세척 서비스를 연결해드렸다. 습도가 속절없이 떨어지던 어느 추운 날에도, 적정 습도를 지켜냈다.


하루종일 모니터를 보는 눈이 한결 촉촉했을테다. 타자를 두드리는 손도 부드러웠을 것이다. 새로운 산업을 일구는 이들의 생산성을 높인다. 10평 난방에 대략 400W를 쓰는데 가습에 고작 8W 남짓을 썼다. 스마트폰 충전기보다 작은 전력이다.


사무실에 공기청정기를 두는 게 유난스러운 시절도 있었을 테다. 소위 얼리어답터. 눈에 보이지도 않는 공기에 신경쓰는 사람들. 까탈스러운 예민보스들의 선택은 점차 시간이 지날 수록 주류가 될 것이다. 비염과 알레르기로 유난히 공기질에 민감한 우리팀이 사무실에서 써보다가 서비스가 되었다.


어느 고객사에서 개인 책상에 우아하게 놓인 70만원 대 가습기를 발견했다. 아, 저 제품은 기화식이지만 소모품이 들어가고 용량도 작은데.. 하면서도, 유려한 외형과 마감에 감탄한다. 정보와 컨텐츠로 무장한 새로운 소비자들이 온다. 일상의 경험을 중시하고 미적 완성도과 웰니스를 추구한다. 바야흐로 습도의 시대.


다음은 뭘까. 촉촉한 건 좋은데 공간 차지가 불편하셨단다. 천장에 달기로 했다. 물도 수도관에서 끌어와 순환시키고. 와, 근데 이러면 여름엔 계곡물 흐르듯 시원하겠네. 물로 씻은 공기는 비온 뒤처럼 맑다. 존경하는 투자자 분이 "고객을 덕질"하라 해주셨는데, 건강을 지키려는 고객이 지구까지 구하게 생겼다. 보이지 않는 것의 중요성을 아는 분들. 멋지다.


지구는 살짝 기울어진 채로 유유히 태양을 돈다. 북반구의 태양이 더 높게 뜨고 낮이 길어진다. 시베리아 대륙의 차고 건조한 바람이 약해지고 훈훈한 바다의 바람이 분다. 다시, 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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