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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경희 Mar 03. 2022

온기를 전하는 세가지 방법 - 1

사랑한다고 말해줘

열 걸음 정도 떨어져 있는 사람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


첫번째, 찾아가기. 뚜벅뚜벅 걸어가서 귀에 대고 속삭인다. "사랑해".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확실한 방법이다. 두번째, 친구들에게 도움청하기. 친구들을 빽빽하게 세워놓고 전달을 부탁한다. "A가 B를 사랑한다고 전해줘", ... , "A가 너를 사랑한대". 친구들이 얼마나 잘 도와주느냐가 관건이다. 세번째, 큰 소리로 외치기. 사랑해! 가로막는 무언가가 없다면 잘 전해질 것이다.


자연 세계에서도 열 에너지를 전달할 때 비슷한 일이 일어난다. 알갱이가 직접 움직이거나, 옆 알갱이에 에너지만 전달해주거나, 파동을 이용해서 에너지를 쏜다. 이과쟁이들은 대류 (convention), 전도(conduction), 복사(radiation)라고 부른다.


온기를 전하는 건 알갱이의 종류에 따라서 차이가 크다. 사랑한다는 말을 해야하는데, 다가서는 것도 쭈뼛거리고, 옆 친구한테 부탁도 느리고, 부탁받은 친구들도 느릿느릿 전하는 부류가 있다. 반면 본인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친구들끼리도 열정적으로 따뜻함을 나누기도 한다.


대표적인 쭈뼛쟁이는 바로 공기. 온도 유지하고 싶을 때 (보온) 열을 막고 싶을 때 (단열) 유용하다. 이중창을 달면 그 사이에 갇힌 공기가, 뽁뽁이를 붙이면 알맹이에 담긴 공기가 열의 이동을 막아준다. 아주 큰 범위에서도 그렇다. 지구를 공기가 감싸고 있어서 옷을 입은 것 처럼 달이나 화성처럼 밤낮의 온도차가 크지 않다.


추운 날 사무실을 생각해보자. 천장 위 에어컨에서 뜨끈한 바람이 나온다. 근데 사람과 에어컨 사이를 가득 채우고 있는 건? 바로 단열왕 공기. 게다가 따뜻한 공기일 수록 가벼워서 위로 올라가버린다. 난방을 열심히 틀면 천장만 열심히 덥혀진다. 심지어 노출형 천장이거나 복층이라면 더 두터운 공기층이 우리에게 오는 온기를 가로막는 모양새다. 대충 생각해도 엄청 비효율적인 난방이다.


그래서 지난 겨울 우리 팀은 새로운 시도를 했는데...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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