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스무살의 사막 봉사
스무살 여름이었다. 현대차 해외봉사단 1기에 지원했다. 면접 번호를 보니 10명 중 2명이 붙는 상황. 튀는 게 상책이었다. 60초 자기소개에 쇼호스트 컨셉으로 나를 팔았다. 춤이면 춤 노래면 노래라며 잔망을 떨고 반전 매력의 똘똘이 막내로 세일즈해서 붙었다.
그렇게 사방에 지평선이 보이는 소금사막 한복판에 도달했다. 호수가 말라붙어 염도 높은 미네랄 가루가 날렸다. 사람 살 곳이 못 되었다. 가장 가까운 마을에 임시로 세운 게르 천막에 묵었다. 상하수도는 커녕 씻을 물이 부족해 고양이 세수를 했다.
밤이면 하늘에 온통 별빛이 가득했다. 달이 만드는 그림자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으면 마을 어귀에 걸린 종이 아련히 울렸다. 그 마을 아이들은 말을 타고 모여 놀다가 다시 말을 타고 지평선 너머로 흩어졌다.
끝도 보이지 않는 긴 고랑을 파고 나무가지를 꽂았다. 그 넓은 사막에 나무를 다 꽂으면 그 다음 팀이 뿌릴 풀씨가 자리잡게 도와줄 거라고 했다. 풀이 염분을 줄여주면 다른 식물도 하나 둘 자랄 수 있고 차츰 초원이 될 거라고. 아득하게만 느껴졌지만 그 뒤로 사람의 손과 손이 꾸준히 모였다. 10 년을 이어가 결국 여의도의 열 배가 넘는 초지를 일구었다.
마지막 밤 멘토 차장님과 술자리가 있었다. 솔직히 대학생봉사단 비행기값으로 현지 일꾼 채용해서 인건비를 주는 게 더 싸고 빠르지. 그래도 너희는 우리의 미래니까 같이 온 거야.
그렇게 투자한 미래가 오늘이 되었다. 세상을 바꿀 힘을 가진 청년 세대의 일원이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어떤 시대정신을 구현해야 하는가. 앞으로는 무엇을 더 할 수 있을까.
우리팀 대학생 인턴분이 세계 펭귄의 날 캠페인 영상을 찍으신다. 탄소배출은 눈에 안 보이지만 먼지는 보이니까. 건강에도 환경에도 좋은 일이니까. 우리나라에는 인구 수 만큼의 에어컨이 있으니 집에서 하나씩만 먼지를 털어주시라고. 수십개 수백개짜리 공간은 전문가에게 맡겨주시라고.
시장을 먼저 찾고 손으로 메꾸다가 기술로 해결하는 사이클을 돌기 시작했다. 지금껏 인류가 그랬듯 우리 팀이 없어도 삶의 질은 계속 높아질 거다. 하지만 순환되지 않은 자원과 탄소는 당겨쓰는 미래에 불과하다. 우리는 삶의 질에 있어 최대한 지속가능한 방식을 만들어 시장에 선택권을 주기로 했다.
소모품은 다 없앤다. 흐르는 물과 구운 흙과 최소한의 전기로 공간에 공존을 구현한다. 기술을 인간을 자유케 하는 도구로 삼아야 한다. 거대한 문제 앞에 압도당하거나 외면하지 않고 균형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담쟁이처럼 손을 잡고 거대한 벽을 넘어야 한다.
지구가 꽤나 마음에 들어서 가급적 오랫동안 지낼 만한 곳이기를 바란다. 2100년이 너무 궁금해서 살아있고 싶은데 떳떳한 구세대이고 싶다.
시작은 먼지가 풀풀나고 눈이 따갑더라도 오늘은 오늘의 삽질을 해야한다. 사실 푸른 초원을 가꿔나갈 과학과 사람과 자본은 충분하다. 관건은 그 모든 자원을 시간과 공간 축에 얼마나 빠르고 효과적으로 배치할 것인지. 2022년 지구에 살아가는 인간으로써 참으로 다행인 것은 우리에게 상상할 수 있는 힘과 전달할 수 있는 언어가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