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크러진 신발끈을 다시 묶으며
처음 회사를 만든 건 기후변화 때문이었다. 할 수 있는 이것저것을 시도해 보았지만 근사한 제품도 서비스도 만들지 못했다. 공부를 더 해보니 열쇠는 농업에 있었다. 진지한 고민 끝에 좋아하고 잘할 수 있는 일은 아니라고 결론 내렸다.
어찌저찌 생존하고 있는 회사는 점점 부담으로 다가왔다. 자아실현 욕구, 사회적 인정 욕구가 사업을 성공시키려는 의지보다 앞섰던 탓이다.
오래간만에 멀리 긴 휴가를 다녀왔다. 비행기 착륙이 다가오는데 숨이 턱턱 막혀왔다. 마음에 문제가 생기면 몸이 먼저 말썽이다.
벤처니 스타트업이니 하는 말의 잔치에서 빠져나와 지금의 상태를 직시한다. 나는 중소기업 사장이다. 대한민국 노동자의 99%가 소속된 치열한 시장경제의 일원이다.
가만히 주위를 보니 찬란한 청춘을 쏟고 있는 동료들이 새삼 또렷하게 보였다. 내게 없는 재능을 가진 이들이 나보다 진심으로 달린다. 미안하고 부끄럽다.
새로 정의한 내 업의 본질은 service다. 섬기는 사람, server가 되겠다. 동료들을 serve 하고 고객을 serve 해야 한다. 왜 그동안은 위로 올라가고 무언가 쌓을 생각에 전전긍긍했을까.
첫 마음도 중요했지만 이제 그다음 마음을 다시 먹는다. 나도 모르게 핑핑 돌아가는 머리를 조금 늦추고 마음을 다잡는다.
구성원 한 명 한 명에게 더 나은 일자리를 만들겠다. 더 나은 조직을 만들겠다. 더 나은 상품을 만들겠다. 더 행복한 고객을 만들겠다. 더 사랑받는 기업을 만들겠다.
더 낮은 마음으로 더 너르게 품기로,
다시 마음을 먹어 본다.
첫 마음이 열정이었다면, 다음 마음은 섬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