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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35 얼굴을 마주하며

Facing Faces

by 소피

페이스(Face)는 명사이자 동사다.


해부학에서는 사람의 몸을 세 축으로 본다. 위와 아래, 앞과 뒤, 왼쪽과 오른쪽. 얼굴이란 무엇일까. 몸통 위쪽에 달린 머리. 그 머리의 앞쪽을 얼굴이라 부른다. 반면 나무는 얼굴이 없다. 정면도 측면도 없다.


우리는 면과 면을 마주하며 대면한다. 표면에 드러난 외면을 마주하여 그 너머의 내면을 가늠한다. 서로의 존재를 직면하기도, 때로 외면하기도 한다.


컴퓨터의 인터페이스(interface)인 모니터 너머로 한 사람의 얼굴이 뜬다. 하나의 얼굴을 30분 동안 마주한다. 아무런 편집 없이 오롯이 담아낸 영상. 아마 알고리즘의 선택을 받지 않을 것이다.


아무렴. 초면인 그 얼굴을 30분 동안 들여다보며 한 마디 한 마디를 따라간다. 우리가 30분 동안 온전히 하나의 얼굴 마주하고, 그 너머의 존재를 가늠하려 한다면, 눈으로 볼 수 없는 무언가를 새로이 발견할 수 있을 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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