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탄소덕후의 Esg101

< 2. 탄소, 어디에서 왔니 >

by 소피

지난 글에서 "탄소는 원래 탄소였다."는 이야기를 했다. 탄소는 지구가 생길 때부터 여태껏 탄소였고, 아마 지구가 사라질 때까지 탄소일 것이다. 그럼 이 탄소가 어디에서 왔을까. 지금에야 탄소 배출에 대해 난리법석이지만 탄소는 사실, 공기 중에 있었다.


탄소, 원래 대기권에 있던 녀석이야.. 출생의 비밀을 들을 때는 역시 오렌지 주스가 적합하다. ⓒ MBC




탄소의 여정 - 1. 출생의 비밀


태양계와 함께 막 생겨난 따끈따끈한 아기 지구에는 뜨거운 원시 대기와 원시 바다가 있었다. 대기 중의 탄소는 주로 산소와 손잡은 이산화탄소(CO₂) 형태로, 수증기(H₂O)와 함께 둥둥 떠다녔다. 원소를 가벼운 순서대로 줄 세우면 탄소(C)가 6번째인데, 수소(H)는 1번째, 산소(O)도 8번째로 비교적 가볍다. 대충 생각해도 무거울 것 같은 철 (Fe, 26번째)이나 금 (Au, 79번째) 같은 물질들은 원시바다에서 마그마로 보글거리고 있었던 것이다.

원시 지구의 상상 속 모습. 본 적이 있어야 제대로 그릴 텐데! ⓒ Giovanna B G de Almeida


그 뜨거웠던 지구도 천천히 식어갔는데, 마침내 기체였던 수증기가 액체인 구름 물방울이 되어 비로 내리기에 이르렀다. 지구의 첫번째 비는 온도가 300도나 되었다고. 공기 중에 에너지가 많으니 시도 때도 없이 천둥 번개가 치고 화산도 터지고 정말 난리도 아니었을 것이다. 아무튼 우리가 아는 시원한 비는 아니었지만 비가 조금씩 내려 바다를 이루며 지구가 식어갔다.




탄소의 여정 - 2. 어쩌다 지상으로


원시 대기에서 뜨겁고 자유롭게 돌아다니던 탄소에게 변수가 생겼다. 지상(바다)에 생명체들이 생겨난 것. 사람은 숨만 쉬고는 살찔 수 없지만 식물은 할 수 있다. 바로 광합성으로!

광합성은 말 그대로 광(햇빛)으로 물과 이산화탄소를 합성한다. 특히 나무는 쑥쑥 자라는 동안 탄소를 흡수해 몸집을 불린다. ⓒ Tuksaporn Rattanamuk


먹이사슬에서 가장 아래쪽에 있는 식물과 미생물은 탄소를 지상으로 데려온 주역이다. 이 친구들이 맛있는 먹이가 되어서 에너지를 먹이사슬 위쪽으로 전달하면서, 탄소도 함께 전달한다. 이러한 식물들의 대활약으로 공기를 떠다니던 탄소들이 차츰차츰 생물에 흡수되었다. 하루이틀도 아니고 약 40억 년 전부터 천천히 천천히.

1층에 있는 식물들이 공기 중에 있던 탄소를 위로 옮긴다. ⓒ Eduards Normaals




탄소의 여정 - 3. 급기야 땅 속으로


생물들에게 흡수된 탄소들은 지상에 잘 붙어있다가 대거 땅으로 묻혔다. 주로 식물은 석탄이, 공룡 같은 동물은 석유가 된걸로 추정. 다량의 탄소가 한꺼번에 묻힌 것을 보고는 여러 가지 추측이 있다. 거대한 화산 폭발, 소행성 충돌 등등. 아직 정확히는 모른다고.




탄소의 여정 - 4. 다시, 공기 중으로


묻혀있던 탄소가 본격적으로 다시 세상의 빛을 본 건 최근의 일이다. 길가의 차들도 엔진에서 휘발유를 태우며 이산화탄소를 뿜뿜한다. 전기차도 있지만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전기를 화석연료로 만들어서 어쨌든 탄소가 공기 중으로 나온다. 석기시대에도 음식을 익히려고 나무를 떼고 꾸준히 불을 피웠지만, 산업혁명 이후로 걷잡을 수 없이 많은 탄소가 공기 중으로 귀환해버렸다!


이렇게 탄소를 뿜어대다가는 아주 그냥 다 꽃 되는 거다 :) ⓒ Андрей Трубицын


정리하면 원래 대기 중에 있던 탄소를 40억 년 넘게 생명체들이 차곡차곡 흡수하고 흡수하고 땅에도 묻으면서 지구가 계속 식었는데, 우리가 그걸 빠르게 홀랑 태워서 쓰는 상황이다.


일단 한 번 공기 중으로 나온 탄소는 지구를 돌고 돌고 돌면서 다양한 변화를 만들어낸다. 다음 글에서는 공기로 귀환한 탄소가 지구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자.




조금 무서운 이야기 1.
갑자기 다 같이 멸종하지는 않겠지만, 생물다양성(biodiversity)이 줄고 있다.

조금 무서운 이야기 2.
단백질은 40도에서 변성이 시작되고, 사람은 체온이 42도가 넘으면 생명이 위험하다. 땀을 흘려 체온을 조절하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냉방이 어려운 가난한 지역에서 이상 고온으로 인한 떼죽음이 생길 수도 있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탄소덕후의 Esg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