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이야기에서 탄소는 꼭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탄소중립, 탄소배출권, 이산화탄소 등등. 왠지 탄소가 환경 문제의 '주범'처럼 여겨져 부정적인 이미지가 있다.
탄소를 원망하기 전에 탄소가 무엇인지부터 알아보자. 아마 탄소라고 하면 새까만 숯, 매연이나 석탄 덩어리가 떠오를 것이다.
흔한 탄소의 이미지. 석탄처럼 까맣기만 할 것 같다. ⓒ Adrien Olichon
알고 보면 다채로운 탄소의 본색
사실 자연계의 탄소는 훨씬 더 다채로운 빛깔을 가지고 있다. 흔히 고급 농산물에서 보이는 '오가닉 organic'이라는 표현은 직역하면 '유기적'이라는 뜻이다. 화학에서 유기적인 물질들은 탄소를 포함하고, 쉽게 말해 불에 탄다.
채소, 과일, 육류, 달걀 모두 탄소가 잔뜩 들어있는 유기물이다. 이름부터 상큼한 비타민에도, 피를 빨갛게 하는 헤모글로빈에도, 나뭇잎을 푸르게 하는 엽록소에도 탄소가 들어있다.
신선한 과일과 채소에 탄소가 듬뿍듬뿍! ⓒ Mediterranean Organic Agriculture Network
사람도 유기체라서 걸어 다니는 탄소 덩어리다. 사체를 화장하면 새하얀 유골이 남는다. 몸을 구성하고 있는 탄소(C)가 산소(O)를 만나서 이산화탄소(CO₂)가 되어 날아가고 타지 않은 무기물만 남은 것이다. 없어진 부분들, 흔히 우리가 살이라고 부르는 지방과 근육, 머리카락, 뽀득뽀득 씻어내는 피지와 각질도 다 탄소로 빚어졌다. 그러니 인류애가 있고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라면, 탄소만 쏙 빼서 싫어한다고 말 할 수는 없을 것이다.
DNA에도 탄소가 들어있다. 알고 보면 빌보드까지 스며든 진격의 탄소. ⓒ HYBE
탄소는 원래 탄소였다
학창 시절 한 번쯤 봤을 주기율표. 물질을 이루는 알갱이인 원자의 종류를 나타낸 것이다. 가벼운 것부터 줄 세웠을 때 6번째라는 뜻에서 6번에 탄소를 나타내는 C가 적혀있다.
칼륨! 마그네슘! 우라늄! 주기율표를 잘 알면 끝말잇기 대장이 될 수 있다. ⓒ Wikimedia Commons
이 복잡한 주기율표에서 우리가 꼭 기억할 건 딱 하나,
탄소는 원래 탄소였다
는 것이다.
하나의 원소가 다른 원소가 되려면 정말 엄청난 노오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1번 수소가 2번 헬륨이 되려면 이름도 무시무시한 핵융합(nuclear fusion)이 일어나야 하는데, 표면 온도가 1억 도에 이르는 태양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두 사람을 하나로 합치는 드래곤볼의 퓨전(fusion). 태양에서는 핵융합(nuclear fusion)으로 두 개의 수소가 하나의 헬륨이 되며 에너지를 뿜뿜한다. ⓒ TOE
아무튼 지구에서는 탄소가 산소로 바뀐다거나, 은이 금으로 바뀐다거나 하는 일이 거의 없다. 원자력 발전 같은 아주아주 특수한 상황에만 원소가 바뀐다.
탄소는 원래 탄소였고, 지금도 탄소고, 앞으로도 탄소일 것이다.
우리가 "자연"이라 여기는 울창한 숲도 남극의 펭귄들도 다 탄소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탄소가 무슨 잘못이 있겠는가. 다만 사람들이 탄소의 흐름을 바꾸고 있을 뿐. 일단 탄소의 정체를 알아보았으니, 다음으로는 탄소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흘러가는지 한번 살펴보자.
여담 1. 유기물이 꼭 살아있는 건 아니다
탄소를 포함하고 있는 알콜도 유기물의 일종이다. 소주는 물+알콜이 섞여있는데, 물은 불에 타지 않는 무기물이고, 알콜만 유기물. 마시면 살쪄요. 플라스틱과 비닐도 태울 수 있는 유기물이다.
여담 2. 풀만 먹인 소가 살찌는 이유
식물은 탄소를 섬유질의 형태로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사람은 소화하지 못하지만 소는 (미생물의 도움을 받아) 흡수할 수 있다. 냠냠. 음메.
여담 3. 유기농이 정말 친환경적일까? 유기농은 유기물로만 농사를 지었다는 뜻이다. 보통은 탄소가 없는 무기물 비료도 쓰고, 농약도 치곤 한다. 하지만 화석연료는 적게 써도 더 넓은 농지가 필요해서 결국 환경에는 더 안 좋다는 주장도 있다. 유기농 너마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