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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덕후의 Esg101

<3. 도대체 왜 온실이 되는가>

by 소피

지난 이야기를 정리하면,

1. 탄소는 과일, 야채 같은 유기물에 듬뿍 들어있고,
2. 원래 탄소였고 앞으로도 탄소임
3. 갓 생긴 지구의 뜨거운 대기에서 40억 년 동안 지상에 내려옴
4.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다시 공기 중에 퐁퐁!


그럼 탄소의 귀환으로 어떻게 지구가 바뀌는지 알아보자.



비닐도 유리도 없는데 온실이라니?


흔히 이산화탄소가 '온실가스'라서 지구가 더워진다고들 한다. 비닐은 덮은 것도 아니고 하늘이 뻥 뚫려있는데 왜 더워질까? 이 상황을 이해하려면 다시 우주로 날아가서 태양과 지구를 생각해야 한다.

콩만 한 지구에 태양이 에너지를 계속 보내준다 ⓒ NOAA


태양은 스스로 타면서 지구에 에너지를 계속해서 보낸다. 그러면 시간이 지나면 무조건 계속 뜨거워지는 게 당연한 거 아닐까? 다행히 지구는 태양에서 받은 에너지를 거의 대부분 다시 우주로 돌려보낸다.


태양에너지는 결국 언젠가 다 우주로 돌아간다.


시간이 좀 걸리더라도 말이다.

통장을 스치는 월급처럼, 지구는 태양에너지를 우주로 돌려보내 제로썸을 이룬다. ⓒ 아리생각


태양에너지가 언젠가 돌아가기는 하는데, 얼마나 오랫동안 지구에 머무르는지가 관건이다. 공기에서 흡수를 많이 할수록 머무르는 시간이 길어지고 온도가 높아진다. 비닐하우스도 언젠가 빠져나갈 열을 오래 붙잡고 있으니 따뜻한 것이다. 결국 지구가 더워지는 건,


흡수왕 이산화탄소 때문이다.



왜 흡수를 하고 그럴까


흡수를 얼마나 잘하는지는 빛의 세기와는 별로 관련이 없고, 주파수가 맞아야 한다. 주파수를 맞추지 않으면 아무리 시그널이 강해도 흡수가 안 된다. 반대로 주파수만 잘 맞으면, 파동(빛)이 좀 약해도 쏙쏙 흡수를 잘한다.


태양이 보낸 시그널을 흡수하려면 주파수가 잘 맞아야 한다. 찌릿찌릿~찌릿찌릿~. ⓒJYPE


지구 대기의 대부분 - 그리고 과자봉지의 대부분 - 을 차지하는 질소기체N₂는 태양광을 별로 흡수하지 못한다. 질소N 두 마리가 손을 맞잡고 춤을 춘다고 생각해보자. 기껏 해봐야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정도다. 이 재미없는 댄스에 맞는(흡수되는) 주파수가 한정적인 것이다. 산소기체O₂도 비슷하다.


똑같은 원자 알갱이가 두 알 모여 봤자 띠용띠용 밖에 못 한다! 실제로 원자가 저렇게 반들거리거나, 끈으로 이어져있지는 않다. ⓒ Youtube kyoroskichannel


하지만 탄소를 중심으로 산소를 두 개 들고 있는 이산화탄소의 움직임은 훨씬 다채롭다. 1) 좌우로 대칭 흔들기 2) 굽히기 3) 비대칭 흔들기까지 가능하다. 이 여러 가지 댄스 모드에 걸맞은 다양한 주파수를 흡수할 수 있어서, 태양의 에너지를 오래 붙잡아 둘 수 있다.



보다 다채로운 이산화탄소의 몸짓. 움직임에 따라서 흡수하는 주파수가 다르다. ⓒ Youtube kyoroskichannel
천 번을 흔들려야 흡수가... 다양하게 흔들리는 이산화탄소. ⓒ Clifford Jones.


쨌든 중요한 건 이산화탄소가 늘어나면 태양광을 많이 흡수해서 공기의 온도가 올라가고, 도미노처럼 다른 일들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청출어람 - 탄소는 수증기를 부르고


지표면의 71%는 물이다. 기온이 올라가면 더 많은 바닷물이 수증기가 되어 공기 중으로 날아간다. 은 굉장히 깨끗하고 친환경적이라는 느낌적인 느낌을 주지만 공기 중으로 날아가면 아주 강력한 온실가스다. 가운데에 산소가 있고 구부러진 양쪽에 수소가 있는 수증기(H₂O)의 구조상 다양한 주파수를 흡수하는데, 특히 태양에너지를 잘 흡수한다.

태양광의 흡수 스펙트럼. 오른쪽에 쥐 파먹은 듯이 흡수된 부분들이 대부분 수증기가 된 물의 소행이다. (ft. 이산화탄소도 살짝 거들었다) ⓒ fondriest


설상가상 - 수증기는 탄소를 부르고


더운 여름 컵에 따라놓은 사이다를 생각해보자. 시원했던 사이다가 미지근해지면서 보글보글 탄산이 빠져나와서 "김"이 빠진다. 바닷물에 녹아있는 이산화탄소도 비슷하다. 온도가 높아지면 바닷속에 녹아있는 탄소들도 신이 나서 밖으로 나온다.

김이 빠지는 탄산음료처럼 바다의 탄산이 보글보글 빠져나온다.


공기 중의 탄소는 태양광을 붙잡고, 바다에서 수증기를 끌어내어 탄산까지 쏙쏙 빼낸다. 공기 중에 탄소가 점점 많아지고, 온도가 오른다. 뜨끈한 원시 지구로 되돌아가는 지름길로 다 같이 내달리고 있다. 대기의 에너지가 높아질수록 폭우, 폭염, 산불, 가뭄, 허리케인... 이 친구들이 더 힘차게 몰려오는 건 시간문제. 다음에서는 더워진 북극과 남극이 만들어 낸 기후 변화를 좀 더 자세히 파헤쳐보자.




태양에너지 중 일부는 저장~ㄴㄱ

대부분의 태양에너지는 다시 지구 밖으로 돌아가지만, 지표면에 도달한 태양광 중에 일부가 저장이 되기도 한다. 바로 식물의 광합성을 통해서. 탄소도 저장하고, 태양에너지도 저장하는 엄청난 일을 해주고 있었던 것.


지상의 모든 빛은 태양의 아류작이다

기름을 활활 태울 때 나는 빛과 열은, 옛날 옛날에 지구에 왔던 태양에너지가 죽지도 않고 또 나타난 것이다. 화석연료는 여러모로 지구를 데우는 환장의 콤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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