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의렬을 위한 초대장

담고 싶은 친구, 의렬에게

by 소피

- 2025년 가을. 경희.


서울이라는 도시의 오늘을 기록하는 작업에

내가 담고 싶은 멋을 가진 벗이 하나 있지.


너의 멋짐을 설명하려니

10만 프랑짜리 멋진 집을 설명하던 어린 왕자가 된 기분이야.


내가 아는 너를 말로 풀어 보자.


그는 따뜻한 사람이에요. 자기가 가진 것을 이웃과 나눠요.

그는 깊은 눈을 가지고 있어요. 사람과 세상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지요.

그는 별을 사랑하는 사람이에요. 아득한 시공간을 넘어 지구에 당도한 빛을 퍽 아낍니다.

그는 목소리가 부드러운 사람이에요. 때로는 침묵으로 더 많은 것을 이야기하기도 합니다.

그는 헤엄을 잘 쳐요. 물속에서도 방향을 잡고 나아갈 수 있어요.

그는 웃음소리가 멋집니다. 함께 껄껄 웃으면 기분이 아주 좋아집니다.


이렇게 미주알고주알 설명해 봐야 “그래? 좋은 친구겠구나.”

하고 퍽 인상 깊게 여기지 않을지 몰라.


우리 어른들은 보다 확실한 증거와 숫자가 필요하니까.


내 친구는 오리발을 끼고 바다를 헤엄쳐 홀로 제주를 한 바퀴 돌았어요.

삼성전자를 퇴사했어요.

카이스트와 영재학교를 나왔어요.

물리학과 항공우주공학을 전공했어요.

영화를 공부하고 영상을 만들고 있어요.

책에 들어가는 고궁의 사진을 찍었어요.


사람들은 그제야 “오 그래? 어떤 친구인지 알아볼까?” 하고

너의 멋짐을 궁금해할 거야.


하지만 말이야. 너의 지난 성취를 차치하고서라도

너의 말과 표정, 목소리와 리듬감을 담아낼 수 있다면

분명히 참 멋질 거야.


아무리 생각해도 멋진 너인데

주인공으로 담겠다고 들이대면 너는 아마 겸연쩍어하며

카메라 뒤로 숨고 싶어 할지도 모르지.


7년 전 알게 되었고,

10년 뒤가 궁금한 너와 너의 이야기를

같이 한 번 담아보고 싶어.

그림으로 남겨보고 싶어.


너의 또 다른 멋진 친구와 함께라면 더 좋겠지!

다시 돌아오지 않을 2025년 서울을 기록해 보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D+57 속상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