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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스트 Jul 28. 2018

마주보고 있는 두 종교사원 '이스티크랄'과 '까떼드랄'

인도네시아의 종교적 포용성

인도네시아 하면 떠오르는 여러 가지 단어 중 우리와 낯선 것이 '이슬람'이다. 우리나라에는 이슬람을 믿는 인구가 현저히 적다 보니 많이 볼 기회가 없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88%가 무슬림이다. 그렇다고 인도네시아가 이슬람을 국교로 하는 것은 아니다. 다른 종교들도 각자 잘 활동하고 있다. 인도네시아는 이슬람교, 천주교, 기독교, 힌두교, 불교 등 다양한 종교를 가진 국가이다.


종교를 얘기하면서 빠질 수 없는 것이 사원이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도 여러 종교들의 사원이 있다. 물론 절대적으로 이슬람 사원이 많다. 가장 유명한 것이 이스티크랄 사원이다. 자카르타의 이스티크랄 사원은 동남아에서 가장 큰 규모이다. 전 세계적으로는 세 번째에 달하는 크기의 사원이다. 1978년에 준공된 현대적인 디자인의 사원은 다양한 상징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스티크랄 사원


자카르타에 와서 이 사원을 보지 않는다면 그 어떤 것도 하지 않은 것이다. 쉬는 날 뜨거운 날씨를 뚫고 구글 지도와 함께 사원으로 향했다. 이스티크랄 사원은 모나스 타워에서 가까운 위치에 있다. 모나스 타워 북동쪽으로 걸어서 10분~15분 정도면 다다를 수 있다. 사원에 가까워질수록 사원에서 나온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의 무리가 많이 보였다. 제대로 가고 있는 듯했다. 



출입구에 다다르니 이미 인산인해다. 차들도 많다. 입구 쪽에서는 아직 이스티크랄 사원의 모습이 다 보이진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놀라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슬람 사원 입구 바로 맞은편에 천주교 사원으로 보이는 건물이 보였기 때문이다. 설마 했다.



아무리 봐도 천주교 사원의 모습이었다. 그렇다고 동남아 최대 크기의 모스크 바로 앞에 천주교 사원이라니 내 상식으로는 너무 놀라웠다. 흡사 롯데백화점 길 건너편에 현대백화점이 입점하는 형국이랄까? 궁금증을 해결하기 위해 길을 건너 천주교 사원으로 향했다.


이스티크랄 사원 입구에서 바라본 '까떼드랄'


▣ 자카르타 대성당(성 마리아 대성당)

이 곳은 자카르타 대성당이었다. 정식 명칭은 '성 마리아 대성당'인데 흔히 까떼드랄(Cathedral)이라고 불린다. 대성당이라는 Cathedral을 인도네시아 발음으로 말하는 것이었다. 이 건축물은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에 지어졌다. 1829년에 지어졌다가 1890년에 붕괴되어 1901년에 새로 지어졌다. 신고딕양식의 건축물이며 앞쪽 첨탑의 높이가 60m에 이른다.


자카르타 대성당


성당 외부는 조용했다. 사람들은 점심을 먹기 위해 줄을 서서 이동 중이었다. 방문자인 나에게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는 않았다. 성당 내부로 들어가 봤다. 



내부는 스테인드 글라스 창과 나무로 만든 크로스 볼트 돔이 인상적이었다. 엔틱한 분위기의 단상과 나무의자들이 이 건물의 역사를 대변하는 듯했다. 사람들은 행사를 준비하는 듯 분주했고 잠시 의자에 앉아 그 모습을 구경했다. 



소리가 천장과 벽에 부딪히며 돌아오는 소리가 좋았다. 유럽의 성당에서도 느꼈던 것이다. 바깥의 찌는듯한 더위와는 대조적으로 대체로 시원하기까지 했다. 자카르타에서 이런 카톨릭 성당을 만나게 될 줄은 미처 몰랐다. 어쩌면 나도 인도네시아에 대해 그리고 이슬람에 대한 편견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 



자리에서 일어나 뒤쪽 출구로 나가려다 건축가의 이름이 적혀있는 것을 보았다.

Marius Hulswit


▣ 수많은 상징으로 지어진 이스티크랄 사원

까떼드랄을 뒤로하고 이스티크랄 사원으로 들어섰다. 이곳은 입구부터 시끌벅적하다. 조용하고 깨끗했던 까떼드랄과는 사뭇 다르다. 신도도 많고 관광객도 많고 상인들도 많다. 잡상인들이 입구에 진을 치고 있다 보니 자연스럽게 쓰레기도 많다. 



분위기는 입장료를 받을 것 같은 분위기나 따로 입장료는 없다. 다만 이 사원을 들어서려면 신발을 벗고 들어가야 하는데 외국인인 나를 보자마자 수많은 사람들이 검정봉다리를 들고 나를 둘러싼다. 이 곳에 들어가려면 이 검정봉다리에 신발을 넣고 들어가야 한다고 서로 외치고 있었다. 간혹 저 위에서 소원을 빌며 날려 보내라는 엉성한 글라이더 비행기를 파는 사람도 있었다. 


봉다리 상인과 실랑이 중


신발을 벗고 들어가는 건 확실했다. 신발을 들고 가야 하느냐 진짜 이 봉다리에 넣고 가야 하느냐 고민했다. 봉다리의 가격은 2,000루피(약 160원). 더 깎을 수도 있겠지만 이렇게 둘러싸여 있는 것이 괴로워 아내 꺼랑 내 것 두 개를 구입했다. 


내가 이렇게 고뇌에 싸여 있을 때 아내는 이미 입구에서 누군가와 얘기를 하더니 나를 부른다.

"봉지 살 필요 없데~ 그냥 신발만 벗고 들고 오래~"

라고 아내가 말할 때는 이미 내 손에 검정 봉다리 두 개가 들려 있었다.


넘실거리는 쓰레기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이 곳은 관광객들을 상대하는 전문 가이드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그 가이드를 따라가니 방명록 같은 곳에 이름만 쓰고 신발장을 이용할 수 있었다. 그 가이드는 나에게 가이드를 해줄 테니 나중에 원하는 만큼 기부금을 달라고 했다.(사실 알아서 달라는 이 말이 제일 무섭다.)


가이드의 영어가 수준급이었다. 그리고 가이드 중간중간에 포토타임을 갖는데 사진 실력도 출중했다. 많이 해 본 솜씨였다. 가이드가 없었다면 이 건물에 대해 자세히 알지 못했을 것이다. 상당히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었는데 내가 영어가 짧아 다 알아듣진 못했다. 정말 중요한 공간들을 알아서 데려다 주니 놓치는 곳도 의미를 모르고 지나치는 곳도 없어서 좋았다. 이 곳에 오면 가이드와 함께 하는 것이 좋다. 기부금은 관광이 다 끝나고 50,000루피(약 4천원)를 주었다. 



가이드에게 들었던 이 사원의 상징들에 대해 이야기해보자면, 


▷ 이름

우선 '이스티크랄(Istiqlal)'이라는 이름은 아랍어로 '독립'을 상징한다. 네덜란드로부터의 독립을 기념하여 건축한 것이었다. 사원의 위치를 네덜란드 식민지 요새로 쓰던 곳에 잡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 7개의 출입구

사원에는 총 7개의 출입구가 있는데 이 출입구는 이슬람에서 믿는 7개의 천국을 의미한다. 그 각각의 천국이 어떤 모습인지는 한번 알아보고 싶어 졌다.

▷ 5개층

이스티크랄 사원은 총 5개층 건물인데 이건 하루 5번의 기도, 이슬람 신자의 5대 의무를 상징해서 지은 것이라고 한다. 이슬람 신자의 5대 의무는 신앙고백, 라마단, 기도, 자캇(구빈세), 성지순례이다. 

▷ 지름 45M의 돔 천장

기도장소 위에 큰 돔이 있는데 이 돔의 지름이 45M에 달한다. 이건 인도네시아의 독립년도인 1945년에서 차용한 것이라고 하였다. 

▷ 12개의 기둥

돔을 떠 받치고 있는 큰 기둥이 12개가 있다. 이 기둥은 1년이 12월로 되어 있는 것과 선지자 마호메트의 탄신일을 의미한다. 

▷ 첨탑 미나렛 높이 66.66M

뒷마당으로 나가면 첨탑 미나렛이 있는데 이 첨탑의 높이가 66.66M이다. 이는 코란의 6,666개의 구절을 의미한다. 


시끌벅적한 입구 주변과는 달리 기도하는 곳은 고요하고 적막하다. 그리고 경건하다. 회랑에 가서도 바닥에 앉아 코란을 읽고 있는 사람들 히잡과 니캅을 쓴 여성들이 서로 얘기하며 웃는 모습들은 다른 종교와 다르지 않았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머물면서 나의 가장 큰 소득은 이슬람에 대한 편견이 바뀐 것이었고 이슬람에 대해 조금은 알게 된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스티크랄을 나오면서 보이는 쓰레기와 검정 봉다리. 그리고 하늘을 날고 있는 모형비행기는 여전히 이해를 못하겠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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