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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스트 Jun 22. 2018

동물보단 사람구경, 자카르타 라구난 동물원

사람을 구경하면 덤으로 동물을 보여주는 건가?

인도네시아 동물원 하면 그래도 '따만 사파리'라는데 자카르타에서 당일치기로 가기에는 너무 멀었습니다.(따만 사파리는 보고르(Bogor)에 있습니다.) 더운 날씨에 장시간 밖에 있는 것이 고역이지요. 다음날 출근을 생각하면 쉬는 날에는 적당히 움직여야 했습니다. 


자카르타에서 지낸 지 3주 정도 지났을 무렵 휴일날, 구글 지도를 들여다보던 중 Ragunan Zoo라는 명칭을 발견해 냅니다. 동물원이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도 자카르타 남쪽 도심지에 말이죠. 차를 타고 1시간도 안 걸리는 거리였습니다. DAUM 앱을 켜고 검색을 해보니 상당히 많은 분들이 포스팅을 남겼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고민할 것도 없이 Grab을 잡아타고 라구난 동물원으로 향했습니다. 



이 동물원은 역사가 오래되었습니다. 1966년에 개장한 동물원으로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사람들에게도 꽤나 인기 있는 명소입니다. 자카르타 유일의 동물원이면서 어디 야외에서 휴식할 장소가 마땅치 않는 곳에서 이런 공간이 있다는 것은 사람들을 붐비게 할만한 요소이지요.



아니나 다를까, 동물원에 가까워지자 차가 밀리기 시작합니다. 동물원 입구에 다다르자 그곳은 차와 오토바이, 버스, 사람들로 북적거리고 있었습니다. 들어가는 길이 2차선 도로라 차량이 많아지면 속도가 많이 지연됩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사람이 많을지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이렇게 더운 날씨에 야외에 사람들이 많지 않을 거라 생각했었죠. 입구에서 본 사람들은 극히 일부였습니다. 동물원 내부로 들어가니 그동안 자카르타에서 못 봤던 군중이라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입장료를 보통 카드를 만들어 돈을 충전해놓고 결재하는 방식을 사용합니다. 버스카드처럼 말이지요.(실제로 트랜스 자카르타라는 버스를 탈 때는 카드로만 결재가 됩니다.) 여기서도 그랬습니다. 카드가 없으면 매표소에서 만들어 줍니다. 카드값이 포함되어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라구난 동물원은 입장료가 15,000루피였습니다. 한국돈으로 1,300원가량입니다. 생각보다 너무 저렴했습니다. 


입장권 카드. 다른 장소에서도 이런 카드를 받았다. 아마도 충전식 카드로 생각된다.


라구난 동물원은 그저 그런 작은 동물원이 아니었습니다. 입장 후에 본 광경은 놀라웠습니다. 일단 사람들이 너무 많았습니다. 자카르타에 거주한 지 3주밖에 안되었지만 야외에서 이렇게 많은 인파를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보통은 다들 에어컨이 있는 쇼핑몰에 있다고 하던데 제가 듣던 것과는 달랐습니다. 휴일 가족단위로 많이들 이 동물원을 찾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저희는 동물을 보러 왔거든요. 라구난 동물원은 동물보다는 사람이 기억에 남을 정도로 많은 인파들이 있었습니다. 실제로 동물은 많이 못 봤습니다. 입구 바로 앞에 펠리컨들이 있었습니다. 우와 소리가 절로 나는 이유는 동물과 관람객들 사이가 상당히 가깝기 때문입니다. 손만 뻗으면 펠리컨을 만져볼 수도 있을 것 같았고 펠리컨이 타이밍만 잘 잡으면 작은 아이 하나는 꿀꺽 삼킬 것만 같았습니다. 안전문제가 좀 우려됐지만 이 펠리컨 하나만은 아주 잘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좀 뒤로 돌아가면 꽃사슴들이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흔하디 흔한 것이라 별 감흥은 없었지만 자카르타 사람들도 한국사람들처럼 어디서 잎사귀 하나 주워와 꽃사슴들을 희롱하는 모습이 좀 우스웠습니다. 사람 사는 거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 맞은편에는 코끼리가 있었습니다. 여러 마리의 코끼리가 있었는데 역시나 인기 높은 동물이라 사람들이 그 앞에 모여서 사진 찍느라 분주합니다.



여기까지 보고 더 들어가는데 이번에는 사람 떼들이 보입니다. 오랜만에 겪는 인파인지라 반가우면서도 어리둥절하기도 합니다. 흡사 잠실 지하차도를 걷고 있는 듯했습니다. 잔디밭에는 가족들이 돗자리 같은 것을 깔아 두고 앉아 잠을 자던지 쉬고 있거나 음식을 먹는 모습들이 다수 포착되었습니다. 



아마도 아이들 때문에 찾는 듯했습니다. 대부분의 가족들은 아이들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물론 연인들끼리도 오는 경우도 봤습니다. 


저와 같이 동행했던 후배는 이 곳의 명물이라는 호랑이 기차를 타보고 싶었습니다. 일단 날씨가 더워서 더 걸어서 다니는 것이 무리였습니다. 호랑이 기차가 알아서 동물원을 한 바퀴 돌아주니 한 바퀴 돌다가 맘에 드는 곳이 보이면 다시 걸어가 보기로 했습니다. 


호랑이 기차는 10,000루피(약 850원)만 주면 탈 수 있습니다. 왜 호랑이 기차인가 했더니 말 그대로 호랑이 모양의 차를 타는 것이더라고요.(당연한 건가?) 근데 호랑이만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코끼리 모양도 있었고 토마스 기차 캐릭터도 있었습니다. 저희는 호랑이 모양을 타고 돌았습니다. 



한 바퀴 도는데 약 15분 정도 소요되었습니다. 돌면서 보니 딱히 다시 둘러보면서 볼만한 동물은 없는 듯했습니다. 더워서 못 다닌다는 핑계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깊이 들어가면 갈수록 동물보다는(주로 원숭이들이 있는데) 나무가 더 많이 보였습니다. 아마도 자카르타 어른 사람들은 나무 그늘에서 누워 쉬고 먹고 하는 것을 더 즐기는 것 같아요. 아이들은 계속 뛰고, 장난감 가지고, 놀고, 먹고, 마시고, 동물 보고 놀이기구 타고 하겠지만요. 북쪽으로 안쫄 유원지가 있다면 남쪽으로는 이 라구난 동물원이 자카르타 사람들이 좋아하는 가족여행지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길거리 음식도 도전해보았습니다.

KERAK TELUR(크락 뜰루르)라는 것인데 직역하자면 '계란 누룽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거 만드는 것을 옆에 서서 지쳐봤습니다. 물에 불려놓은 쌀을 한 국자 넣어 불에 익힙니다. 익히면서 계란을 넣어 비비는데 쌀이 익어 계란과 함께 누룽지처럼 만들어지더라고요. 어느 정도 익혀지면 말린 건생선 가루와 코코넛 가루를 위에 뿌려서 먹는 것입니다. 하나 구입해서 먹어보니 식감은 누룽지보다는 계란빵에 가까웠습니다. 코코넛 가루 덕에 달달한 맛이 났습니다. 



계란을 넣고 만드는 것은 20,000 루피였고 오리알을 넣고 만드는 것은 25,000 루피입니다. 하나만 먹어도 배가 불러오더라고요. 제가 지켜보는 동안에도 많이 팔려나갔습니다. 인기 있는 간식인 듯했습니다. 근데 좀 질려요. 하나 먹고 나니 배가 부르기도 하고 좀 달아서 그런지 많이는 못 먹겠더라고요. 반 정도 양이 딱 좋은 듯합니다. 



자카르타 구경할 데 없다 하지만 심심치 않게 발견하는 것 같습니다. 산책할 곳이 그리 많지 않은 자카르타에서 라구난 동물원은 좋은 휴식처가 될 것입니다. 사람 구경(?)하면서 가끔 동물도 볼 수 있는 곳 

라구난 동물원(Ragunan Zoo)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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