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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피스트 Dec 31. 2018

자카르타의 작고 아름다운 '임마누엘 교회'

빌럼의 교회

인도네시아는 국민 대부분이 이슬람 신자들이어서 곳곳에 모스크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오래전부터 카톨릭 또는 기독교가 뿌리내린 곳 또한 인도네시아입니다. 네덜란드의 지배하에 있을 때부터 역사가 시작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모스크도 좋은 곳이 많지만 오래된 성당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자카르타에서 몇몇 성당과 모스크를 방문해보았습니다. 성당 중 많이 알려져 있진 않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추천하고 싶은 곳이 임마누엘교회(Immanuel Church)입니다. 임마누엘 교회는 모나스 타워 동쪽 감비르 역(Stasiun Gambir) 맞은편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지도에서 보면 모나스 광장 우측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 교회는 네덜란드 식민지 시절에 건축(1839년 준공)된 것으로 인도네시아에서 가장 오래된 교회 중 하나입니다. 겉에서 보기에는 최근에 지어진 건물처럼 보이지 않습니다. 크기도 그리 크지 않구요. 처음 교회 이름은 네덜란드 국왕 빌럼 1세의 이름을 따서 'WILLEMSKERK(빌럼스케르크)'라고 지어졌습니다. 이는 '빌럼의 교회'라는 뜻입니다. 이후 1948년 지금의 이름인 '임마누엘(Immanuel)'로 변경되었습니다.



이 교회는 로마의 건축을 닮아 있습니다. 큰 돔 구조의 흰색 건축물입니다. 처음 이곳을 찾아갔을 때 정문이 닫혀 있어서 당황했습니다. 정문에서 어쩔 줄 모르고 서성이고 있다 보니 지나가던 행인이 저에게 말을 걸어왔습니다. 그녀는 저희 부부에게 이곳을 들어가 보고 싶냐고 물었습니다. 전 당연히 그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Saya mau masuk!). 그러자 그분은 저희에게 자기를 따라오라고 말하시더군요. 건물의 담을 따라 옆길로 돌아 들어가니 그곳에 다른 출입구가 있었습니다. 입구를 지키는 경비는 없어서 교회 부지 내로 그냥 들어가 볼 수 있었습니다.



제가 방문한 날이 일요일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미사는 하고 있지 않았었습니다. 건물 뒤쪽은 리모델링 중이었습니다. 원형 건물에 입구처럼 보이는 문을 열어 교회건물 내부로 들어가려고 했더니 모든 문이 닫혀 있어서 내부 진입에는 실패하는 중이었습니다.(그날은 왜 이리도 운이 없을까 라는 생각이 들려는 찰나) 실망하고 돌아선 제 눈에 별동의 사무실에서 사람이 나오는 것을 보았고 저는 그분에게 다가가 건물에 들어가 볼 수 있냐고 문의를 했습니다. 그러자 그는 아주 밝게 웃으며 뒤편의 조그만 쪽문으로 우리를 안내해주었습니다. 그냥 돌아갔으면 너무 후회했을 것입니다.



어렵사리 들어선 임마누엘 교회의 내부는 작지만 아름다웠습니다. 원형 공간에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해주는 건축 마감들, 의자와 같은 가구들은 소박하기 그지없는 목재로 절로 나 자신을 낮추게 만드는 듯하였습니다. 설교단 반대편에는 빌럼 1세가 하사했다고 알려진 파이프오르간이 있었습니다. 



2층에 올라가 봤는데 리모델링 중이라 내부를 볼 수는 없었습니다. 머쓱하게 작업자들하고 눈인사만 하고 나왔습니다. 우리 부부가 교회를 이리저리 둘러보는 동안 친절하게 안내해 준 교회 관계자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하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한동안 소박하지만 아름다운 이 교회가 잊히질 않더라고요. 이 교회 근처에 있는 이스티크랄 사원이나 카떼드랄 같은 웅장한 맛은 없어도 오랜 역사를 가진 건축물만이 가진 매력이 있어요. 이 임마누엘 교회는 따뜻한 느낌을 가진 공간이며 역사적으로도 중요한 자산입니다. 이런 곳에서 미사를 드리는 새로운 경험을 해 볼 수 있으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자카르타에 거주하는 분들이라면 종교에 상관없이 아름다운 건축물을 본다는 생각으로 방문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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