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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phie Sep 03. 2022

우당탕탕 여름이 지나간다

근황 보고

1. 아무래도 팔월이 순삭 된 느낌. 7월 말에 다니러 간 친구가, 같이 보낸 네번째 밤이 미처 거치기도 전 거짓말처럼 떠나고 일주일을 꿈에서 깨려는 사람처럼 어영부영 보내고 나니 다시 과거에서 현재로 이어진 인연이 나를 찾아왔다.


2.  24시간을 같이 보내며 여전한 모습, 변한듯한 모습. 아쉽고 고마운 마음을 가감 없이 토로했다. 가슴속 차가운 상처를 꺼내놓다가 나도 모르게 조금 울었다. 어설피 위로하려는 사람이 아니었어서, 다정하게  기울여주는 사람이었어서 다행이었다. 우리가 함께 하는 미래가 생각보다 근미래이기를 나란히 소망하고 있다. 설령 물질적으로 풍요롭지 못해도 서로의 꿈을 응원할  있는 마음의 풍요가 있는 사람이야 말로 내 인생에서 소중하다.


3. 일을 조금 하고, 당장에는 돈이 되지않더라도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을 꼼지락꼼지락 해볼  있는 시간이 간절하다. 공부도  하고 싶고(!!!) 만들어 내고 싶은 것들도 끄적이고 싶은 이야기들도 많은데, 보고 싶고 듣고 싶은 것들도 많은데 알량한 돈을 조금 벌다가 그냥 시간이 어영부영 간다. 적은 시간으로  여유 있게 벌고 싶다. 그래서 나한테 가치 있는 진짜  시간을  사고 싶다. 요새는 그런 생각을 많이 한다.


4. 두 달 정도 전? 명상센터를 다녀오다가 또 작은 사고가 있었다. 차가 정말 버틸 때까지 버틴 느낌인데, 얼마 전 받은 수리 견적이 차의 가치를 훨씬 웃돌았다. 결국 내 생애 첫 새 차를 계약했다. 요새 중고자동차 시장이 말이 아니어서 새 차보다 더 높은 할부금을 내야 할 판이라 어쩌다 보니 계약서에 서명을 하게 됐다. 운이 좋으면 올해 말에 차를 받게 될 텐데, 제발 크리스마스 전에만 받게 됐으면 좋겠다. 차는 있지만 언제 멈출지 몰라 출퇴근과 식료품 쇼핑 외에 먼 곳은 못 가는 실정. 차를 보러 다니며 생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는데… 결론은 북미에서는 딜러가 갑이라는 거. 한국식의 예의 바르고 친절한 딜러 같은 거 여기 없다는 거. 사바나 밀림에 불시착한 아기 사슴도 아니고  잡아먹히기 직전의 상황을 몇 번 경험했더니 세상 피곤해서 그 일주일간을 운동도 못하고 쉬었다.


5. 말라버린 화단에 물을 주다가 가시가 잔뜩 돋은 장미목에 눈가 피부를 비롯한 얼굴이 통째로 걸렸다. 거대 사람을 잡은 파리지옥처럼 의기양양한 나무의 마음이 느껴져서 어이없어하다가 아주 조심스럽게 가지 하나하나를 떼내며 깊숙이 박혀 들어온 가시를 빼냈다.


이상하고 정신없는, 우당탕탕 여름이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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