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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소피 Oct 18. 2023

에필로그

살면서 무언가를 꾸준히 하는 일이 제일 어렵다. 


자칭 작심삼일의 아이콘답게 지금까지 살면서 뭐 하나 꾸준히 해 본 적이 거의 없다. 학습지나 문제집 한 권 다 풀어본 적이 없다. 대학은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다가 4학년 마지막 학기를 앞두고 더 안 된다고 하길래 학교를 관두려고 했다. 집안 사정이 갈수록 나빠졌기 때문에 명분도 있었다. 졸업은 해야 한다는 엄마의 만류로 오빠가 어디서 돈을 끌어와 7년 만에 겨우 졸업했다.      


졸업 후 직장생활은 길어야 몇 달, 짧으면 입사 당일 관둔 적도 있다. 연애도 3개월을 넘기지 못했다. 그나마 제일 오래 만난 남자와 결혼했지만 끝냈다. 오랜 고민 끝에 대학원에 갔는데 한 학기 만에 관뒀다. 작가를 꿈꾼 지 오래되었지만 제대로 된 소설 한 편 완성하지 못했다. 어쩌다 응모한 공모전에 떨어지면 한동안 절필하다시피 했다. 블로그나 브런치를 시작하고 반응이 없으면 내버려 뒀다.     

 

마흔이 넘어서야 지난 시간이 실패가 아니라고, 잘못한 게 아니라고 받아들였다. 과거의 실패를 지금의 나로 규정하지 말고, 꼭 뭔가가 되지 않아도 지금의 나로 계속 살아도 된다고 스스로 허락했다. 완벽하지 않아도, 중간에 멈춰도, 꾸준히 규칙적으로 하지는 못해도, 포기하지만 않으면 계속할 수 있으니까 괜찮다.  

    

마음의 무게를 좀 덜어내니 부담도 줄었다. 수없이 시도하고 수없이 관뒀지만, 끝까지 해 보고 싶은 건 공부와 글쓰기뿐이다. 아, 그리고 사랑까지. 

요즘 내 소원은 딱 한 가지, 지금 쓰는 글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완성하는 것이다. 


감정에 휘둘리고, 지나치게 예민한 나라도 오늘 계속할 수 있다면 태평하게 살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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