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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수소리 Aug 02. 2023

타슈켄트 재회 2

차별은 차별을 낳고

 "당신은 위구르 사람 아닙니까?(你不是新疆人吗?)“


 20대의 우리는 중국 서안에서 언어연수생으로 유학하고 있었다. 아이비에커와 바허와 함께 서북대학 교정을 걸을 때면, 복장만 보더라도 중국학생들은 우리가 외국사람이라는 걸 한눈에 알아챘다. 적극적인 중국 학생들은 가끔 한국인에게 관심을 가지고 우리의 발걸음을 세우고 말을 걸었다. 우리가 한국인이라는 걸 알고 나면, 중국학생들은 시선을 아이비에커와 바허한테 돌려 물었다. 너네는 위구르인 아니냐고. 그러면 위구르인 취급을 당한 아이비에커와 바허는 표정이 굳은 채 말했다.


 "아니요. 우리는 우즈베키스탄 사람입니다. 위구르인 아니에요."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의 중국에서도 위구르인을 향한 경멸이 기본적으로 깔려있었다. 위구르족은 도둑이다(新疆小偷). 위구르인은 거리에서 소매치기를 많이 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등 내가 외국인인 걸 알게 된 중국친구들은 하나같이 우리가 시내를 나갈 때 위구르족을 조심하라고 재차 당부했다. 아이비에커와 바허는 중국인이 경멸하는 위구르족 취급을 받을 때면, 한결같이 얼굴이 울그락 불그락해가지고는 그런 취급을 당했다는 것에 매우 기분 나빠하며 부정했는데, 사실 지금 생각해 보면 아이비에커와 바허가 위구르족과 아무런 관련이 없는 건 아니었다. 실제로 위구르족이 쓰는 위구르어는 우즈베크어처럼 튀르키예어족이기 때문에, 서로 기본적인 언어는 통한다. 종교도 이슬람이고, 그들의 인상도 우즈베크인과 많이 닮았다.


 그런데 중국 자체가 위구르족을 멸시하기 때문에, 위구르족이 실제로 소매치기나 도둑인지와 상관없이, 아이비에커와 바허는 자신이 멸시대상으로 분류되는 것을 극히 꺼려하였다. 이것은 마치 교실 내 발생하는 왕따현상과 비슷했다. 아이들이 왕따 당하는 아이를 가리키며 누군가에게 '너 쟤 친구지?' 하면, 아냐. 나는 쟤 친구 아냐 하면서 왕따 당하는 아이를 더 소외시키는 것처럼. 중국인들은 위구르인을 멸시했고, 위구르인과 문화적 맥락은 통하는 바허와 아이비에커도 위구르인 취급을 당하는 것을 거부했다. 중국인들은 한국인인 우리에게는 관심을 보이며, 친구를 하자는 둥, 연락처를 교환하자는 둥, 적극적이었지만, 위구르인과 생김새가 비슷한 바허나 아이비에커에게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았다.


 중국인들만 위구르인을, 그리고 위구르인과 비슷한 아이비에커와 바허를 차별하는 것이 아니었다. 유학생 커뮤니티 내에서도 세계의 경제논리를 그대로 빼어박은 일상적인 차별이 존재했다. 우리가 위치한 곳이 서안이다 보니, 북경이나 상해처럼 서방에서 온 외국인은 매우 적었다. 그나마 유학생 커뮤니티에서 제일 잘 사는 국가에서 온 유학생이 한국인과 일본인이었는데, 한국인과 일본인들은 서로 끼리끼리 친해서 몰려다니고 같이 놀았던 반면, 스탄에서 온 친구들과는 크게 교류가 없었다. 유학생 파티를 해도 대다수를 차지하는 일본인과 한국인들이 주축이 되어 상의했고, 스탄에서 온 친구들은 부수적으로 참여했다. 유진언니와 나는 그런 경계가 없이 아이비에커와 바허와 친했는데, 우리가 같이 다니는 걸 보면 일본학생들과 한국학생들이 뒤에서 쳐다보면서 쟤네는 스탄계 한국인이라고 우스갯소리로 놀리기도 했다.


 일상적 차별을 겪은 아이비에커와 바허도 자신이 받은 만큼 갚아주고 싶었는지, 자신을 위구르족 취급하는 중국인들을 놀려먹는데 아무런 죄책감도 없었다. 서안에는 실제로 중국인 사기꾼들도 꽤 많았는데, 한국인들은 사기꾼에게 일방적으로 당하는 한편, 아이비에커와 바허는 중국인들을 속여먹기도 하였다. 멸시는 경멸로, 희롱은 속임수로 되갚았다.


 "그 때 나도 그 중국인한테 내가 캐나다 사람이라고 속이고 영어과외를 했지 뭐야. 하하."


 아이비에커는 그 시절 중국인에게 국적을 속여 돈 번 이야기를 아무런 죄책감 없이 말했다. 마치 스탠드업 코미디를 하듯 속여먹은 에피소드를 장장 10분에 걸쳐서 이야기 했는데, 당시에는 왜 15년 만에 만나 이렇게 오랫동안 코미디에 가까운 일화를 털어놓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1년이 지난 올해, 책 [지극히 사적인 러시아]를 읽고 나서야, 그것이 러시아인들이 지인들에게 하는 아네크도트(Анекдоты:작은 에피소드) 문화였음을 알았다. 친구나 가족과 함께 할 때, 점심 때 여유 시간을 가지거나, 직장 내 업무를 시작하기 전에 서로를 웃기는 문화가 있다고 한다. 구소련 국가인 우즈베키스탄에서도 러시아 TV를 보다보니 러시아 문화의 영향을 받는 듯 했다.

 

  한참 우스갯소리를 하던 아이비에커가 순간 얼굴을 굳히더니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너 내가 우즈베키스탄에 오냐고 인스타그램에 댓글 달았을 때 너 그 무례한 태도는 뭐야.(对了,我当初在你的Instagram留言的时候,你这是什么态度?)"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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