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나무 두 팔 곧게 하늘로 뻗어
사이사이 짙은 솔향기로 흐르고
허. 초. 희 그녀의 애절한 마음에
지나던 구름도 슬퍼서 돌아본다
맑은 영혼들이 계절마다 갖가지
꽃으로 피어났을 앞 마당가
툇마루에 놓인 아린 시구들이
고목의 메마른 가슴을 적신다
열다섯 철부지로 맺은 백년가약
밭이랑엔 잡초만이 무성하고,
천금을 주어도 바꾸지 않을 자식들
새처럼 작은 어미 가슴에 묻었다
밤을 지새우며 눈물로 적신 베갯잇
상처 난 마음에 한 올 한 올 수를 놓고
세상에 드러날 영혼마저 불살라
진주 같은 영롱한 사리만 남았구나
여자라서 재능을 대접 못 받고
조선 중기 때 힘겨운 삶을 살다 간 들꽃
허기진 마음마다 뽑아낸 고운 숨결
울창한 송림 숲에, 맑은 향으로 떠 있다.
허. 초. 희는 조선 중기의 대표적인
문인의 한 사람이며, 허균의 누이로
알려져 있다. 300여 수의 시와 기타
산문, 수필 등을 남겼으며 213수
정도가 현재 전한다. 서예와 그림에도
능했다. 남편 김성립과 시댁과의
불화와 자녀의 죽음과 유산 등 연이은
불행을 겪으면서도 많은 작품을
남겼다. 1608년(선조 41년)
남동생 허균(許筠)이 그녀의 문집을
명나라에서 출간함으로써 그녀의
명성이 점차 널리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