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베르게에서 아침 식사가 가능했지만 10km 정도 걷고 나서 먹을예정이다. 우리는 태희,원일과 함께 출발했다. 재미교포 월터는 다리가 아파서 10km 걷고 버스를 타고 레온으로간다고 한다. 출발해 한참을 걸어와 음악 나오던 곳이 있었는데 아침 식사는 잠시후로 미루었다.산타마리아 대성당을들어가서 둘러봤다. 안쪽으로 들어가니 깔끔하게 전시된 성물들이 일유로의관람료가 아깝지 않을 만큼 볼게 많았다.성당 근처에서 원일과 태희하고 아침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었다.어제 밤하늘 별을 본다며 산볼에 숙박했던 현식이 빠른 걸음으로걸어와 합류했다.
마을을 길게 빠져나가고 오르막이 이어졌다. 오르막 950m 높이를 걷고 났더니 숨이 턱까지 차오른다. 여러 번 쉬어 간신히 오를 수 있었다. 시원한 바람이 불고 가끔 있는 나무와 정상에 쉴 수 있는 공간이 있어 다행이다. 멀리 보이는 산들이 마치 병풍을 둘러놓은 듯했다. 우리는 20분 쉬고 출발했다. 산 정상에서 일 킬로 정도는 평지로 이어지다 급경사내리막으로 이어진다.끝없이 이어지는 길이 눈 앞에 펼쳐진다. 앞에 사람이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는 것처럼 작게 보인다. 아주 길게 이어지며 끝도 없이 가는 지평선이하늘에 맞닿아 있다. 이곳을 미카엘과 함께 걸어가고 있다는 것이 마치 꿈을꾸는 것 같다.
얼마쯤 걸어가니 옥수수밭에스프링클러로 물을 주고 있어, 보는 것으로도 시원했다. 물줄기가 도로까지 적시는 곳이 있어 피해서 걸었다. 마을에 도착했는데 제대로 된 바가 없어알베르게에 있는 마트로 들어갔다. 식사는 할 게 없어 병맥주와 바나나, 토마토로 대체했다. 배는 고프고 힘든데 할아버지가 영업을 하셔서그런지 정말 먹을 게 없었다.10km 가까이 마을이 없어서 지루한 길로이어지며 많이 지쳐서힘들다. 대체 언제 끝나는 건지 그냥 주저앉고 싶었다. 왜 사서 고생을 하는지 모를 일이다. 다리도 무겁고 힘들어 내일도 걸을 수 있을까? 걱정되었다. 멀리 보이던 마을이 차츰 눈앞으로 다가오고도 한 시간을 걸어 마을에 도착했다.
보아딜라 델 까미노의 동네 사람에게 물어 찾아간 알베르게였는데 안쪽에서는 수영장과 잔디밭, 식사를 즐기는 사람들로 다른 세상에 온 것처럼 분위기가 밝았다. 호텔과 알베르게와바까지 겸하고 있는 곳이다.접수하고 안내를 받고 찾아간 곳에서 위아래 두 칸 침대를 준다고 하는 걸 사정해서 미카엘과 1층 옆 칸으로 배정받았다. 2층은 난간이 없는 곳이라 떨어질 위험이 있어 사정해서라도 바꿀 수 있다면 그게 안전해서 좋다. 화장실과 샤워실은 남녀공용으로 안쪽에 있었다.
짐을 풀고 씻고 나니 오후 4시쯤 됐다. 배도 고프고 해서 바로 가서 시원한 맥주를 두 잔 시켰는데, 식사는 한 가지 종류로 풀코스라고했다. 그런데 본 메뉴 외에 수프와후식은 선택 사항이라고 한다. 메뉴판을 들고 왔지만, 직원이 영어를 알아듣지 못한다.스페인 사람들대부분은 영어를 하지 못한다고 한다. 영어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것도 이유일것이다. 바텐더는 시간이 걸려도끝까지 친절한 멘트로 말하였다.
겨우 주문을 마치고 시원한 맥주를 마셨다.함께 했던 일행들은 다른 알베르게로 갔는데 규모가 작고,동네 끝에 있는 데다 주방도 없다고 연락이 왔다. 우리가 묵는 알베르게도 물어보니,주방은 없다고 해서 이쪽 식당으로 오라고 했다.길을 걸으며 가끔 만났던 긴 노랑머리 영국 청년도 옆자리에 왔다. 순례하면서 스케치를 하는 청년이다. 가는 곳마다 멋진 그림을 그려 작품을 남기면 좋을 것 같다. 그림 잘 그리는 것도 참 부럽다.
우리가 애피타이저로 마늘 소스에 빵을 찍어 먹고, 본 메뉴 비프스테이크를 먹을 때쯤에 현식과 태희, 원일이 왔다. 그런데 점심 식사는 마감됐고 저녁 식사는 7시부터라고 한다. 일행은 우선 시원한생맥주를 마시기로 했다. 난 후식까지 먹으니 피곤이 몰려온다.미카엘과 일행을 남겨두고 알베르게 방으로 들어와 두 시간을 푹 잤다. 옆자리 미카엘의 침대 자리가 아직 비어있어 가보니 일행이 저녁을 먹고 후식을먹는중이었다.원일이 까미노배지를 보이며 자랑을 했다. 그래서 두 개를 사서 모자에 달았더니 보기 좋았다.
동네를 한 바퀴 돌면서 내일 갈 방향을 미리 알아 두었다. 미사는 이미 끝났고 순례자 여권을 가져오지 않아 도장은 찍지 못했다. 휴대폰으로 성당 안 사진을 찍고 나왔다.성당 부근을 걸어오는데 정장을 한 어르신들이 눈에 띈다. 시골 할머니들도 여간 멋쟁이가 아니다. 정장에 구두, 화장은 기본이고 목걸이에 귀걸이, 화사한 모자나 액세서리를 한 분들이 많다.성당을 나와 알베르게로 오려고 하는데 블라우스와 폭이넓은 스커트, 거기에 모자까지 갖추어 쓴 40대 초반의 화장을 진하게 한 여자가 팸플릿을준다.자세히 보니 리허설을 하던 사회자로 음악회 초대장이었다.
음악회 시간이 다 되어 나가 보니 동네 어르신들과 순례객들이 자리를 잡고 앉았다. 우리도 의자가 놓여있는 앞으로 가 앉았다. 초대장을 준 사회자가 바이올린 연주자와 첼로 연주자를 소개하고 손뼉을 크게 쳐 달라부탁하고 퇴장했다.음악회 초대장을 자세히 보니 7월부터 8월 두 달간 40일 진행했고내일이 마지막이었다. 악기는 연주 자체로 아름답고 마음을 하나로 이어주는 사랑의 선물로 느껴진다. 앞에 앉아 동영상을 찍으며 공연을 관람했다. 곡이 끝날 때마다 부라보를 외치고 박수를 크게 쳤다.
두 사람은 9곡을 악보 하나 없이 연주하고 게다가 노래를 불렀다. 얼마나 연습하고 음악을 사랑하고 좋아하는 연주자들인지 알 수 있었다. 두 사람의 눈빛으로 건네며 맞추는 호흡은 마치 영혼으로부터 음악을 감지하는 숭고한 모습 같았다. 보아 딜라 델 까미노는 작은 마을이지만 음악회를 열어 순례자에게 마음을 정화할 수 있는 시간을 주는 것에 감사를 드렸다. 음악회의 감동으로 행복하고 가슴 벅차다.
끝나고 연주자들에게 사진을 찍자고 부탁을 했더니 흔쾌히 허락해서 추억을 남길 수있었다. 한 시간 정도 감동 있는 공연을 보고 돌아왔다. 고단한 하루였지만 오늘 음악회로 피로가 말끔히 가시는 듯하다. 순례 중에 멋진 문화공연을 보니 색다르고 대접받는 느낌이 든다. 감사한 시간들이 은하수 별빛처럼 흐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