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은 시인 노연숙 씨가 체험을 다룬 실화소설 ' 시인의 향기'이다. 사실 제목이 마음에 들어서 읽게 되었다. 작가 지망생이기도 했던 지은이는 고등학교를 막 졸업하고 시를 좋아한 나머지 시를 쓰고 있었던 유명 시인의 국어 선생님을 일방적으로 사모하게 된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부산에서 세 시간이나 걸려서 그 선생님이 근무하시는 학교를 둘러보며 마음을 달래기도 하고 전화를 해서 만나기도 하면서 사랑을 만들어간다.
그러나 그 선생님은 이미 결혼을 해서 남매를 낳았고 부인은 이미 세상을 떠난 뒤였다. 아이들은 고모와 할머니가 맡아서 키워 주었고 선생님은 죽은 부인을 그리워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 선생님은 죽은 부인의 모습을 많이 닮은 주인공에게 마음이 끌린다. 주인공은 모든 사실을 알고도 그 선생님을 사랑하는 마음이 변할 줄을 몰랐다. 선생님을 사랑하게 되면서 그 학교에 근무하던 영희와 선생님의 여동생 현승이까지 친구로 지내며 애틋한 우정을 쌓아간다.
작가는 스무 살 시절의 싱그러운 청춘의 삶에서 그녀가 사모한 선생님을 비롯하여 그의 주변을 함께 한 사람들까지 모두를 받아들이며 진솔하게 살아간다. 작가는 세 여자들의 천진하고 맑은 모습과 그 속에 녹아있는 조그마한 갈등까지 잔잔하게 그려놓고 있다. 그 선생님이 전교조 일과 관련하여 잠시 구속되면서 주인공에게 '마리아'로 세례를 받을 것을 부탁한다. 나중에 알고 보니 죽은 자기 부인의 세례명이어서 주인공은 그 선생님에 대해서 더욱 애틋한 마음을 가지고 사랑을 한다.
그러나 그 선생님은 아이들 때문에 다른 여선생님과 재혼을 하게 되었고 이일로 인해서 둘은 많은 거리를 두게 된다. 그러면서 주인공은 아픈 마음을 극복하기 위해서 적극적으로 글쓰기에 매달리게 되고, 문학 월간지에 당선이 되면서 시인으로 등단하게 된다 시인으로 등단해서 어떤 행사장에서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는데 그 만남을 끝으로 이별을 하고 만다.
그 뒤로 주인공은 선생님을 잊지 못해서 많은 방황을 하게 되는데 그를 잊어갈 무렵 그의 여동생으로부터 한 통의 전화를 받는다. 그 전화는 그 선생님이 교통사고를 당해서 돌아가셨다는 전화였다. 주인공은 그 날의 심정을 하늘을 향해 울기만 했다고 짤막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로써 그 순수한 시절에 시가 좋아 유명 시인을 사랑했던 사랑은 영원한 이별을 하고 마음속의 그리움만이 한 권의 '시인의 향기'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작가는 중간중간에 자신의 심정을 노래한 시를 삽입시켜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하려고 했다. 시를 통해서 작가의 마음이 얼마나 그를 그리워하며 사랑하고 있었는지를 전해 받을 수 있다. 이 책을 읽으며 스므살 시절에 아무런 사심 없이 한 사람을 너무나 사랑했던 작가의 순수한 마음을 엿볼 수 있었다.
그리고 문학에 대한 뜨거운 열정을 한 가지로 끊임없이 발전시켜 마침내 문학인으로 등단하는 주인공을 보면서 대단히 열정이 있고 용기가 있다고 느꼈다. 순수한 젊은 날에 끝내 이루지 못할 지독한 사랑을 하면서, 그 느낌들을 소중하게 간직해서 한 권의 책으로 남긴 한 젊은 시인에게 갈채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