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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May 19. 2021

책 리뷰 - { 안도현의 연어 }

문학동네-1996년 초판 -2009년 109쇄/134page

우리에게 (너에게 묻는다 -연탄재 함부로 차지 마라, 너는 누구에게 한 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 )으로 잘 알려진 안도현 시인이 쓴 이 책은 아이들부터 어른들에게까지 폭넓게 읽히는 책이다. 사실 어린 왕자처럼 어른을 위한 동화이다.  그리고 글쓰기와 논술 교재로도 활용이 높다. 연어 이야기는 은빛연어와 눈 맑은 연어가 주인공이다. 바다에서 살다가 알을 낳기 위해 강으로 오르는 여정을 담고 있다. 그들의 이야기가 한 편의 아름다운 동화로 탄생이 되었다. 꿈을 갖고 사랑을 하며 강과 징검다리와 나누는 이야기, 그리고 거친 폭포를 거슬러 오르며 그들의 삶을 들여다보는 동화 같은 이야기다. 마음이 맑아지고 정화되는 느낌의 이야기다.


연어는 매년 9월에서 11월 사이 강을 거슬러 오르는 모천 회귀성 어류의 하나라는 것, 자갈이 깔리고 물살이 약간 있는 여울에 직경 1미터, 깊이 50센티미터 안팎의 산란 터를 만들어 앵두빛 알을 낳는다는 것, 그 알의 숫자가 대략 2천 개에서 3천 개쯤 된다는 것, 자갈 틈에서 수정된 연어가 부화하기까지는 2개월 가까운 시간이 걸린다는 것, 그때 물의 온도는 섭씨 7,8도 정도가 적당하다는 것..... 안도현은 연어에 대해 많은 것을 알아냈지만 처음에 단 한 줄도 쓸 수 없었다. 그러다 거대한 보잉 747 여객기의 추락을 보고 물속에 잠긴 모습에서 마치 연어의 모습이 연상되었다. 이에 영감을 얻어 이 작품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은 연어, 라는 말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라는 문장으로 시작한다. 연어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위에서 내려다보는 눈이 아닌 옆에서 볼 줄 아는 눈을 갖는 것이다. 거기에다가 약간의 상상력이 필요한데 보이지 않는 것을 볼 줄 아는 눈이다. 상상력은 우리를 끝까지 가보게 만드는 힘이 있는 것이다. 이맘때쯤에 물수리는 베링해의 한류를 타고 연어 떼가 이동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물수리가 수면으로 바싹 내려가 연어 떼를 공격하고 한 마리 한 마리 낚아챈다.  은빛 연어는 사나운 물수리 밥에서 겨우 벗어났지만 늘 함께 헤엄을 치던 그의 둘도 없는 누나를 잃었던 것이다. 은빛 연어는 그의 온몸이 은빛 비닐로 덮여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다른 연어들처럼 그저 등이 검푸르고 희겠지 하고 생각할 뿐이다.


턱 큰 연어는 이동 준비를 마친 연어 떼 앞에서 한 눈을 팔지 말고 뒤를 돌아보지 말며 수면 가까이 헤엄을 치치 말라고 당부한다. 살아서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거든 연어에게 한가운데서 헤엄을 치며 갈 것을 요청한다. 그만큼 적들의 눈에 잘 보이기 때문에 배려 차원에서 한 이야기다. 그러나 그것은 자유롭지 못하게 하는 것이고 은빛 연어를 외톨이로 만드는 것이었다.  은빛 연어는 바다가 제 가슴을 열고 보여주는 세상이 좋았다. 물속이 아닌 대기의 서늘한 바람 냄새를 맡는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다. 은빛 연어가 몽상에 빠져 있을 때 불곰이 노리는 것을 보고 눈 맑은 연어가 꼬리지느러미를 다치면서 구해준다. 눈 맑은 연어의 헌신과 희생으로 그들의 사랑이 시작되었다.


은빛 연어는 상처를 입고 떠난 눈 맑은 연어가 보고 싶을 때는 밤하늘을 보는 습관이 생겼다. 그리움이라고 하기엔 너무 크고 기다림이라고 하기엔 너무 넓은 이 끝없는 보고 싶음 앞에서 삶도 무엇도 속수무책일 뿐이다. 초록 강의 입구라면 매서운 눈알을 굴리는 물수리도, 연어 떼를 후루룩 삼키는 상어도 알래스카 얼음 위에서 연어 떼를 노리는 불곰도 바다 밑까지 샅샅이 훑는 연어잡이 어선도 나타나지 않을 것이다. 초록 강 입구쯤 두 연어는 다시 만나고 마음을 나눈다. 눈 맑은 연어를 만나면서 은빛 연어는 전에 하찮아 보이던 모든 것들이 소중한 보물처럼 여겨졌다.


세상을 아름답게 볼 줄 아는 눈을 가진 연어만이 사랑에 빠질 수 있는 거라고 눈 맑은 연어는 말한다.  은빛 연어는 우리가 강을 거슬러 오르는 이유가 알을 낳기 위해 사랑하는 게 삶의 전부는 아닐 거라고 생각한다. 연어에게는 연어만의 독특한 삶의 이유가 있을 거라고, 우리가 아직 그것을 찾지 못했을 뿐이라고 믿는다.  눈 맑은 연어는 거슬러 오른다는 것은 지금 보이지 않는 것을 찾아간다는 뜻이라도 말한다. 그건 힘겹지만 꿈이며 희망이기 때문에 아름다운 일이라고 말이다.


초록 강과 바위는 주인공이지 않아도 다른 누군가에게 배경이 되는 삶도 아름답다는 것을 느낀다.  폭포를 넘기 위해서 연어들끼리의 토론과 연설, 그리고 다툼을 하는 연어들이 사람과 같다. 알을 낳는 것보다 자신을 찾는 게 무엇보다 소중하다고 말했던 은빛 연어가 눈 맑은 연어를 사랑하고는 바뀌었다. 예전 은빛 연어의 아버지를 닮아가고 있다. 연어들은 온몸으로 뛰어오른다. 혼신의 힘을 다해 물을 차고 오른다. 마침내 폭포를 뛰어넘자 고요한 물살이 그들을 아늑하게 감싸 주었다. 상류의 여울에서 연어들이 알을 낳을 준비를 한다. 일생에 단 한 번뿐인 강바닥을 파는 중요한 공사다.


알을 낳는 일보다 더 소중한 삶의 이유가 있을 거라고 여겨 왔던 은빛 연어. 그가 찾으려고 헤맸던 삶의 의미는 어디에도 없었다. 그는 다른 연어들처럼 강을 거슬러 오르면서 초록 강과 이야기를 나누었고, 폭포를 뛰어넘었고, 이제 상류의 끝에 다다랐을 뿐이다. 그러면서 특별한 의미가 결코 멀리 있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연어가 알을 낳는다는 것은 기나긴 생을 마감한다는 뜻이다. 죽음보다 두려운 것은 눈 맑은 연어와의 사랑이 끝난다는 것이다. 또한 초록 강과 이별을 뜻하는 것이기도 하다. 강바닥 산란터의 자갈 사이로 앵두빛 알들이 가라앉고 있었다. 그것은 장엄하고 슬픈 풍경이었다.


연어들이 알로 태어나 자라 강으로 내려가고 바다에서 5년을 자라서 다시 태어난 곳으로 와서 다시 알을 낳는다. 그들은 베링해의 거친 파도와 싸우고 죽음을 무릅쓰고 강을 거슬러 올라 이곳까지 온 것이다. 산란을 마치면 그들은 비로소 영혼이 없는 몸이 되어 물 위로 떠 오를 것이다. 삶의 모든 에너지를 세상 속에 다시 돌려주고 그들은 하얗게 변한 가벼운 육체로 떠오를 것이다. 겨울이 오면 강은 얼음장으로 만든 이불을 덮을 것이다. 봄이 올 때까지 조심하라고, 가슴 깊은 곳에서 어린 연어가 자라고 있다고.


그렇게 자연은 순환을 한다. 우리가 태어나고 자라고 죽듯이 연어도 그렇게 자신들의 몫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내는 것이다. 안도현은 시인의 감성으로 연어가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모습을 글로 썼다. 이 책을 읽으면 나도 연어 하고 말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시인인 그가 연어들의 눈으로 그들의 느낌으로 말하고 행동할 수 있음에 놀라웠다. 연어들의 삶을 들려다 보며 그들의 숭고한 사랑과 희생에 감사했다. 쉬운 길보다 거친 길을 거슬러 오르는 연어들을 보면서 안주하는 삶보다는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들을 찾아서 가는 멋진 삶을 살아야겠다. 이 말을 곱씹어 본다.

시작과 끝에 있는 문장이다. 연어, 라는 말속에는 강물 냄새가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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