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 { 취향의 발견 }

이담 출판사 2019년 / 이봉호 / 276page

by 신미영 sopia

영화 <위플래시>는 취향 저격자에 관한 영화다. 유명 재즈 드라마를 꿈꾸는 주인공은 우연한 기회에 카리스마가 넘치는 스승을 만난다. 멋진 스승을 만났다는 기쁨도 잠시, 오로지 최고만을 원하는 스승의 폭압적인 교육방식 앞에서 주인공은 좌절한다. 영화는 주인공과 스승의 광기가 충돌하는 가운데 막을 내린다. 결론은 관객의 몫이다. 그들의 광기는 취향이라는 거울 앞에서 커라란 물음표를 던진다. 취향이 전체 집합이라면, 광기는 취향을 유지하기 위한 부분 집합이다. 광기가 없는 자도 자신만의 취향을 가질 자격이 있다. Chopter 12명의 저명인사들이 각자 자신의 취향에 대해 이야기를 적었다. 이중에 글쓰기와 영화 부분, 그리고 책 쓰기에 대해서 요약 정리해 보려고 한다.


책만 읽으면 하루 일당을 지급하는 바람직한 세상이 도래한다면 그렇게 독서만 줄곧 해야 살아남는 행성이 존재한다면 좋겠다. 상상만 해도 신나는 일이다. 챕터 1의 저자 이봉호는 한꺼번에 여러 책을 읽는 편이다. 적게는 3권에서 5권의 책을 번갈아 읽는다. 독서의 재기가 가중될뿐더러 다른 장르의 책을 읽다 보면 융합효과가 발생한다. 어쩌면 독서란 거대한 가능성을 수용하는 과정인지 모르겠다. 영화 속 주인공처럼 독서는 시작부터 변화를 종용하지 않는다. 가랑비에 옷이 젖듯이 은밀하게 인간의 혈액 속으로 스며든다. 더디 걸리지만 뿌리가 튼실하여 비바람에 쉬이 무너지지 않는다. 한 권의 책은 한 권의 세상이다. 독서가 아니었다면 글쓰기를 지속하지 못했을 것이다. 질문과 비판의 생활화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책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특별한 노력 없이도 지속 가능한 취향이 있다. 바로 영화감상이다. 이젠 극장까지 발걸음을 재촉하지 않아도 장소에 상관없이 영화를 접할 수 있다. 따라서 영화 감상이라는 행위는 호사 취미가 아닌 가볍고 부담 없는 행위에 속한다. 그러나 영화의 세계는 파면 팔수록 거대하다. 시대, 배우, 감독, 국가, 장르에 따라 영화는 광활하고 복잡한 스펙트럼을 과시한다. 저자 김수진은 대학원 시절에 영화 콘텐츠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담당 교수는 대기업 산하 영화 배급사와 일했던 자신의 경험을 설파했다. 외화 수입을 할 경우 사전에 흥행 여부를 모니터링하는 제도가 있는데 이를 위해 평가위원을 고용한다고 한다. 일반으로 구성 평가위원을 6개월 이상 존속시키지 않는다. 이유는 모니터링을 위해 여러 영화를 접하다 보면 취향이 생기기 때문이다.


블로그의 글쓰기 달인이라는 최우석은 글쓰기가 쓰는 자에게 어느 정도의 사회적 책임이 따른다고 했다. 블로그 글쓰기의 매력은 여타 개인 미디어처럼 방문객의 숫자에 달려 있다. 파워 블로그에는 하루 평균 수천 명에서 수만 명의 방문객이 출석을 체크한다. 때문에 적어도 하루에 2회 이상은 블로깅이다. 블로그에서 5편 이상의 이미지가 추가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블로그 역시 텍스트와 이미지를 혼재해야만 존재감이 드러내는 매체다.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온라인 매체가 탄생한다. 자연스럽게 펜대를 굴러가며 글을 쓰던 시대는 막을 내린다. 하지만 네티즌은 변함없이 빛나는 단어와 문장을 고대한다. 유행어가 안립하고, 가짜 뉴스와 막말이 판을 치는 세상이라지만 글쓰기의 중요성은 여전하다. 문제는 생각만큼 괜찮은 글을 발견하기가 쉽지가 않다.


인간에 대한 환상이 없는 자의 일상은 허허롭고 적적하다. 인간에 대한 환상에 집착하는 자의 일상은 번잡하고 피곤하다. 환상은 적당히 멀리하되, 환상을 내치니 말 것, 이상이 저자의 인간에 대한 짧은 고찰이다. 잘은 몰라도 다시 환상의 중심부로 귀환하는 일을 없을 듯하다. 환상은 상처를 부른다. 상처가 아물기 전에 환상을 논하는 행위는 기만이다. 그렇다고 환상 그 자체를 제거하는 기만이다. 생각이 뾰족한 사람과의 대화는 무거움을 동반한다. 생각이 짧은 사람과의 대화는 직선적이고 찰나적이다. 저자는 혼자 코케인 가는 날이면 생각이 단순해진다. 카페 천장을 응시하면서 그의 글을 띄엄띄엄 떠올려본다. 저자는 매주 빠짐없이 자신의 블로그를 정독한다.


살아가면서 자신의 이름으로 책을 남긴다는 것은 인생의 길목에서 무엇보다 값지고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책을 내고 싶은 데 방법을 모르거나 여러 가지 여건 때문에 망설이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그러한 분들의 고민을 해결해 드리겠습니다. 진흙 속에 숨겨진 진주를 찾는 마음으로 기다리겠습니다.

어떤 출판사의 원고 투고를 안내한 광고다. 그곳에 적힌 연락처에 눈길이 갔다. 광고글을 다시 보고 그동안 쓴 소설 원고를 책으로 내고 싶었다. 원고를 정리하여 해당 출판사에 메일을 발송했다. 다음 주에 출판사로부터 전화가 왔다. 자체 회의 결과 내공은 있으나 출간이 고민된다는 말을 했다. 그리고 책은 꼭 내야 하지 않겠느냐는 아리송한 말이 섞여 있었다. 책을 낼 기준에 합당하다는 건지, 아닌 건지 이해하기 힘들었다. 통화는 일단 출판사에 방문해 달라는 관계자의 말로 마무리되었다. 이튿날 약속시간에 맞추어 출판사를 찾았다. 결론부터 말하면 자비출판을 해달라는 제안을 받았다. 출판사에서 만든 책을 보여주면서 초판 비용을 전액 부담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자비출판을 고려하지 않던지라 거절 의사를 전했다.


다시 마음에 드는 대형 출판사 몇 곳에 원고를 투고했다. 원고 투고 시에는 글에 어울리는 출판사를 골라야 한다. 예를 들어 역사서를 주로 출간하는 출판사에 시집을 투고하는 일은 인력과 시간낭비다. 제일 먼저 연락이 닿은 출판사는 일단 전자책으로 시장성을 보고 종이책을 출간하자고 제안하여 거절했다. 전자책에 대한 거부감이 이유였다. 다음 출판사는 추가 원고를 요청했다.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 와중에 또 다른 출판사에서 전화가 왔다. 거두절미하고 파주에 위치한 본사로 방문할 수 있냐는 내용이었다. 다른 일정을 취소하고 파주 출판사로 갔다. 출판사 임원은 그 자리에서 계약하기를 원했다. 관심을 가져주는 담당자의 마음이 고마웠다.


대형 출판사의 편집 부서는 팀제로 움직인다. 임원, 부장, 팀장, 팀원이 합쳐 책을 완성한다. 교정 교열 업무를 담당하는 직원과 카톡으로 주고받았다. 알다시피 출판업이란 서비스업이 아닌 문화사업에 속한다. 그렇다고 감정노동에 시달리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다. 좋거나 나쁘거나 미소 띤 표정과 말투로 고객을 상대하는 일은 지극히 어렵다. 작가는 남의 눈을 빌려 세상을 묘사할 수 없는 존재다. 자신만의 시선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에 시달릴 수도 있다. 당연히 사회와 쉽사리 동화하지 못하는 기질을 지닐 확률이 높다. 자아의 두께가 단단한 작가와의 소통은 늘 쉽지 않다. 그래도 출판사 직원과 원만한 소통을 통해서 책 출간이 예정된 때에 잘 나오게 되어 감사드린다.


취향이란 어쩌면 세상과 척을 두는 어려운 선택이다. 가벼운 취향은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는 전제와 어울린다. 하지만 무거운 취향은 사회에 반하는 일종의 모험이다. 여기서 취향이 있는 자와 없는 자와의 차이가 나타난다. 취향이란 창이 아닌 방패에 가깝다. 남을 찌르지는 않지만 자신을 지켜주는 고마운 영물이 바로 취향이다. 고로 취향을 가진 생이란 적어도 외롭거나 허망하지 않다. 감히 행복한 시간이었다. 취향 저격자의 과거와 현재를 마주하면서 더욱 단단해지고 견고해졌다. 그들의 도움과 사랑으로 삶의 균열을 막을 수 있었다. 취향 저격자라는 지나간 과정을 반복하면서 깨달은 결과일 테다. 다행스럽게도 그들을 통해서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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