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순례를 마치고 대서양 0km 지점으로 버스를 타고 가보기로 했다. 이곳에 온 김에 가보는 거라서 마치 보너스를 받은 느낌으로 피 스텔라와 묵시아에 가서 쉬며 자고 올 예정이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로 순례를 왔다면 이런 코스를 거치는 것 같다.
우린 대성당에서 10분 정도의 거리에 있는 호텔에서 오전 8시에 조식을 먹었다. 어제저녁에 조식을 알아보고 신청을 했더니 잘한 거 같다. 빵과 커피, 음료와 과일 그리고 햄과 치즈까지 다양하게 있어 먹을게 풍부했다. 미카엘은 맛있다며 잘 먹었는데, 난 입맛이 없었다.
9시 전에 호텔 로비에서 버스 정류장에 가는 택시를 불렀다. 호텔에서 거리는 그리 멀지 않은가 보다. 7유로이고 8분 정도 걸린 것 같다. 피 스텔라 가는 버스표를 끊었는데 19유로다.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데 사리아부터 숙박을 같이했던 부녀가 왔다.
우리의 이야기를 듣더니 같이 피 스텔라를 거쳐 묵시아로 가고 싶다고 했다. 10시에 피스텔 라에 가는 버스를 타고 1시간 20분 걸려서 도착했다. 그동안 걷기만 하다가 오랜만에 버스를 타서 그런지 속이 좀 불편했다. 버스에서 내리니 현지인들이 쭈그리고 앉아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대서양의 비릿하고 향긋한 바닷바람이 코끝을 향긋하게 찌른다. 참으로 신선하고 상큼했다. FARO 지점 0km는 위쪽으로 좀 더 걸어가야 한다고 했다. 둘 다 배낭을 지고 가야 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버스터미널에 배낭을 맡기고 올 걸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거운 배낭을 메고 2km 정도를 걸어 30분 정도 갔다.
스페인 피 스탤라 해안
조금 오르막길을 가다 미카엘이 누런 걸 밟았다. 처음엔 과일을 밟았나 했더니 똥이었다. 정확하게 무슨 똥인지는 모르는데 오물이 틀림없었다. "에쿠 냄새가 심하군"하자 외국인이"오~굿럭"하며 미카엘을 위로한다. 이제 해안가를 따라 걷는 오르막이다. 날씨는 더운데 배낭을 지고 걷는 오르막은 힘들다. 순례길 다 끝내고 이게 또 뭔 짓이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힘들다고 말하지 못하고 꾸역꾸역 메고 오르며 땀을 닦았다. 걷다 보니 순례자 동상이 나와서 사진 찍었다. 조금 더 가니 건물이 있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걸 보니 이곳이 피스텔 라인가 보다. 기념품을 파는 곳이 두 군데 있었다.
피 스텔라 대표적인 건물
하루 관광코스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피 스텔라를 상징하는 건물과 바위를 가기 전 공간에 타일로 중요한 장소들을 그림처럼 만들어 놓았다ㆍ예뻐서 여러 장 사진을 찍었다. 바위에서는 같이 온 부녀와도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둘러 내려오다 보니 호텔이 하나 눈에 띄었다. 혹시 이곳도 바에 있나 하고 가보니 가격이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어차피 이곳보다는 내렸던 곳이 가격도 괜찮고 메뉴도 다양할 테니 그곳에서 먹는 게 좋을 듯해서 내려왔다. 땀도 나고 걷는 길이 힘들었지만 맛있는 점심을 먹을 생각에 꾹 참고 걸었다.
내려가다 보니 성당이 보이는데 문이 닫혀 있어서 배경으로 사진만 찍었다. 쭉 따라 내려오니 부녀도 앞서 내려가고 있었다. 우리가 멈춘 곳은 광장에 모여 식사를 하는 곳이다. 중간쯤에서 자리를 잡았다.
무엇을 시킬지 몰라 앱을 켜고 대충 메뉴를 확인하고 각자 시키고 싶은 걸 시켰다. 날씨도 덥고 땀을 흘려서 시원한 맥주도 시켰다.음식은 대체로 맛이 좋았다. 다 끝내고 음식값을 나눠 계산했다. 식당에다 묵시아 가는 택시를 불러 달라고 부탁했다. 우리는 택시를 타기 위해 일어섰다. 조금 가다 보니 콜택시가 우리를 태우러 와서 타고 묵시아로 향했다.
미리 그곳에 간 현식의 정보에 의하면 지금 축제 기간이라 방이 없다고 한다.그래서 어제 급하게 둘째 딸에게 부탁해서 호텔을 예약했다. 마을 입구까지만 택시가 가고 나머지는 걸어가야 했다. 다행히 우린 축제하는 도로 바로 부근에 방을 얻었다.
가다가 앞서간 브라질 교포를 20여 일 만에 만났는데 반가웠다. 빨리 걸어 이곳까지 온 모양인데 대단한 체력과 에너지 넘치는 부부다. 짐을 풀고 샤워 후 세탁을 해서 가져갈 생각에 로비에 물어보니 화요일까지 축제 기간이라 빨래방이 문을 닫아 세탁할 수 없단다.
축제는 일주일 정도 열린다고 하는데 꼭 우리나라 장터 모습이다. 주로 옷이나 장난감 먹거리를 파는데 사람들이 함께 모여 즐기는 듯했다. 굉장히 소란스럽다. 음악에 맞추어 거리를 행진하며 소리도 지른다. 우리는 뽈뽀와 돼지 등갈비 그리고 와인을 같이 먹었다. 빵은 시키지 않았는데 1유로라며 기본 세팅이 되는 듯했다. 사실 그리 맛있지는 않았다. 스페인 사람들은 뽈뽀와 돼지 등갈비 소시지를 많이 먹고 좋아 하나 보다.
까미노 일행이었던 현식이 걸어서 이곳에 와 있는데 석양을 보러 간다는 문자가 왔다. 우리도 묵시아 0km 지점으로 슬슬 걸어서 갔다. 가기 전 성당이 있었는데 문은 닫혀 있었고, 길이 아래쪽 도로로 나 있어 되돌아가는 길은 그곳으로 가면 될 것 같았다. 언덕 중턱을 돌아가니 현식이 모습이 보였다. 우리도 바위 위쪽으로 갔다. 오랜만에 보는 현식이는 이제는 더 이상 순례자가 아니라며 수염을 말끔히 제거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우리의 바람과는 달리 오늘은 먹구름이 있어 아름다운 석양을 보기는 힘들 것 같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바닷가 근처 성당에 갔더니 문이 닫혀 있어서 섭섭했다. 이곳이 성모님이 발현한 곳이라고 들었다. 가까이 0km 미터가 있어 사진을 찍고 아까부터 연주 하하는 부부가 있어 그곳 가까이 내려갔다. 오늘 석양이 있었더라면 연주를 하는 모습이 더 분위기 있고 아름다웠을 텐데 아쉽다. 하지만 오늘 이 멋진 연주회를 들을 수 있어서 행복하다. 팬플릇 비슷한 전통 악기 소리에 감동적이고 사랑이 충만해짐을 느낀다.
묵시아의 상징 비석
돌아보니 내려오던 현식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다. 오늘 만났으니 시원한 맥주 한잔이라도 했으면 좋으련만 먼저 갔다. 다시 연락해서 기다리라고 해 놓고 부지런히 걸어갔다. 놀이기구 타는데서 현식을 만나 조용한 바로 들어갔다. 맥주를 시키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10시 15분 전 일어섰다ㆍ현식은 묵시아 무니시팔에 가고 우리는 호텔로 돌아왔다.
축제는 계속 이어지고 가수들의 노랫소리는 끝이 없다. 스페인 사람들은 체력과 열정이 정말 대단하다. 우리의 정서하고도 맞는 노래인데 피곤하니 만사가 귀찮아 잠자리에서 뒤척였다. 12시쯤이면 끝나겠지 했는데 새벽까지 이어졌다. 정말 시끄러워 소리라도 지르고 싶은 걸 참고 잠을 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