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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y 32. 감격스러운 산티아고 입성

몬테 도 꼬죠 → 산티아고 델 콤포스텔라 5km(09,14)

by 신미영 sopia

오늘은 5km 순례길을 걸어가면 야고보 성인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대성당에 도착하는 날이다. 알람이 울려서 새벽 4시에 잠을 깼다. 서둘러 준비를 하고 알베르게를 나섰다. 수호신 같은 보름달이 밝혀주는 길을 따라서 걷는데 새벽 공기가 신선하다. 얼마 가지 않아서 다리로 이어지며 산티아고 도시로 들어갔다.


언덕에서 볼 때는 가까웠는데 계속 앞으로 나아간다. 가다 보니 조개 표시가 끊겨 잘 가고 있는지 걱정되었다. 잠깐 주차를 멈춘 분에게 다가가 물어보았다. 앞으로 쭉 가면 된다고 친절하게 알려 준다. 아직 달은 떠 있고 별도 떠 있다. 차만 가끔 달리는 거리를 걸어간다.


오늘 이곳 산티아고에 오기 위해 31일을 걷고 또 걸어왔다. 가슴이 벅차오른다. 무탈하게 이 길을 걸을 수 있었고, 한국에서 온 까미노 친구들을 만나 즐겁고 풍성한 순례를 했음에 무한 감사드린다. 길 위에서 만났던 외국인들도 스쳐 간다. 그리고 우리가 순례하는 동안 기도로 응원해 주신 분들께도 감사드린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대성당 쪽으로 자꾸 더 가까이 다가갔다.


묻고 또 물어서 산티아고 대성당을 들려서 순례자 사무소를 찾아갔더니 몇 사람들이 더 있었다. 이곳이 맞느냐고 물으니 맞다고 대답했다. 새벽에 일찍 출발해서 우리는 6번과 7번으로 들어왔는데 대단한 성과다. 열 명에 드는 순례자에게 제공하는 식사권과 박물관 이용권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우리 뒤로 이어서 한 명이 택시를 타고 오고, 6명이 단체로 몰려들었다. 7시가 넘자 50여 명이 되었는데 8시에는 200여 명 정도 줄을 서서 기다렸다. 오늘은 토요일로 주말이라서 도착 인원이 더 많을 것 같다. 오전 8시에 산티아고 사무실을 오픈한다고 했는데 정확히 시간을 맞추어 열었다. 직원에게 안내받으며 순례증에 자필로 쓰고 순례 확인증을 받았다.


사무실 건물을 구경하며 한 바퀴 둘러서 나오니 대기 번호표를 받고 거의 흩어졌다. 우리는 산티아고 대성당 쪽으로 들어와서 사진을 찍었다. 감격의 기쁨을 미카엘과 거기 모인 모든 사람과 지인들과 나누고 싶었다. 말을 타는 동호회에서 대성당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느라 난리다. 동호회에서 말을 타고 30분을 대성당 앞에서 설쳐대 오물과 시끄러움에 압도되었다.

산티아고 순례자사무소 순례증 대기


그들이 떠나고 어느 정도 수습이 된 후에 우리도 어떡하면 더 사진이 잘 나올지에 대해 이리저리 찍어 보았다. 앉아서도 찍고 돌아서서, 둘이 포옹도 키스도 하며 마음껏 기쁨을 나눴다. 가장 소중한 순간은 마음으로 담아야 한다고 했다.


이곳으로 끌어당겼던 힘은 대체 무엇이었던가? 오늘 와보니 그 힘을 알겠다. 그러고서는 인근 바에 가서 간단하게 커피와 빵으로 아침 식사를 했다. 배낭을 호텔에 가져다 놓고 오자는 미카엘 제안에 구글을 켜고 그쪽으로 가는데 십 분 정도 걸렸다.


오후 2시부터 체크인이나 배낭 두 개를 맡기고 중요한 것만 챙겨 작은 가방에 넣어 왔다. 다시 대성당 쪽으로 오니 많은 인파가 사진을 찍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중에 키 큰 한국인이 있어 물어보니 포르투갈 길을 걷고 순례증을 받으려는데, 오늘은 안된다고 해서 비행기표를 취소했다고 한다. 오늘 오전 열 시에 접수했는데 대기 번호가 700번이 된다고 전해준다. 그사이에 많은 인원이 몰려든 것에 놀랐다. 우린 서둘러 출발하여 일찍 접수하고 무료 식사까지 먹을 수 있어 감사했다. 그 젊은 친구에게 우리 사진을 찍어 달라고 부탁했다.


열두 시에 프란치스코 대성당 미사가 있어서, 전에 야고보 성인 유해가 있는 산티아고 대성당 안을 둘러보았다. 인영균 끌레멘스 신부님께서 내준 미션도 있어서 대성당에 사진도 찍어야 했다. 오른쪽으로 돌아 문으로 들어가니 내부 공사를 하는 중이어서 정신이 없다. 그런데 정말 많은 사람이 관람하고 있었다. 촛불 앞쪽으로 야고보 어머니 살로메 성물에 사진을 찍고 지하로 내려가 야고보 성인의 유해 앞에 무릎 꿇었다.

그러면서
" 우리가 당신 앞에 앉으려고 한국에서 이곳까지 왔습니다. 당신 가슴에 흘러넘치는 예수님의 생명수를 저희 가슴에도 넘치게 담아 주세요. 그러면 집으로 돌아가 일상의 까미노를 만들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
하고 기도드렸다. 기다려서 줄을 길게 선 산티아고 동상 어깨에 대고 소원을 빌었다.


"산티아고 길을 걸을 수 있게 건강과 여건을 허락해 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이곳에 다시 올 수 있도록 축복해 주시며 그때에는 제 배낭은 온전히 짊어지고 올 수 있도록 힘과 용기를 주소서. 저를 이곳으로 초대해 주시고 가슴 벅찬 감동을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많은 사람이 순례길을 통해 더욱 신앙적으로 성숙해져서 예수님을 더 사랑하고 가까이할 수 있도록 은총 베푸소서. “
앞의 부부가 ‘어떻게 하는 거냐’고 물어서 두 손을 어깨에 놓고 소원을 빌라고 했다.


다시 야고보 성인의 유해를 돌아 성당 밖으로 나왔다. 어느 정도 시간이 돼서 우리는 열두 시 미사가 있다는 프란치스코 성당으로 갔다. 벌써 사람들이 꽤 많았다. 우리는 앞쪽으로 갔다.
어디서 그런 용기가 나왔는지 제일 앞자리에 자리를 잡았다. 미사 시간이 가까이 다가오면서 왼편으로는 계속해서 의자를 보충했다. 주말이라서 사람이 더 많은 듯했다.


미사를 드리고 영성체를 받아 모시고 나서 무료 식사권을 갖고 뺘라도르 호텔로 갔다. 벌써 몇 명이 식당 앞쪽에 와 있었는데, 아침에 줄 곳 서서 얼굴을 익힌 터라 반갑게 인사를 나눴다. 식당은 오후 한 시에 오픈해서 우리는 호텔 레스토랑 한쪽에 세팅된 테이블에 앉았다. 서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음식을 기다려 사진도 찍었다.


오늘 점심은 20유로인데 공짜로 먹을 수 있어 기분이 좋고 무안 자신감도 생긴다. 선착순 열 명의 자리를 따로 마련해 끝인사를 나눌 수 있고 각자 소감을 이야기할 수 있어 무척 기뻤다.

애피타이저로 영양이 풍부한 빵이 나왔고 우리나라 국 같은 수프가 나왔다. 정식 본 메뉴로 돼지고기 스테이크가 그리고 후식으로 생크림이 섞인 푸팅 같은 빵이 나왔다.

빠라도르 호텔에서 식사

이곳 음식점이 산티아고에서 아주 유명한 곳인가 보다. 화장실을 갈 때 보니 안쪽으로 엄청나게 큰 홀이 있다. 포르투갈에서 온 부부는 오후 두 시에 집에 가는 차를 타야 한다고 갔다. 67세 된 영국 아주머니는 말씀을 잘하고 애교가 많아서 우리를 즐겁게 해 주셨다.

일행들과 식사를 마치고 다시 대성당 광장에 나가서 막 도착해서 감격하며 사진 찍는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했다. 우린 피곤해서 좀 쉬고 저녁에 다시 오기로 했다. 호텔 체크인을 하고 들어가 쉬다가 5시가 좀 넘어 빨래방에 갔다. 빨래는 5유로 드라이는 시간에 따라 3~5유로까지 있었다. 빨래를 돌려놓고 돈을 찾으러 갔다. 길가라서 좀 위험하긴 한데 용기를 갖고 했다. 그런데 무엇을 잘못 눌렀는지 찾는 데 세 번 실패했다.


“이런 낭패가 있나, 이제 돈을 당장 써야 하는데 어쩌나?.”
가슴이 답답했다. 미카엘의 실망스러운 눈빛이 역력하다. 다시 오는 길에 과일을 좀 사고 빨래방에서 드라이를 돌려 호텔에 가져다 놓고 바로 광장으로 갔다. 답답한 마음을 좀 달래기 위해 미니 기차를 12유로 내고 탔다. 레온에서의 기차는 유적지를 도는 것이었다면 산티아고는 뒷골목을 보여 주는 여행이었다. 곳곳을 다니며 설명해 주고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 주니 기분이 좋았다. 45분 정도 돌고 다시 광장으로 왔다.


그곳에서 한국 사람들을 만나 돈 찾는 것에 대해 도움을 받았다. 체크카드는 안 되고 이자를 내는 신용카드라도 찾을 수 있어 다행이다. 미카엘이 맥주 한 잔씩 하자고 제안해 Bar로 갔다. 안으로 들어가 빙 둘러앉아 마시며 산티아고에 관한 이야기들을 나눴다.


그래도 마음이 잘 맞는 것은 편안하게 대화를 할 수 있는 한국 사람들이다. 다시 광장으로 와서 사진 몇 컷을 더 찍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늦은 시간이라서 호텔 가는 쪽에서 먹었다. 기쁨과 은총 속에 하루가 숨 가쁘게 흘러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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