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미영 sopia Oct 01. 2021

영화 리뷰 -《 붉은 사랑 》

홍콩 (1991년) /감독-엄호 /배우 임청하, 진한/ 95분


※ 영화 결말 포함 스포일러 주의

30년 만에 붉은 사랑(홍진)으로 재개봉


홍콩의 엄호 감독의 붉은 사랑은 1990년의 홍진(Red Dust)이 원작이다. 약간 다듬고 정리해서 2021년 9월에 재개봉되었다. 홍콩배우 동방불패의 임청하, 진한이 주연을 맡았다. 장소는 중국이며 1941년부터 1945년까지 일본군과 연합군 사이에 전쟁이 벌어지던 시기이다. 영화는 몇 가지를 극명하게 대비하여 보여준다. 주인공의 살아가는 모습과 선택을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중국 어느 마을에 한 청년 소건과 사랑에 빠진 소화는 다락방에 갇혀 있다. 친엄마는 서른에 죽었고 모빌 오일의 총대리인 아버지는 새엄마와 재혼했다. 소화가 갇혀 있는 다락방엔 책들이 많다. 밖에 나가지 못하는 소화는 책을 읽고 글도 쓰게 된다. 이런 환경이었기에 소화는 작가가 되었을 것이다. 밖에는 소화를 사랑하는 남자가 사랑을 고백하며 담장에 올라가 소란을 피운다. 소화도 큰 소리로 책을 읽고 나서 문을 열어 달라고 소리친다. 갖다 놓은 밥상엔 먹지 않아 곰팡이가 피었고 가져온 밥도 내던져 버린다.


절망하여 깨진 유리조각으로 몸을 자해한 소화. 엄마가 남기고 간 호랑이 인형에 피를 묻혀 바깥으로 던진다. 아버지가 딸을 가둔 건 남자와 교제뿐 아니라 소화 어머니가 자신을 사랑하지 않은 일종의 앙갚음이었다. 소화 작품에도 언급되었는데 아버지는 평생 좌절과 분노를 소화에게 풀었던 것이다. 아버지가 죽고 소화는 자유의 몸이 되었다. 지금은 대동아 전쟁 중이고 거리엔 일본군들이 많다. 어느 날 소화의 열렬한 팬이라는 중년 남자가 찾아왔다. 그는 일본 문화담당관인 능재(진한)다. 책을 쓴 작가 소화는 지난번  능재의 편지를 가져온 하인에게 가로 자신의 반지를 빼 주었다. 능재는 마음에 쏙 드는 문장과 거침없는 소화의 글이 좋아서 찾아왔다고 했다. 그리고 반지를 돌려주기 위해서였다. 소화는 자신의 책 속에 등장하는 인형을 사 온 능재에게 크게 감동한다.


호랑이 인형과 주인공 소화


매국노 능재와 사랑에 빠진 소화


소화는 출판사 친구(고미화) 부부와 친하게 지낸다.  글 쓴 거에 대해 충분한 보상을 얻어낼 만큼 소화는 욕심이 많다. 출판사 친구는 능재가 일본 문화 담당관이지만 매국노라며 만나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소화는 점점 그에게 마음이 끌려 사랑하게 된다. 이혼한 능재는 일본인 고모부의 도움으로 문화부에서 일한다고 했다. 능재도 미래가 없는 자신의 처지가 두렵고 불안하다. 분명 후회하고 있는데 쉽게 벗어나지 못한다. 소화 옆집 부부가 매국노인 능재를 죽이려는 음모를 꾸몄으나 들켜서 실패했다. 능재는 젊은 그 부부에게 돈 주고 이사하도록 했다. 라디오에서는 전시 상황이 흘러나오고 붉은 숄을 두른 소화와 능재가 춤추고 있다. 능재는 (귀여운 바보)라는 말로 소화의 점수를 크게 얻었다.

소화의 절친 월봉


소화의 친한 친구 월봉(장만옥)이 왔다. 그녀는 학교에 다니고 있으며 조국을 사랑하는 애국자다. 나무의 새순이 돋는 봄에 소화와 월봉 능재 셋이 걷고 있다. 능재는 몇 년 후에 살게 된다면 행복한 삶을 살게 될 거라며 시대를 잘못 타고났음을 원망했다. 시절은 봄이고 사랑은 가슴을 설레게 한다. 검문소에서 능재가 건네는 특허증을 보고 일본 앞잡이며 권력을 휘두르는 사람인 것에 월봉이 놀란다. 조국을 위해 헌신하기로 한 월봉은 일본 정부를 위해 일하는 그에게 심한 배신감을 느끼고 멀리한다. 그러나 소화는 를 사랑하고 더욱 빠지게 된다. 둘은 언약의 일환으로  붉은 사주와 끈 달린 시계를 교환한다. 능재는 상황이 위험해지고 있음을 알고 도피했다. 전쟁은 끝났지만 내전이 계속되었다. 떠난 능재 때문에 힘들어하는 소화를 월봉은 극진히 보살펴 준다. 하루는 능재를 찾으러 사람들이 몰려와 모든 물건을 부쉈다. 시달림을 받던 소화는 능재를 찾아간다. 하지만 그는 이미 다른 여자와 살고 있었고 거짓말까지 했다. 소화는 자신이 주었던 사주를 불태우고  다른 여자와 비교하는 능재에게 배신감을 느껴 떠나온다.



"양심은 개나 줘라!"


지하 형편없는 곳에 소화가 살고 있다. 월봉과 남자 친구가 소화를 찾아왔다. 정신이 혼미한 소화를 붙잡아 윌봉이 일으켜 세운다. 이때 월봉은 다시 호두를 깨물어 소화에게 주었다. 소화는 양심은 개나 주라면서 월봉이 했던 말을 하부둥켜안고 끝내 울음을 터트린다. 이때 둘이 심한 좌절을 느끼며 울 때 무척 가슴이 아팠다. 친한 친구란 힘들고 어려운 순간에 함께 해야 됨을 느꼈다. 중국 정부가 혼란에 빠지면서 금전이 대붕괴를 맞았다. 매 순간 물가는 변하며 돈의 가치가 급격히 하락했다. 방송은 돈을 환전하다가 하루에 7만 명이 밟혀 죽는다고 보도했다. 소화가 글을 쓰고 있는데 월봉이 남자 친구와 왔다. 우린 평생 셋이 같이 밥을 먹을 거라고 했다. 월봉은 남자 친구와 반정부 회의를 해서 나라를 구한다고 떠났다. 소화는 어느 날 직감으로 둘이 죽었음을 알아 챈다. 둘은 군경이 쏜 총에 맞아서 사망했다. 자신의 분신 같았던 월봉의 죽음에 처절하게 절망한 소화는 현장에 찾아가 친구의 죽음을 수습했다. 소화의 모습이 확 변했다. 순수했던 모습은 사라지고 짙은 화장과 파마 그리고 화려하게 옷을 입었다. 줄곧 그녀를 짝사랑했던 보따리장수 여사장과 지내고 있다. 모두가 힘든 상황인데 둘은 레스토랑에서 식사할 정도로 괜찮다. 그러나 소화는 사장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당시에 피아노와 과자 두 봉과 바꾸자고 할 만큼 먹고살기 힘들었으며 중국의 물가와 화폐가치는 형편없었다.


다시 나타난 능재가 자신밖에 모르자 소화는 빰을 후려친다. 그동안 힘들게 살아온 것은 안중에 없는 그에게 독립운동하다 죽은 친구 월봉을 말하며 울분을 토한다. 이제는 믿지 못한다는 소화에게 한번 더 기회를 달라고 다. 그러다 둘은 체포되었다. 능재는 들리지 않는 말이지만 소화에게 사랑한다고 고백했다. 위험한 상황에서 둘은 능재의 거짓말과 소화의 순발력으로 위기를 모면하고 도망친다. 사장은 소화에게 배표를 구했으니 난세에 외국으로 떠나자고 말한다. 배가 도착하고 여사장은 소화를 기다리지만 소화는 능재와 함께 있다. 이것이 진정 사랑의 힘인가? 능재가 나중에 감옥을 간다 해도 기다릴 수 있다고 소화는 말한다. 영화는 복선을 깔아 놓았다. 소화가 쓴 책의 내용이다. 호랑이 인형을 옥란이 들고 다녔다. 옥란은 아버지가 죽고 삼촌이 종으로 팔았다. 게다가 집주인에게 능욕을 당해 아이를 갖었다. 후에 사랑했던 춘망을 만나 살게 된다. 춘망은 병든 옥란을 어머니께 맡기고 구국을 위해 싸웠다. 국가가 힘들 때 사나이는 목숨을 바쳐야 한다는 그의 바람대로 싸우다 죽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평생 함께 하고 싶었던 옥란은 자살을 시도했으나 죽지 못했다. 구해준 그를 평생 원망했는데 옥란은 그와 살면서 월봉을 낳았다.



"살아서 다행이에요. 신 중국을 못 볼 뻔했어요."


해방 후 혼란스러운 주인공들


해방 후에 수많은 사람들이 배를 타러 갔지만 군인 소송으로 바뀌어 탈 수 없다. 문을 닫아  사람들이 창을 깨서 배를 타러 가는 혼란한 상황에도 여사장은 소화를 기다린다. 군인들은 연신 배를 타려는 사람들을 끄집어 내려 물에 빠트렸다. 결국 능재는 배를 타고 소화는 타지 못했다. 같은 상황에 놓여 있었지만 배는 떠나고 소화에게 다가온 사람은 여사장이었다. 능재는 애만 쓰다 말았고 사장은 소화를 찾아냈다. 잘 돌봐주고 싶을 뿐이며 나중에 장선생에게 가도 개의치 않을 거라고 했다. 아무런 대가 없이 소화를 사랑한 그였다. 정세가 안정되고 노인이 된 재가 소화 소식이 궁금해 나타났다. 그사이 소화는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그건 그녀가 쓴 책 때문이 아니었다. 해방 직후에 첫 입성한 해방군이 소화를 구해 주었는데 이 같은 말을 남겼다고 한다.  "살아서 다행이에요. 신 중국을 못 볼 뻔했어요." 그래서 어쨌든 소화는 중국에서 유명한 사람이 되었다.


이영화는 중국의 시대적인 배경과 아픔을 담고 있다. 대동아 전쟁 중에 중국 사람들의 혼란스러운 정치상황과 갈등을 다루고 있다. 소화라는 주변 인물 통해서 말이다. 소화는 주변의 질타를 받는 매국노 능재를 사랑했다. 소화의 절친인 월봉은 독립군으로 나라에 목숨을 바치며 대비가 된다. 소화는 도망자 능재를 사랑하게 되고 구국을 위해 애쓰는 월봉 사이에서 갈등한다. 죽이려는 음모와 비난에 대해 능재도 갈등 하지만 끊지 못한다. 능재는 소화를 사랑하지만 이기적이고 음모가이다. 그래서 진정으로 사랑하지 못한다. 보따리 장수인 여사장은 대가 없이 소화를 사랑하고 기다려준다. 소화의 사랑이 일편단심 능재를 향하고 있지만 여사장은 일관되게 소화를 향해 있다. 그러나 여사장이 마무리 사랑해도 소화 마음이 능재를 향해 있으니 어쩌랴~ 해방 후에 능재가 사라지고 소화는 잠시 여사장의 도움을 받고 생활했다. 수많은 인파에 휩쓸려 배 앞에 섰을 때도 능재는 떠났고 여사장은 소화 앞에 마주했다. 무조건적인 사랑의 힘이다.



붉은 빛깔 그녀의 삶을 노래하다.


붉은 빛깔은 소화의 열정적인 삶과 닮았다. 영화에는 붉은 빛깔이 여러 번 등장한다. 소화가 유리 조각으로 자신의 몸을 그었을 때 흘린 피와 월봉이 구국운동을 하다 죽으며 흘린 붉은 피다. 그리고 붉은색은 소화의 어린 시절 사주와 스카프 그리고 립스틱 색깔이다. 능재와 언약식을 하며 건네준 붉은 사주는 소화 모든 것을 내어준 의식이라는 생각이 든다. 능재를 사랑하며 등장했던 스카프의 붉은빛은 소화의 열정과 사랑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사주와 스카프는 붉은색에 검은 글씨와 무늬가 있어 더 강렬했다. 후반 붉은 입술은 소화의 열정적인 성격을 대변해 주었다. 끝내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을 했지만 다하지 못한 삶은 책 속에 남겨 두었다. 소화는 박옥란이란 설을 남기고 수난 중에 죽었다. 비난의 화살을 받았고 후회의 삶을 살았던 능재는 죽을 무렵까지 자책했다. 그래도 가장 큰 위로는 많은 사람들이 소화를 잊지 않고 함께 하는 것이라고 자신에게 그리고 관객에게 위로를 건네며 영화는 끝이 난다. 가슴이 먹먹할 정도로 긴 여운을 남긴 붉은 사랑

은 수작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