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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Oct 22. 2021

영화 리뷰 -《 라이프 필스 굿 》

폴란드 2018년 , 드라마 / 감독 마치에이 피에프리지카 / 111분

라이프 필스 굿》은 폴란드 영화로 뇌성마비 장애인 셰맥 크자노스키의 감동 실화이다. 뇌병변 장애를 갖고 태어났지만, 감정을 느낄 수 있는 주인공 마테우스가 들려주는 성장 기록인 셈이다. 2014년에 서울 국제사랑 영화제 개막작이었는데  2018년 잠깐 개봉되었다가 곧바로 내려졌다. 그래서 에이블 뉴스 기자는 숨은 보석을 꺼내는 마음으로 이영화를 적었다고 심정을 토로했다. 영화 끝 부분에 에바 피에타를 추모하는 말은 Jak moty (나비처럼)이란 제목으로 제작된 다큐를 세상에 알린 거라고 한다. 영화감독은 친구 에바 피에타를 그리며 다큐를 영화로 만들었다.


증거

마테우스의 어린(카밀 드 카츠 분) 시절이다. 의사는 마테우스가 정신적 문제가 있어서 특수시설에 보내야 한다고 했다. 게다가 식물인간이나 다름없다는 말을 게 된 부모는 실망했다. 걷기를 시켜보지만 다리에 힘이 없어 설 수 없다. 치료해도 달라지지 않는다면서 치료사는 포기하고 가버린다. 부모는 좋아졌다고 말하지만 그건 바람일 뿐이었다. 엄마( 도로타 코락 분)는 배가 고픈지, 목이 마른 지, 사랑한다는 건지 마테우스의 말을 알아듣기를 원하지만 희망사항이다. 아버지( 아르카디 우즈 자쿠빅 분)는 주먹을 쳐서 의사를 표현하길 바라지만 그것도 안된다. 밥은 먹어줘야 하고, 일어나 앉을 수도, 말도 할 수도 없다. 마테우스는 아빠가 천문학자? 기능공? 아니면  범죄자가 아닐까 생각했다. 마테우스에게 아빠는 뭐든지 잘하는 신동이었다. 이런 내용을 주인공은 말할 수 없어 내레이션 자막으로 관객들에게 알려 준다. 실제 아빠 직업은 경찰이다. 아빠는 절대 포기하지 말라면서 다 잘될 거라는 긍정 마인드를 갖도록 도와주었다.

창밖을 바라보는 주인공 마테우스


마테우스는 자라서 청년(데이비드 가드너 분)이 되었다. 밖에 나갈 수 없는 그는 창가에 기대어 이웃들의 모습을 바라본다. 형과 함께 공원에 나갔는데 이웃들은 그를 멸시하고 지나친다. 한 소녀가 책을 읽다 가까이 다가왔다. 둘이 손끝을 닿았는데 너무 기분이 좋았다. 앙카는 휠체어를 밀어주고 동물들이 있는 공원에 데리고 갔다. 앙카는 양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아 허벅지에 맞은 자국이 있다. 마음이 아팠던 마테우스는 지나가는 앙카 양아버지한테 흙을 뿌렸다. 앙카 아버지한테 소리를 질러 신분증이 없자 경찰에 잡혀갔다. 그러나 그건 마테우스가 바라는 게 아니었다. 앙카는 아버지가 경찰에서 나오기 전에 엄마와 할머니한테 갈 거라며 문 틈으로 손가락만 닿고 떠났기 때문이다.


다 잘될 거다.(2,000년)

누나는 결혼 예정이고 형은 마도로스가 되었다. 마테우스도 모험과 변화가 필요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하게 마테우스의 옷을 갈아 입히다 엄마가 넘어져 다치는 사고가 발생됐다. 돌보기 어려워진 부모는 마테우스를 장애 시설로 보낸다. 폴란드 눈의 나라답게 눈길을 가고 있다. 센터에는 다양한 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거주한다. '다 잘 될 거야'라며 아버지가 자신에게 해 준 말씀을 마법처럼 해본다. 마테우스 역을 맡은 배우의 모든 표정과 행동은 실제 뇌병변 장애를 앓고 있는 모습 그대로였다. 배우가 아니고 실제 주인공인 줄 알았다.


웃음

마테우스는 엄마를 기다렸다. 할 말이 무척 많았기 때문이다. 마테우스는 이곳이 스포츠 캠프 같기도 하고, 아니면 휴일이 아닌가 하다가, 때로는 집에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이곳 시설에서도 서로 사랑하고 죽음을 맞기도 한다. 마테우스는 엄마가 빨리 올 거라 믿었지만 며칠 후에 왔다. 이웃들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먹을 것을 주곤 기차 시간 때문에 서둘러 갔다. "우리에게 힘을 주세요. 하느님은 널 사랑해" 신부님께서 안수하며 기도해 주신다. 마테우스는 요양보호사를 싫어한다. 누워 있을 때 밥을 먹여 주기 때문이다. 싫어하는 표시로 입술을 깨물었다. 그 이유로 앞 이를 뽑는 아픔을 겪는다. 아버지라면 이런 곳에 두지 않았을 텐데 일주일에 한 번 오는 엄마가 밉다. 마테우스가 소리를 지르고 기를 쓰다가 머리엔 헬멧을 바닥엔 매트를 깔았다. 자신을 드러내고 싶은 욕구가 생겨서 일부러 계단에서 굴러 떨어져 구급차에 실려간다. 마테우스는 희열을 느꼈다. 이유는 다들 관심 갖고 말을 걸었기 때문이다.


말들(2005년)

마테우스에게 새로운 봉사자가 왔다. 그녀는 밥을 먹여 주다가 본인이 같이 한입 먹는다. 그만큼 마테우스를 좋아한다는 표시였고 받아들인다는 몸짓이었다. 하루는 마그다가 춤을 추었는데 아름다운 실루엣을 보던 마테우스는 기분이 몹시 좋았다. 그녀는 관리자에게 마테우스가 몸이 반응하고 말을 알아듣는다고 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별로 관심이 없다. 그녀와 특별한 관계가 만들어졌다. 잠잘 때만 따로 지낼 만큼 가까워졌다. 마그다가 돕고 난 후부터는 엄마와는 대면 대면해졌다. 25번째 생일날 엄마가 케이크를 사 왔고 마그다는 늦은 밤 선물을 가져왔다. 여성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마테우스에게 책과 몸을 만지게 해 준다. 둘은 사랑하는 사이가 되었다. 영원히 지속되고 싶은 순간이었다.

마그다와 마테우스


마그다는 가족이 식사하는 자리에 마테우스를 데려가 인사시켰다. 아빠와 새엄마 앞에서 키스하고 담배 피우며 버릇없이 행동하자 못마땅해한다. 작년엔 노숙자 더니 이번엔 장애인이냐고 황당해하는 아빠~ 그러다 마테우스가 와인잔을 집으려다 넘어지고 아수라장이 된다. 그 뒤로 마그다는 마테우스 돌보는 일을 그만뒀다. 마테우스 엄마는 다리가 불편해서 절룩거리지만 센터에 와서 여전히 형제 이야기와 마을 사람들의 사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마테우스는 화가 난 표정을 짓다가 서럽게 울었다. 마그다와 헤어지고 자신의 슬픈 현실을 인지했기 때문인 듯했다. 다 괜찮을 거라는 엄마의 위로에도 마음이 아프다. 영화는 중간중간 음악을 계속해서 들려준다. 대사가 많지 않기 때문에 관객에 대한 배려라는 생각이 들었다. 센터에서 장애인들이 파티를 즐기며 춤을 추고 구경을 한다. 그들도 몸을 움직이며 즐겁고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인간

어느 날 졸라 부인이 오면서 표정으로 언어를 전달하는 모습을 보고 마테우스가 관심을 갖는다. 부인은 책자를 만들어 열의 있게 다른 장애인을 가르쳤다. 마테우스는 졸라 부인에게 말을 하고 싶은데 마음대로 안된다. 소리를 지르자 달려오는 간호사들! 마음과 다르게 손발을 흔들고 소리를 질려 소란스러워진다. 그런데 졸라 부인은 마테우스를 이해하면서 알아듣는다. 26년간 소통하지 못했지만 그림으로 표시된 언어로 하게 되었다. 하트나 화살표, 동그라미 등의 기호다. 그리고 눈을 한두 번 깜박이는 것으로 일부 소통되었다. 몇 개의 단어를 연결해 "네가 식물인간이 아니라는 이 말을 하고 싶었구나" 하고 엄마는 눈물을 흘린다. 누나도 기뻐한다. 서로 이해하고 받아들여지고 통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었다.

마테우스와 졸라 부인


졸라 부인은 마테우스에게 그들의 언어를 만들고 체계화시켜 가르쳤다. 마테우스 이야기를 쓰기 위해 기자가 찾아왔다. 그는 컴퓨터 자판기를 배우게 되고 세계 사람들과 소통하게 되었다. 아버지는 돌아가시고 마테우스는 신문 기사와 함께 유명인이 되었다. 엄마가 시설에 오자 마테우스가 정신 지체자가 아니라 규정대로 다른 시설로 보내야 한다고 했다. 인터뷰가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마테우스는 가기 싫어한다. 영화 첫 화면으로  돌아왔다. 오늘이 무슨 날인지 말해보라고 하지만 말할 수 없다. 심사위원은 마테우스에게 바보 아니냐는 말을 한다. 마테우스는 온몸으로 보여주려고 기를 쓰고 일어나 본다. 다시 시설로 왔다. 그는 컴퓨터로 세상과 소통하고 망원경으로 별을 관찰한다. 마테우스는 여기서 나가지 않았다. 그는 지금도 정신지체자 센터에 살고 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답답한 게 있을까? 걷지도 말하지도 혼자 먹을 수도 없다. 말할 수 없으니 자신의 생각이나 느낌을 표현할 수 없다. 아마 모든 장애가 나름 고충과 힘듦이 있겠지만 으뜸으로 불편하고 답답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영화에서도 그런 그를 식물인간이라고 일컫는다. 그런데 식물인간은 아니다. 차라리 그렇다면 생각하고 느끼고 몸짓으로 하는 행동은 하지 않아도 된다. 돌보는 사람도 한결 수월할 것이다. 마테우스는 뇌병변 장애가 있지만 말을 조금씩 알아듣고 자신의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다만 표현하는 방법이 소리를 지르거나 몸을 휘젓고 나부대기 때문에 간호하는 사람들은 초긴장한다.


다큐멘터리 영화라고 생각했고 주인공의 연기가 너무 자연스러워 실제 인물로 착각할 정도였다. 그러나 영화 마지막에 연기 배우와 주인공이 함께 하는 모습이 나왔다. 배우 데이비드 가드너는 실제 주인공 셰맥 크자노스키를 찾아가 그의 삶에 대해 면밀하게 이야기를 듣고 조언을 얻는 등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고 한다. 그 결과 40회 시애틀 국제 영화제, 제52회 히온 국제 영화제, 제16회 폴란드 필름 어워즈 등에서 남우 주연상을 수상하며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장애를 다룬 실화 영화로는 <달링>을 비롯 <땡큐 댄디> < 업사이드 (언터쳐블 :1%의 우정)>등이 있다. 업사이드는 영화 리뷰로 올려놓은 게 있으니 참조하세요.

망원경으로 우주를 관찰하는 마테우스


부모는 포기하지 않았고 관심을 가졌다. 아버지는 꿈을 심어주면서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도록 했다. 엄마는 아들에게 관심을 갖고 이야기를 지속적으로 들려주었다. 마테우스는 절망적인 상황이 많았지만 자신이 경험할 수 있는 것들을 해 나갔다. 악을 쓰고 울기도 하고 계단에서 구르기도 하면서 자신의 꿈을 찾는다. 그림문자를 배워서 자신의 감정을 표현했다. 강한 저항의 흔적으로 앞 이빨을 뽑는 아픔도 있었다. 신문사 방송 매체에서 그를 취재해 갔다. 그는 세상에 알려졌고 사람들은 그에게 관심을 가졌다. 마음의 문을 열고 과감히 세상과 소통하고 있는 마테우스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지금도 장애를 갖고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주며 그들과 어울려 공감하고 함께 살아갈 때 더 밝은 세상이 될 것이다.



https://youtu.be/A5 hKyLTlqb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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