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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Oct 08. 2021

영화 리뷰 -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미국 로맨스, 멜로/ 감독 크린트 이스트우드 /132분

※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음

영화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는 가을을 닮아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영화다. 가끔 빨간 지붕의 로즈먼 다리가 생각나고 그곳에서 꺾어 주었던 수수한 들꽃과 프란치스카(메릴 스트립)와 로버트 (크린트 이스트 우드)의 자연스러운 연기가 좋다.《메디슨 카운티의 다리 로버트 제임스 월러의 불륜 소설로 알려졌다. 그러다 크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져 1995년 9월 개봉되었고, 2017년 10월에 재개봉되었다. 사람들이 이 영화를 오래 기억하는 이유는 나흘간의 뜨거운 사랑을 무덤까지 가져간 주인공과 명대사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남자 주인공 크린트 이스트우드는 서부극에서 총잡이로 주로 활약했던 배우다. 그는 이영화의 감독이자 50대 이혼남인 주인공으로 출연해서 멋진 작품을 남겼다.

붉은 지붕의 로즈먼 다리  

주인공이자 감독 로버트(크린트 이스트우드)


여자 주인공 프란치스카는 화장하여 로버트와 추억이 있는 로즈먼 다리에 뿌려달라는 유언을 남겼다. 금고엔 사진작가 로버트에게서 받았던 사진과 모든 유산을 프란치스카에게 남긴다고는 문서가 들어 있었다. 또 프란치스카는 자신의 외도에 대해 남매에게 편지를 남겼다. 사진작가였고 이름은 로버트 킨 케이트이며 로즈먼 다리가 소개된 월간지도 보관하고 세 권의 일기에 로버트와의 사랑을 남겨 놓았다.

주인공 프란치스카(메릴 스트립)


시간은 196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주인공 가족은 미국 아이오아주의 시골마을에 살고 있다.  주인공 프란치스카는 마이클과 캐롤린 엄마다. 나이는 40대 중반이고 전직 교사이다. 아이들을 키우느라 남편 뒷바라지를 하며 전업주부로 살고 있다. 남편은 직업 군인으로 성격이 깔끔하고 성실하다. 그리고 다정하고 온화하며 흠잡을 데 없는 좋은 아빠다. 어느 날 일리노이 주에서 박람회가 열리던 날 남편이 남매를 데리고 나흘간 진행되는 행사에 참가했다. 프란치스카는 모처럼 한가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차를 타고 낯선 남자가 들어온다. 그는 로버트 킨케이드(크린트 이스트우드)는 내셔널 지오그라피 잡지의 기자이다. 근처 지붕이 있는 로즈먼 다리를 물어보자 설명으로 부족해 차를 타고 같이 가게 된다. 이때 함께 가지 않았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운명은 우연히도 연결된다.


차를 타고 가며 이야기하는 중에 그녀가 태어난 이태리 발리가 로버트가 머물렀던 마을이라 잘 통한다. 게다가 그곳이 예뻐서 기차에서 내렸다는 말을 듣고 낭만적인 그에게 마음을 빼앗긴다. 사진을 찍는 동안에 그녀는 기다려 주기로 한다. 그때 로버트가 보랏빛이 섞인 들꽃 몇 송이를 꺾어 주자 웃으며 농담을 건네지만 너무 즐겁다. 로버트가 대수롭지 않게 행동한 것이 프란치스카에겐 감동을 주었다. 남편은 성실하고 착했지만 이런 분위기는 주지 못했을 것이다.

들꽃을 꺾어 준 로버트


돌아오다가 프란치스카는 음료수를 마시고 가라고 권한다. 그녀는  이곳에만 머물고 있는 자신이 변화하기 싫어하는 사람 같다고 했다. 하지만 로버트는 이태리에서 이곳으로 온 것이 큰 변화를 받아들인 거라고 위로한다. 사실 프란치스카는 이곳 사람들이 착해서 살고 있지만 꿈꾸던 생활은 아니었다. 그녀는 저녁식사를 하고 가라면서 설레는 마음으로 준비한다. 저녁을 먹고 둘은 와인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로버트는 자신이 이혼한 이유가 늘 집을 비워서였다고 했다. 로버트는 길을 잃지 않기 위해서 결혼을 했는데 세계 곳곳에 길을 만들어 친구들이 많다. 한편 프란치스카는 이곳은 서로 다 알기 때문에 누가 바람피우면 온 동네가 난리라고 했다. 남편을 떠나고 싶냐고 묻자 그녀는 아니라고 강하게 말하며 당황한다. 기분을 눈치챈 로버트는 황급히 자리를 뜬다. 자신을 속이지 말라면서 그녀가 평범한 사람이 아니라는 말을 남기고 그는 밤중에 떠난다. 그때 남편에게 전화가 오고 사라지는 그를 바라보는 프란치스카. 그녀는 후회의 마음을 담아 밤에 운전해서 로즈먼 다리 잘 보이는 곳에 메모지를 붙이고 온다.


"흰 나방이 날갯짓할 때

다시 저녁 식사하고 싶으시면 오세요"


이튿날 로버트가 사진을 찍다가 메모지를 발견하고 전화한다. 예이츠 시를 인용한 멋진 문구에 기꺼이 초대에 응한다는 연락이다. 그녀는 흥분된 모습으로 14마일 떨어진 데모 마인으로 시장을 보러 갔다. 동네 사람들이 수군거림을 받는데 바람을 피운 여자다. 그것을 로버트가 봤다. 그 여자가 차에 앉아 운다. 오늘 저녁에 입을 원피스를 고르는 프란치스카! 그런데 로버트는 만나는 걸 꺼리며 전화를 했다. 레오 필드 부인이 동네 사람들에게 따돌림과 멸시를 받는 모습을 보며 혹시 그녀에게도 그런 일이 생길까 봐 걱정된 것이다. 날 생각해 줘서 고맙다면서 그래도 로즈먼 다리에서 만나고 싶다고 한다. 둘은 다리에서 만나 집으로 왔다. 목욕 후 그녀는 깊게 파인 원피스를 입고 그 앞에 나타났다.

로버트가 그녀의 모습을 보고 놀란다. 계속해서 울리는 전화를 받으며 둘은 손을 잡는다. 그러고는 음악에 맞추어 춤을 춘다. 이때 그녀는 그의 어깨에 살짝 기대고 가슴은 흥분한다. 싫으면 지금 이야기하라고 하지만 오히려 싫다고 하지 않았다고 했다. 둘은 춤을 추다가 하나가 되고 프란치스카는 어디론가 날 데려가 달라고 애원한다. 그와 사랑을 할 때 가장 그녀다웠다는 것이다.

로버트와 프란치스카

둘은 집을 떠나 하루를 보내기로 했다. 고통을 떠오르게 하는 모든 걸 떠나 차로 달렸다. 사진 찍은 것을 출간할 것을 그녀가 권하지만 그는 유명한 예술가가 될 자격이 없다고 한다. 그녀는 자신이 했던 목걸이를 그에게 걸어 준다. 다시 키스하고 둘은 껴안는다. 색소폰이 울리는 술집에서 춤추며 사랑도 나눈다. 딸은 여기까지 읽자 엄마의 일탈을 이해하면서 자신도 만족하지 않은 결혼생활을 하며 살아온 것을 후회했다. 이튿날 프란치스카는 로버트가 떠나면 곧 이곳을 잊을 텐데 이렇게 끝낼 순 없다고 한다. 내일이면 가족이 돌아오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면서 흥분한 감정을 숨기지 못한다. 로버트는 사진을 찍는 것과 이곳에 온 건 모두 다 당신을 만나려고 그랬던 것 같다고 했다. 그녀가 가지 말라고 울고 있는데 갑자기 이웃주민이 음식을 가져오고 눈치 없이 수다가 길다.


이층에 있던 로버트는 내려와서 함께 가자고 한다. 여행 가방 두 개에 짐을 싸고 빨간 드레스를 입고 떠날 준비를 하며 촛불을 켜고 저녁식사를 한다. 고심하던 프란치스카는 이건 옳은 일은 아니라며 이웃들의 수군거림과 모든 게 안될 일이라고 했다. 이곳에서 멀리 가도 늘 마음에 걸릴 거라며 사랑한 대가가 너무 클 거라고 했다. 나흘의 사랑이면 충분하다고 같이 가는 것을 포기하는 그녀에게 로버트는 천천히 결정하라고 토닥인다. 로버트는 자신의 생각대로 밀어붙이지 않고 프란치스카가 선택하도록 기다려 주었다.

"누군가와 결혼을 하고 자식을 낳기로 결정하는 순간  사랑이 시작된다고 믿지만 사랑이 멈추는 때이기도 해요. 인생은 계속되고 꼼짝 않고 자리를 지키다 보면 자식들이 자라나서 떠나며 내 인생도 가져가는 거죠!"

"모든 것이 우리가 떠나는 순간 변할 거예요. 이곳에서 아무리 멀리 가도 늘 마음에 걸릴 거예요. 우리가 함께 할 모든 순간에 당신을 사랑한 대가가 너무 고통스러울 거예요."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말하오. 한 번도 말해 본 적이 없소. 이렇게 확실한 감정은 일생에 단 한 번만 오는 거요."
프란치스카 가족 식사 장면

나흘 후에 가족이 돌아오고 일상이 시작되었다. 비 오는 날 남편과 시내를 가게 되었는데 차에서 서로 마주친다. 비에 젖은 모습으로 로버트가 보고 있다. 앞서 가던 차 안 그녀가 준 목걸이를 거는 로버트 모습이 보였다. 프란치스카는 실제 문을 열고 그에게 가려고 했으나 순간 신호등은 바뀌었다. 아쉬움에 눈물은 흐르고 '왜 그러느냐?'는 남편 말에 '울고 싶어서'라고 둘러댄다.

떠나는 로버트를 바라보는 프란치스카

그녀는 사랑은 예정된 게 아니라 알 수 없고 절대적이라는 걸 깨달았다. 로버트가 떠났어도 우리의 감정은 변할 수 있고 남편과 이루었던 사랑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말하고 싶었다. 그와 함께 떠났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 사랑의 아름다움을 누구에게 말할 수 있었을까? 그 후에 레오 필드 부인과 친하게 지내며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았다.


나이가 들고 죽음에 임박한 남편은 프란치스카에게 고백했다. 꿈을 심어 주지 못해 미안하며 사랑한다고 했다. 남편이 죽고 로버트에게 연락했지만 그는 떠난 뒤였다. 그래서 그와 연결된 유일한 곳이며 함께 갔던 로즈먼 다리에 가곤 했다. 세월이 흐른 후에 프란치스카는 로버트의 유품을 소포로 받는다. 거기엔 로즈먼 다리 사진이 실린 '내셔널 지오그라피' 월간지 한 권과 니콘 F 카메라 그리고 로즈먼 다리에 붙어 있었프란치스카가 쓴 메모지였다. 남매는 어머니 유언에 '그때의 일은 후회하지 않는다. 그 대신 사는 동안 원 없이 가족들을 사랑했으니 죽어서는 원하는 대로 그에게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프란치스카의 소원대로 화장이 되어 메디슨 카운티 다리 위에 뿌려진다. 나흘간 사랑하고 평생을 마음속에 간직했던 프란치스카의 사랑이 아련하고 아름답다.


영화와 책을 보는 이유는 우리가 경험할 수 없는 것들을 간접 체험하게 해 주기 때문일 것이다. 그 간접 체험을 통해 사고의 확장과 성장해 나감을 느끼게 된다. 기억에 오래 남는 영화, 다시 보고 싶은 영화를 꼽는다면 단연 메디슨 카운티의 다리다. 당시 부평에 살았는데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와 같이 가서 보게 되었다. 친구는 지금 나의 브런치 구독자이기도 하다. 그 후에도 올레 티브에서 몇 번을 다시 보게 되었다. 한 남자와의 나흘간의 사랑을 평생 간직하며 가정을 지켜온 프란치스카. 그녀가 당시에 가정을 버리고 로버트를 따라갔다면 어땠을까? 그렇다면 이만큼 아름답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도 언급했듯이 동네 사람들의 비난과 가족들 특히 남매가 받아야 할 상처와 아픔이 컸을 것이다. 진하게 사랑했지만 차마 따라갈 수 없었고 가정을 지키고자 했던 프란치스카의 굳은 마음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어쩌면 아내이고 엄마였기 때문에 자신의 행복보다는 가정을 끝내 지키고 싶었을 것이다.


이건 소설이고 영화이기 때문에 불륜과 사랑이 가능하다. 현실적으로 이렇게 한다면 가정은 파탄 나고 말 것이다. 살면서 너무 익숙하고 새로움이 없다면 사랑도 그만큼 식을 것이다. 요즘 남편은 임영웅 노래 (별 빛 같은 나의 사랑아)를 연습해서 나에게 들려준다. 노래를 잘하지는 못해도 와인을 마시며 들려주는 노래가 듣기 좋다. 그리고 가끔 이벤트를 마련하기도 하는데 연휴에 제주여행을 다녀왔다. 가끔 일상에서 벗어나면 배우자를 새롭게 보게 되고, 추억도 담을 수 있고 사랑도 다질 수 있으니 참 좋다. 요즘 브런치를 하느라 앉아 있는 시간이 늘다 보니 운동을 하지 않아서 살이 많이 쪘다. 좀 더 나를 가꾸고 행복한 가정이 되도록 노력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남편과 늘 연애하는 기분을 만끽하고 살려면  끊임없이 나를 가꾸고 배우자와 보조를 맞추고 살아야 하기 때문이다. 이영화의 모델이 되었던 로즈먼 다리는 안타깝게 몇 년 전 방화로 소실되었다고 한다. 지붕 있는 로즈먼 다리와 수수한 들꽃을 생각하며 감동 있는 영화를 추천한다.


https://youtu.be/EQjmbMhcU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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