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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Sep 10. 2021

영화 리뷰-《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다큐멘터리 드라마 / 감독 - 진모영 / 85분

영화결말 함입니다.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는 2011년 인간극장에서 방송되었던 '백발의 연인'편에 출연한 조병만. 강계열 부부 노년의 사랑을 그린 다큐 영화이다. 2013년에 촬영하여 2014년 11월에 개봉되었으며 <워낭소리> 296만 명을 제치고, 480만 명으로 독립영화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했다. 제목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은 고조선 시가인 공무도하가의 첫 절에서 따 왔다고 한다. 강원도 횡성 산골 마을을 배경으로 생활하는 평범한 노부부의 일상에 대한 기록이다. 노부부는 혼인 후 76년을 살아왔으나 어딜 가나 다정하게 손을 잡고 다니신다. 한복을 커플로 입으시며 젊은 사람 부럽지 않게 장난도 치고 사랑표현도 멋지다. 알콩달콩 소꿉장난처럼 살아가는 두 분의 사랑 이야기를 들여다 볼까요?


영화는 흰 눈이 쌓인 산소 부근에서 할머니께서 슬프게 우는 것으로 시작한다. 횡성 마을에 조병만 할아버지와 강계열 할머니께서 살고 계신다. 6남매 자식들은 결혼해서 떠나고 애완견 공순이와 꼬마랑 같이 다. 마당에 낙엽 쓸던 할아버지는 할머니께 낙엽을 뿌리며 장난을 치신다. 왜 이러냐면서 놀라면서 할머니도 덩달아 신났다. 이것은 두 분이 장난을 즐기며 살아온 삶의 생활방식이다.

숨을 헐떡이면서도 할아버지는 국화 몇 송이를 꺾어 할머니께 드린다. 꽃을 서로 꼽아 주며 인물이 훤하다고 밝게 웃는다. 그럴 때 순수한 소녀와 청년의 모습이 보였다. 밤중에 바깥 화장실을 가도 두 분이 같이 간다. 무섭다는 할머니 요청에 할아버지는 노래를 부르신다. 동무도 잘해주고 노래 불러줘서 고맙다는 할머니가 사랑스러워 더 크게 불러 주시는 할아버지! 이보다 더 든든하고 다정다감할 수 있을까? 천상배필이 따로 없다.


마당에 흰 눈이 쌓였다. 첫눈을 먹으면 귀와 눈도 밝아진다는 할머니 말씀에 두 분이 시원하다며 드신다. 할아버지는 산의 작은 소리까지 잘 들린다고 한술 더 뜨신다. 그러다 눈을 뭉쳐 서로에게 던지며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도 만들었다. 부엌에서 불을 때며 옛날 혼인 당시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할머니 14살에 혼인했는데 어린 신부를 지켜봐 주셨다. 일꾼인 줄 알고 아저씨라고 불렀다는 어린 신부. 할아버지는 어려서 9살에 어머니를 잃고 데릴사위로 들어가 6년간 엄청나게 일 했다고 한다. 그러다 아이들을 몇 낳고 살림하다 보니, 외로움도 모르고 살았다고 회상하셨다.


설날에 두 분이 노란 한복 저고리를 입었다. 자녀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다. 티브에 곶감이 나와 먹고 싶다 말씀을 하시면, 바로 사러 가셨을 만큼 할머니를 아껴 주셨다고 한다. 엄마가 그렇게 좋으냐고 묻는 질문에 이만큼 좋다고 환하게 웃는 할아버지! 꽃 피고 개구리도 보이는 봄이다. 달래 씻는 모습을 할아버지가 보고 계시다 장난 삼아 던진 돌멩이, 할머니의 애교스러운 복수가 시작됐다. 바가지에 물을 담아서 던지니 할아버지도 맞장구를 치신다. 항상 장난을 치면서 생활하기에 일상이 즐겁다. 달래 나물에 간이 맞느냐는 할머니 질문에 맛있다며 화답하고 밥을 드신다. 할아버지는 평생 반찬 타박하지 않았다고 했다. 입맛에 맞으면 많이 드시고, 맞지 않으면 적게 드셨다. 이것이 할아버지께서 살아가는 인생철학이며 삶의 지표이다.

공짜로 얻은 강아지 공순이와 꼬마 강아지를 키우신다. 이웃집 강아지와 사랑에 빠진 공순이는 자신의 집까지 끌고 가기도 한다. 그러다 임신까지 하는 공순이! 가끔 심심하면 할머니는 노래를 불러 달라고 하신다. 할아버지는 노래를 부르며 같이 춤까지 추신다. 할아버지의 노랫소리가 구성지다. 할머니 아픈 무릎을 보여주자 영락없이 관심을 보이며 할아버지께서 만져 준다. 대부분은 그냥 지나칠 텐데 할아버지는 늘 어린 신부 대하듯 한다. 할머니는 죽어서 노란 꾀꼬리로 다시  태어나고 싶다고 한다. 할아버지는 새 중에 제일 예쁜 새는 먹새(먹는 것)라고 동문서답을 했다. 점점 기침을 심하게 하는 할아버지! 등 긁어 드리는 것으로 마음을 대신하는 할머니다. 10시만 되는 전기불을 끄는데 할아버지는 못 끄게 한다. 주무시면서도 얼굴을 쓰다듬어 주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을 더 보고 싶으신 건지, 혹시나 일어날 위급상황을 대비를 하는 건지 나름 이유가 있을 것이다.


할머니는 12남매를 낳았는데 3남 3녀를 키우셨다. 그중에 딸 5명 아들 한 명을 난리, 홍역 등으로 잃었다. 어려서 죽은 자녀들을 위해 할머니는 아동 내복을 샀다. 그것을 만져보면서 당시의 순간을 기억하며 눈물을 흘린다. 그 옆에 할아버지께서 점점 힘들어 보이는 모습이 역력하다. 무거운 거울을 걸려고 하지만 할아버지는 힘겹다. 예전에 했던 거라 자신하지만 역시 안된다. 생각대로 되지 않자 화가 나셨다. 도움으로 거울이 걸리고 한 번씩 비춰 보신다. 할머니 생신날 가족이 모였다. 노부모 모시는 얘기로 서로의 입장을 얘기하다 고성이 오간다. 어느 집이든지 큰일에 모이면 싸움하는 경우가 생긴다. 지켜보는 노부모의 마음이 저리고 아프다. 이런 모습은 큰일이나 함께 모일 때 익숙한 모습인 듯해서 씁쓸했다. 두 분께서 애지중지 키우던 꼬마가 죽었다. 할머니는 꼬마야를 연신 부르며 묻어 주었다. 리어카를 끌고 가는 할아버지의 모습이 쓸쓸해 보이고 그 모습을 보는 할머니의 모습도 애처롭다. 공순이는 새끼를 가졌다. 할머니는 예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린다. 붙들어 매 놓은 공순이를 범한 강아지 키우는 집에 새끼를 모두 갖다 줄 작정이다. 나중에 그 강아지를 욕하는 할머니의 모습에 웃음이 절로 나온다.

병원에 같이 가면서도 두 분은 손을 잡으신다. 병원 주사가 무서운 할머니는 원장님한테 아프지 않게 잘 좀 놔달라고 안해준 할아버지가 서운하다. 그래도 못 들은 척 무릎 만져 주는 것으로 화답하는 할아버지! 다리 아픈 분들에게 되돌아오는 길은 멀기만 하다. 할아버지는 기침이 심해지고 잠들지 못하는 날이 많아진다. 병원 가도 소용없고 연세가 많아서 어쩔 수 없으니 편안하게 가시게 두라고 한다. 큰아들이 형제들에게 전화해서 가족을 소집시킨다. 이불과 옷을 정리하며, 비 오는 날 외기러기 한 마리를 바라보는 할머니! 콩순이가 새끼를 여섯 마리 낳았다. 아들 셋, 딸 셋 할머니와 똑같다. 힘들고 마른 할아버지 곁에 태어 난 강아지가 재롱을 피운다. 쇠함과 새 생명이 교차하고 있다. 식사도 어렵던 할아버지는 결국 병원으로 실려 갔다. 수의를 준비하는 할머니는 무심히 흘러가는 강물을 바라본다. 할아버지는 눈 내리는 겨울에 가족과 이별하고 세상과도 작별했다. 그리고 땅에 묻히셨다. 마지막은 돌아와 영화의 첫 장면과 마주한다.

할아버지~~~
내가 보고 싶더라도 참아야 돼.
나도 할아버지 보고 싶어도 참는 거야.
할아버지요. 나는 집으로 가요.
난 집으로 가니~ 할아버지는 잘 계셔요.
춥더라도 참고~~


76년을 함께 해 살아온 조병만. 강계열 부부 노년 사랑과 삶의 이야기가 감동을 준다. 할머니 14살에 만났지만 성숙해지도록 기다려준 할아버지의 배려가 고맙다. 신뢰할 수 있는 남편이었기에 모든 걸 편하게 맡길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할머니가 청하는 어떤 것이든 잘 들어주셨다. 건성으로 흘려버리는 것이 아니다. 항상 관심을 갖고 해 주려는 정성된 마음이 있다. 서로를 향한 관심과 사랑하는 마음에 진솔함이 배어있다. 배우지 못했으며 낳은 자식 반을 잃고 키우며 살았던 삶에 고통도 많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인내하고 참고 그 안에서 보람을 느끼며 살아온 두 분께 뜨거운 박수를 보내드린다.


할머니는 귀엽고 애교 많고 할아버지는 장난기와 포용력이 많다. 두 분이 삶을 조화롭게 살아가는 나름의 방식을 터득했다. 그래서 힘듦과 노고도 씻겨 나갔을 것이고 사랑도 다져 오셨을 것이다. 부부가 60년을 해로하기도 힘든 세상에 76년을 함께 했으니 대단하다. 많이 배우고 돈을 많이 벌어도 마음이 맞지 않아서 헤어지는 부부가 많다. 여건이 좋아서 행복하게 사는 게 아니라 둘이 서로에게 맞추고 살아야 하나보다. 내가 원하는 게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들어주는 영화 주인공처럼 말이다. 함께 살다가 먼저 떠나는 할아버지를 보내는 할머니의 마음이 애절하다.

최근 소식은 강계열 할머니께서는 횡성읍내에 따님과 살고 있고 코로나 전에는 노인 대학도 다니셨다고 한다. 노래교실 다니는 것을 좋아하신다. 진모영 감독은 매년 네 차례 정도 강계영 할머니를 찾아뵙는다는 인터뷰 기사가 있다.


https://youtu.be/9 W71 sJ54 AoU


영화 주인공처럼 삶을 살다 돌아가신 시댁 조부모님과 생활했. 시댁 어르신들도 영화 속의 두 분처럼 다정하셨다. 할아버지는 호남형에 성격도 좋고 잘생긴 반면 할머니는 까만 피부에 키도 작고 욕심도 많으셨다. 당시 연세 70대이셨는데 집에서 나름 부업을 하셨다. 돈이 생기면 두 분이 함께 가까운 장에 나가 먹을 것을 사 오셨다. 그리고 낚시를 좋아했던 할아버지는 가끔 물고기를 잡아 오셨다. 그러면 할머니께서는 맛있게 양념해서 만들어 준다. 시댁에서 생활하다 살림을 나게 되었다. 분가 2년 후에 할머니께서 뇌혈관 증세로 갑자기 돌아가셨다. 그 후 할아버지께서는 조카딸과 함께 자식들 집을 다니셨다. 부천에 고모님과 막내아들이 살고 있어 왔다가 우리 집에도 오셨다. 그렇게 여기저기를 다녔던 할아버지는 마지막 들른 고향에서 돌아가셨다. 석 달도 되기 전 할머니 곁으로 편안히 묻히셨다. 삶은 유한하기에  언젠가는 죽음을 맞이한다. 살아 있는 동안에 부부 함께 마음을 맞추며 행복하게 살아야 하는데 마음과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래도 영화 주인공처럼 서로 장난치고 농담도 하면서 재미있게 살고 싶다. 두 분처럼 아껴주고 위해 주면서 평생을 배우자와 사랑하며 살 것이다. 부모님과 다가올 우리의 노년을 생각하며 이영화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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