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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Nov 19. 2021

영화 리뷰 -《 카모메 식당 》

일본 코미디 (2007년) / 감독- 오기가미 나오코 / 102분

영화카모메 식당은 무레 요코가 쓴 동명의 소설 (카모메 식당)을 각색해서 영화화한 작품으로 알려졌다. (요시노 이발관) (안경) 등을 연출한 일본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이 연출을 맡고 일본 배우 고바야시 사토미, 카타기리 하아리 등이 출연을 했다. 북유럽 핀란드에서 일본 영화의 정갈하고 소박한 이야기가 관객의 마음을 충분히 감동시킨다. 화려한 영화배우도 아니고 그냥 우리 이웃들 같은 평범한 배우들이 나온다. 비둘기의 뜻인 카모메 영화의 배경은 유럽의 북부 핀란드 나라이다. 핀란드를 동경하던 일본인 주인공 사치에(고바야시 사토미 분)는 헬싱키 외딴 골목에 카모메라는 일식당을 오픈했다. 전에 일본에 살 때 비둘기를 키운 적이 있었다. 엄마가 돌아가실 때보다 비둘기 죽을 때 더 울었다. 무술가였던 아버지는 사람들 앞에서 울지 말라고 하셨다.


사치에는 살찐 동물과 맛있게 먹는 모습에 유독 마음이 약하다. 그래서 식당 이름을 카모메라고 지었다. 식당을 오픈했지만 한 달째 손님이 없다. 키 작은 사치에를 보고 동네 할머니들은 어린애처럼 보인다고 하신다. 어느 날 일본 문화에 관심이 많은 토미가 손님으로 왔다. 토미가 첫 손님인 기념으로 커피값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사치에는 토미가 물었던 일본 만화 주제가 가사를 찾기 위해 서점으로 갔다. 세계지도를 보다가 대책 없이 헬싱키에 오게 된 일본 여성 미도리(카타기리 하이리 분)를 만났다. 미도리는 막힘없이 가사를 써 주었고 사치에는 숨통이 트이는 것처럼 시원함을 느끼게 되어 함께 집으로 오게 된다.

사치에와 미도리


꼼꼼하고 작지만 당찬 사치에와 과감하고 때로 무모한 미도리는 같이 지내게 된다. 사치에가 핀란드에 식당을 차린 것은 소박해도 맛있는 음식을 알아줄 것 같아서다. 일본과 핀란드는 바다로 둘러싸인 섬나라로 연어를 좋아하는 공통점이 있다. 그래서 취향이 비슷한 핀란드라면 살아갈 수 있겠다 싶었다. 카모메 식당 주메뉴는 주먹밥이다. 이튿날도 토미가 왔다. 미도리는 부두에 나갔다 오더니 식당 일을 거들고 싶다고 했다. 월급 줄 형편은 되지만 함께 하자고 뜻을 모은다. 손님은 공짜 커피를 마시는 토미뿐이다. 미도리는 식당 광고를 제안한다. 핀란드에 온 일본인이 고국 음식이 그리울 거라면서 알려서 손님을 늘려 보자는 것이다. 사치에는 취향을 다 맞추긴 어렵다면서 차츰 손님은 늘 거라고 했다. 정말 안되면 문 닫는 생각까지 하지만 잘 될 거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다. 사치에는 손님이 없어도 매일 청소를 깔끔하게 다. 핀란드 손님이 커피 맛있게 내리는 방법을 알려준다. 소복이 쌓인 원두 입자를 검지 손가락으로 살짝 누루는 동작과 "코피 루왁" 하고 주문을 거는 것이다. 이후 사치에는 이 방법으로 커피가 맛있다는 찬사를 듣게 된다.


미도리가 현지인들이 좋아할 만한 주먹밥을 만들자고 해서 만들어 보기로 했다. 순록 고기와 청어, 가재를 넣어 만들어 먹어본다. 뚜렷한 것을 찾지 못하자 괜한 짓을 한 것 같다고 미안해했다. 비록 실패해도 해보는 용기가 대단하다. 둘은 식당일이 끝나고 운동을 한다. 몸의 중심을 잡고 자연의 흐름과 자신의 기를 합치는 것이 합기도라고 했다. 걸으면서 번쩍 떠오르는 생각이 있었는데 시나몬롤 빵이다. 둘은 반죽으로 정성껏 만들었다. 할머니 세 분이 지나가다가 빵 냄새를 맡고 들어와 커피와 시나몬을 주문했다. 할머니들이 매일 오셨고 지나가던 사람들도 관심을 보였다. 추가로 연어구이와 야채에 순록 고기를 구웠더니 손님들의 반응이 좋다. 그런데 바깥에 두 사람이 화난 것처럼 쳐다보자 깜짝 놀란다. 그중 한 사람인 일본 마사코 (모타이 마사코 분)가 들어왔다. 공항에서 짐이 없어졌다고 했다. 사치에는 마사코를 진심으로 걱정해 준다. 마사코는 어떻게 이곳에 가게를 열게 됐는지 묻는다. 사치에는 멋진 남자를 만나러 왔다고 농담했다.  


 "좋아 보여요."

"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사는 거"


" 하기 싫은 일을  안 할 뿐이에요."


마사코는 쇼핑 후에 멋진 옷을 입고 나타났다. 식당을 향해 째려보고 있는데 그녀는 핀란드의 여교수이다. 대체 무슨 이유일까? 그런데 갑자기 여교수가 들어와 술을 달라고 한다. 술을 권하더니 마사코에게 술을 준다. 그리고 딱 한잔만 더 달라고 하더니 갑자기 쓰러졌다. 토미가 업고 부인 댁으로 갔다. 여교수는 물을 한 잔 마셨다. 핀란드 사람들은 조용하지만 친절하고 여유로운 사람들인 줄 알았다는 미도리에게 어딜 가든 슬프고 외로운 사람은 있다고 사치에가 말한다. 미도리는 세상이 끝나는 날엔 꼭 불러달라고 했다. 그만큼 사치에에 대한 믿음이 생긴 것이다. 여교수는 사진을 보여주며 남편이 집을 나갔다고 했다. 이유를 물어봐도 혼자 있고 싶다는 대답만 했다는 것이다. 뭘 잘못해서 떠났는지, 어떡하면 좋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그러나 핀란드어를 모르는 마사코는 그 뜻을 모두 이해했다. 어제 여교수를 업고 간 토미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빵과 커피를 갖다 준다.

마사코는 편찮으신 부모님들 돌보다 보니 환자를 잘 보살피게 되었다. 이제 모두 돌아가셨고 20년 만에 족쇄가 풀린 느낌이 든다고 했다. TV에서 핀란드 뉴스에서 에어 기타를 보고 반해서 오게 되었다고 했다. 기타 없이 흉내로만 기타 연주하는 것을 말한다. 다양한 행사가 즐거웠다는 마사코는 작은 거에 열을 올리는 핀란드 사람들이 좋아 보였다고 했다. 어딘지 여유가 있어 보이고 쓸데없는 일에 얽매이지 않고 느긋하게 사는 인생 같아서다. 그래서 특별한 목적도 없이 오게 되었다. 느긋하게 보내고 싶지만 쉽지 않은 게 습관처럼 할 일을 찾아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곳 사람들은 왜 이렇게 여유로워 보이는 것일까. 그러자 토미가 핀란드 숲이라고 했다. 일본 부인은 그 말을 듣는 순간 당장 숲에 가서는 버섯을 땄다. 밑에서 위로 나무를 바라보며 나뭇잎들이 흔들리는 소리가 듣는다.

 핀란드 숲에서 마사코


이제는 카모메 식당에 손님이 많고 맛에 대한 호응도 좋다. 주먹밥을 만들고 주먹밥을 먹는 모습을 지켜본다. 여교수는 지난번 죄송했다면서 식당에 인사하러 왔다. 궁금한 게 있다면서 일본에 저주를 걸 수 있는 마술이 있느냐고 묻는다. 그래서 지프라기 인형을 알려준다. 사실 여교수는 죽은 강아지가 생각나 슬픈 표정을 지었던 것이다. 넷은 친해져 하루 쉬고 놀러도 가고 사우나도 갔다. 도둑이 들어서 합기도로 제압했더니 교수의 남편이었다. 환상의 커피 루왁 커피 커피가 맛있어지는 주문이다. 넷이 커피를 마신다. 주먹밥은 일본인들에게 주메뉴다. 아빠가 운동회와 소풍 때  만들어 주었다. 부인은 짐을 찾았다. 돌아갈 때가 되었다.


"그거 알아요?

무민에 나오는 해티 패티는 전기를 먹고 산대요.

세상엔 아직 우리가 모르는 게 많아요."


마사코 부인이 일본으로 돌아갈지는 본인만 안다. 어떻게 하든 응원해 주면 된다. 미도리가 일본으로 돌아가면 사치에의 마음을 어떨지 묻는다. 어쩔 수 없다고 하자 오히려 서운하다. 마사코가 가방을 찾았다. 가방엔 버섯이 한가득이다. 짐이 이상하다고 연락했다. 옆에는 고양이를 안고 오갔던 아저씨가 고양이를 떠맡겨 가지 못했다. 그래서 함께 하기로 했다. 손님들이 점점 많아졌다. 이제는 앉을자리가 없다. 마치 잔칫집 같은 분위기다. 주먹밥을 먹고 연어 요리에 맛있게 먹는다. 드디어 카모메 식당이 손님으로 가득 찼다. 늘 자신을 잘 가꾸는 사치에는 수영을 다녔다. 그 옆에서 수영복을 입은 사람들이 사치에를 향해 박수갈채를 보냈다. 그렇게 사치에는 불가능하게 보였던 북유럽 핀란드에서 자신이 꿈꾸었던 일식집 일을 성공적으로 해 내게 된다.

네 사람의 휴가

수영중 박수받는 사치에


이영화의 재미는 인테리어와 요리에 있다. 일본이나 한국사람들도 대부분 북유럽 스타일에 모던하고 자연친화적인 가구를 좋아한다. 카모메 식당은 그런 가구들로 장식되어 있어 인테리어에 관심 있는 분이라면 눈여겨봐도 좋을 것이다. 그리고 소품이나 주방용품들도 지극히 북유럽식이다. 식당 벽에 하늘색 패널이 절반 높이가 붙여져 있고, 오픈 키친 형태로 만든 주방과 한쪽 벽에는 커다란 거울로 식당 안 전체를 비추고 있다. 그리고 테이블과 체어 등은 모두 핀란드를 대표하는 건축가 알바 알토가 1935년 디자인한 것이라고 한다. 당시 꽤나 획기적인 기술을 도입해 그가 설립한 가구 브랜드 아르텍(Artek)과 함께 만들어 낸 아이템이라고 한다. 특히 여성들은 가구와 소품에 관심이 많다. 또한 요리 중에 띠마 접시, 까만 주물냄비나 캐서롤 냄비라던지, 아베크 접시 등은 여성들의 눈을 호강시켜 준다. 이런 영화를 기획하고 연출한 감독이 여성이었기에 세심하고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가능했다는 생각이 든다.


일본 사람들은 북유럽에 대한 로망이 있다고 한다. 그래서 영화 장소를 북유럽 핀란드를 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는 차분하니 잔잔하게 이어진다. 식당을 개업하고 한 달째 손님이 없는 것부터, 한 사람 손님이 와서 커피를 무료로 주는 것까지 조용하게 지켜보고 있다. 주인공 사치에는 식당을 말끔하게 정리한다던지 자신의 건강을 위해 수영과 합기도를 꾸준하게 해 나간다. 성향이 많이 다른 미도리가 함께 하고, 짐을 잃어버린 마사코와 함께 하는 과정을 진솔하게 보여주고 있다. 어이가 없는 부분도 있기는 하지만 영화이기에 가능한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한다. 식당은 결과를 보여주기보다 시작부터 단계적으로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어쩌면 다소 지루할 수도 있지만 너무 분주하지 않고 소소한 일상 속에서 느끼는 행복을 관객과 함께 하고 싶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영화 카모메 식당처럼 인간적인 정이 넘쳐나는 식당이 많았으면 좋겠다. 한 끼 식사를 떠나서 다른 사람들의 사정을 이해하고 받아들여 주는 주인공 사치에 같은 사람이 하는 식당이다. 사치에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나 자신의 일상을 살아가는 모습을 통해 행복은 가까이 있다고 넌지시 우리에게 건네는 듯했다. 그런 식당에 가서 서로 이야기도 나누고 인간적인 정을 느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마 그런 바람을 담아서 영화감독도 이런 영화를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전에 일본 영화를 사실 일부러 기피하고 보지 않았다. 그런데 요즘 일본 영화에 대한 생각이 많이 바뀌게 되었다. 잘 찾아서 보면 우리 정서와 비슷해서 공감 가고 감동 있는 영화를 보게 된다. 이영화는 브런치 작가님께서 추천해 주신 영화이기도 하다. 영화 리뷰를 위해서는 보통 세 번 정도를 보게 되는데, 이번엔 김장하고 바빠서 한 번만 보게 되었다. 놓친 부분도 많을 거라 생각하며 부족한 부분은 영화로 감상해 보시길 권한다.



    나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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