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김영하는 2012년 이상 문학상과 현대 문학상을 수상했다. 대표작으로는 <살인자의 기억법> <너의 목소리가 들려> <검은 꽃> <빛의 제국>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 <퀴즈쇼> 등이 있다. 《여행의 이유》는 저자가 여행하면서 자유롭게 쓴 조각 글 9편 내용의 산문집이다. 2019년 베스트셀러 100권을 선정했는데 그중에 당당히 1위를 차지했던 도서이다. 책 표지는 여러 번 바뀌었음을알 수 있다.
2019년 4월에 초판을 찍고 두 달도 되지 않아 16쇄를 찍었다. 워낙에 저자가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지만 <여행의 이유>는 제목에서부터 호기심을 자극한다.여행에 관심이 있다면 읽어 볼 것을 권한다. 저자는 자신이 대학 4학년 때 첫 해외 중국 여행의 일화를 소개했다. 당시에 50세 이상만 관광 여권을 만들 수 있었다. 저자는 관광 단수여권을 만들었는데 1989년에 연령제한이 폐지되었다. 게다가 이때까지 일가족의 여권도 제한을 받았는데 '해외도피 우려'가 그 이유였다. 당시 저자는 군미필자여서 아버지 친구분이 신원보증을 서 주셨다. 귀국하여 입대하지 않으면 벌금을 내는 조건이다. 소양교육은 공산권 주민 접촉 시 유의사항이었는데 1992년에 폐지되었다.김포공항을 출발하여 홍콩 경유 상하이에 도착했다.
우리는 어느 정도의 구체적인 목표를 갖고 여행을 떠난다. 이런 내용들은 주변 사람들에게 쉽게 말할 수 있는 것들이다. 하와이 가서 서핑을 배우겠다, 치앙마이에서 트레킹을 하겠다, 이번 여름에는 인도에 가서 요가 클래스에 참가하겠다, 유럽 전역을 떠돌며 미술관을 둘러보겠다 같은 것들일 것이다. 이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우리는 열심히 준비한다. 여행지에 관한 정보를 알아보고, 숙소를 예약하고, 이동수단을 검토한다. 정해진 일정이 원만히 진행되기를 바라며 안전하게 돌아오길 원한다. 그러나 내면에서는 우리가 미처 깨닫지 못하는 바람이 있다. 그것은 여행을 통해 ' 뜻밖의 사실'을 알게 되고 자신과 세계에 대한 놀라운 깨달음을 얻게 되는 것이다.저자는 그런 것이 여행의 마법적인 순간이라 했다. 이건 뜻밖이어야 한다. 뒷 퉁수를 얻어맞은 듯한 깨달음은 대체로 예상치 못한 순간에 찾아오기 때문이다.
김영하 작가가 2005년 12월 대학교수 신분으로 소설을 쓰기 위해 한 달을 잡고 중국 푸동을 갔다. 적당한 곳을 알아보았고 예약이 완료됐다는 답변도 받았다. 그러나 그는 푸동공항에서 추방당하게 된다. 당시 저서인 간첩 이야기 '빛의 제국'이 검열로 중국 출판이 어려웠다. 혹시 이런 이유가 아닐까 생각했다. 그러나 여행 비자를 준비하지 않아서였다. 환하게 웃으며 공안이 여권을 복사하고 서류에 사인을 요청해서 통과되는 줄 알았다. 그건 추방에 동의한다는 내용이었다.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당시엔 용납이 안됐다. 중국을 다시 가려고 했으나 아내의 만류로 방에서 소설만 집중으로 쓰게 되었다. 장편소설은 탄력을 받으면 작가를 몰입하게 만든다. 집필에 전념한다면 어디서 쓰느냐는 중요치 않다는 것을 알았다. 한 달 '방에서 여행'을 마치고 한강변으로 나갔다. 마치 오랜 외국생활에서 갓 귀국한 사람처럼 모든 것이 낯설게 느껴졌다. 대체로 여행을 자주 다니는 편이지만 가장 큰 영향은 자신이 창조한 세계로 다녀오는 여행이다. 현실의 여행보다 훨씬 더 드라마틱하다는 걸 깨닫는 순간이다.
소설 쓰기는 저자에게 있어 '몰입의 여행'이다. 그는 호텔을 좋아한다. 이유는 집은 의무 공간이고 일터이기도 하다. 게다가 집안 곳곳에 살아온 상처와 기억들이 지워지지 않는 얼룩처럼 둘러 붙어 있어서다. 그러나 잠깐 머무는 호텔은 자유롭다. 호텔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마치 새 집에 들어선 설렘을 느낀다. 호텔에선 언제나 삶이 리셋된다고나 할까?저자 김영하는 영감을 위해 여행을 떠나지는 않는다. 다만 익숙한 모든 것들로부터 멀어지기 위해 떠난다. 잡념이 사라지는 곳, 모국어가 들리지 않는 땅에서 평화를 느낀다. 여행길 위의 모든 날들이 모여서 저자 자신을 만들었고 만들어갈 것이다. 살다가 어느 시기에 이르면 자연스럽게 어딘가로 떠나라고 저자의 등을 떠미는 마음의 소리가 있다. 우리는 흔히 여행을 다녀왔다고 말하지만 우리가 그 도시의 전부를 속속들이 다녀온 것은 아니다. 설령 그 도시의 주민 이라 할지라도 그 도시의 전부를 알지 못한다. 겉만 보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2011년 저자는 뉴욕에 있었다. 당시 큰 이슈는 단연 월가를 점령하는 시위였다. 저자는 지하철을 타고 가서 보게 되었다. 시위 현장은 상상했던 것과 많이 달랐다. 무질서했고 조직체계의 흔적은 따로 없었다. 지도부나 대표도 없었고 모든 참가자들이 동일한 권리를 가졌다. 긴 토론이 밤새워 이어지기도 했다. 기부 물품들이 쌓이고 대마초 냄새도 진동했다. 피자가 배달되고 공원 한쪽에 도서관이 있어 대출도 가능했다. 2016년 저자는 파리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었다. 역은 북새통이었다. 철도 노조가 총파업 중이었기 때문이다. 대체로 파업을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로 인식하고 불편을 감내하는 편이다. 어떤 열차는 취소되고, 연착도 되며 안내도 되지 않아 승객들은 신경이 곤두선다. 저자는 오래전에 기차를 예약했고 좌석도 지정해 두었지만 파업으로 인해 당황했다.불편함에도 그곳 사람들의 대가 없는 도움을 잊지 못한다. 이런 환대를 어떻게 갚아야 할지 답을 발견했다.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고 그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순환한다면 세상이 좀 더 밝아질 거라는 희망을 갖는다.
저자는 대학 졸업 무렵부터 매년 여행을 떠났다. 저자가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 우리의 현재를 위협하는 이 어두운 그림자로부터 벗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하는 동안 우리는 일종의 위기 상황에 처하게 된다. 낯선 곳에서 의식주를 해결하고 안전하게 생활해야 한다. 현재 생활이 중요하고 지금 의미를 부여하게 된다. 여행은 여기에 집중하기 때문에 일상의 근심과 후회, 미련으로부터 해방시켜 줄 것이다. 우리는 왜 여행을 꿈꾸는가. 왜 자신이 사는 곳에서 떠나려고 하는가. 김영하는 독자가 매번 새로운 소설을 찾아 읽는 것처럼 여행도 새로운 곳을 발견해 가는 재미에 비유했다. 여행은 기대와 설렘도 있지만 사실 고되고 위험하며 비용도 발생한다. 집에만 있으면 편하고 돈도 들지 않는다. 그러나 생활하다 보면 지루한 일상에서 벗어나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한다. 새로운 곳으로의 여행은 신선한 공기를 마시는 느낌이 들며 새로운 경험들과 연결되고 몸과 마음이 새롭게 바뀌는 느낌이 된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경험을 해 본 이들에게는 여행을 즐겁게 받아들이며 언제든 따나고 싶다는 본능이 생기게 마련이다.
저자 김영하는 꽤 오래전부터 여행에 대해서 쓰고 싶었다. 인간들은 왜 여행하는가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지고 답을 구하고 싶었다. 김영하의 지난 삶을 돌아보면 작가였고 여행자였다. 글쓰기와 여행을 꾸준히 했기 때문이다. 글쓰기는 쓸 기회가 많았지만 여행은 그렇지 못했다. 여행이 저자의 인생이었고 인생이 곧 여행이었다. 우리는 모두 여행자이며 타인의 신뢰와 환대를 절실히 필요함을 알게 된다. 여행에서 뿐 아니라 '지금. 여기'의 삶도 많은 이들의 도움 때문에 굴러간다. 김영하는 여행을이렇게 정의한다. 낯선 곳에 도착한 이들이 반기고, 그들이 와 있는 동안 평안하고 즐겁게 지내다 가도록 안내하는 것이다. 어쩌면 그것이 이 지구를 즐겁게 지나가도록 안내하는 것이고 앞으로 계속될 일이었으면 좋겠다고. 코로나 19로 해외여행이 발목이 묶였다. 전 같으면 당연하게 생각했던 여행의 자유가 사라지게 될 줄이야. 그래서 더 여행이 소중하게 생각이 되고 기대가 된다. 언제쯤 자유롭게 해외를 누비고 다닐 수 있을는지 기대와 설렘으로 기다려 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