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는 자신의 소개를 짧은 한 문장으로 대신했다. <기억하는 모든 것들을 위해 기억해 주는 모든 것들을 위해 매일 글을 쓰며 살아갑니다.> 이 책은 작은 제목들을 모아서 세 파트로 구분을 지었다. 1. 혼자라서 편하고 혼자라서 외롭다. 2. 괜찮다고 하기엔 너무나 상처 받은 날들, 3. 괜찮지 않은 날들로 되어 있다. 책 한 면에 한편씩의 글이 170여 편이 되어 있다. 에세이라고 하기엔 시처럼 글들이 짧고 그렇다고 시라고 하기엔 시적인 기교나 묘사는 거의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있어 다양한 상황에서 저자 자신의 마음을 표현한 글들이 대부분이다. 저자는 숨기거나 감추고 싶은 마음보다 솔직한 자신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래서 오히려 편하게 아무 곳에서나 펼쳐서 읽을 수 있는 글이고 마음의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글이라고 생각된다. 가끔은 이런 글이 마음의 여백을 만들어 주어, 바쁜 일상을 사는 우리에게 여유롭게 해 줄 것이다. 마음이 힘들 때 위로가 되는 글은 때로 아름다운 시 한 구절이듯 짧은 글이 주는 담백함과 여운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말을 하지 않아도 조용히 다가와 누군가 나를 안아 줄 때처럼, 잔잔한 모습으로 우리의 마음을 위로하고 있다.
김수민 작가는 인스타의 핵 사이다 글로 알려진 SNS 작가이다. 저자는 날 것 그대로의 감정들을 표현하고 있는데 그래서 부담 없이 읽기 편하다. 관계에서 오는 스트레스, 인간의 부질없음을 표현했다. 어떻게 관계를 맺고 이어가고 살아갈 지에 대한 고민과 반성, 그리고 다짐의 글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이 책의 프롤로그에 이렇게 썼다. 어쩌다 보니 어른이 됐고, 어쩌다 보니 사람들 틈에 섞여, 어쩌다 보니 혼자가 됐다고 했다. 나도 모르게 지나간 시간들과, 나를 두고 떠나간 시간들과, 나를 위해 곁에 남아준 인연들을 회상한다. 이제야 인생을 조금은 알 것 같다는 저자. 오히려 완벽하지 않아서 행복한 날들이었다고. 이제부터 우리 인생은 진짜 시작이라고 고백한다. 책을 읽다 보면 많은 부분에서 나만 이렇게 힘들고 외롭고 슬픈 게 아니라 다행이라는 위로를 받는다. 코로나 19로 그동안 지치고 힘든 우리에게 저자는 순수함과 사랑으로 다가와 말을 건넨다. <혼자여도 위로는 필요해>라는 말을 < 혼자여서 위로가 필요해>라는 말로 해석해 본다. 책 내용 중 몇 편의 글을 소개한다.
애쓰지 마
사람 때문에 속 썩을 필요 없다.
시간이 지나면 다 알아서 걸려
진짜인 거 같은 내 편도
너무나 확실한 가짜가 되기도 하고
혹시나 의심했던 가짜가 진짜가 되기도 하고
모두 가짜일 수도 있고
결국은 시간이 지나 봐야 알지
오래된 소중함
쉽게 친해지는 관계는 쉽게 멀어진다.
말뿐인 관계는 결국 말뿐이어서 끝난다.
빨리 타오른 관계는 그만큼 빨리 식어 버린다.
별별 관계들을 겪어보니
친하다고 유별 떨지 않아도
매일매일 만나지 않아도
말을 하지 않아도
오랜 세월 한결같이 변함없이
내 곁을 지켜주는 이들이
그렇게 소중할 수가 없다.
네 잘못이 아냐
자꾸 이해하고 참는 게 습관이 된 사람들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일어난 잘못들을
다 자기 탓으로 돌린다.
충분히 화가 나고 서운할 만한 상황인데도
" 그냥 내가 이해할 걸 그랬나"
그냥 내가 좀 더 참을 걸 그랬나"
자기 탓으로 돌리며 자책만 하고 있다.
괜히 모든 문제의 원인을 자기 탓으로 돌리지 말자.
관계에서 오는 어떤 문제도 한쪽만의 잘못으로
벌어지는 일은 없을 테니까.
완벽한 내편은 없다
항상 사람 조심해라.
조심하고 또 조심해야 할 게 사람이다.
사람만큼 모진 것도
사람만큼 약한 것도 없다.
앞에선 웃고 공감해 주는 척 맞장구쳐도
뒤에선 무슨 말을 할지 모르는 게 사람이다.
그 누구도 완벽한 내편은 없다.
입조심, 사람 조심
제발 조심해라
나 좀 챙겨줘요
누가 나 좀 챙겨 줬으면 좋겠다.
때 되면 밥은 먹었는지
잠은 잘 잤는지
아픈 데는 없는지
어디 가고 싶은 데는 없는지
오늘 하루 종일 속상한 일은 없었는지
그냥 나의 하루를 궁금해하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나의 일상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당장 멈춰야 할 5가지
1. 너무 많이 생각하는 것
2. 스스로를 너무 많이 생각하는 것
3. 과거에 사는 것
4. 변화를 두려워하는 것
5.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려고 노력하는 것
견뎌내고 있는 너에게
인생이란 살아 있기만 하면
어떻게든 풀리더라.
그러니 너도 하루하루를 견디고 살아
네 삶이 어떻게 변하는지 눈 크게 뜨고 지켜봐
그때 힘든 시간들 잘 버텨줘서 고맙다고
네가 너 자신을 꼭 칭찬해 줘
그리고 언젠가 네가 겪었던 힘든 일들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이야기해 줘
그것은 다른 누군가에게
살아가는 방법이 될 테니까
약속해
수많은 상처 앞에 상처 받지 않기
수많은 상처 앞에 무너지지 않기
상처 주는 사람을 허락하지 않기
나에게 상처 주는 인연을 지키려고 애쓰지 않기
사람은 절대 변하지 않는다는 걸 잊지 말기
사람은 힘들 때 무너지는 것이 아니라 사랑받지 못하고 위로받지 못할 때 무너진다. 별거 아닌 말 한마디라도 비록 진심이 아닌 걱정일지라도 누군가 해 준 그 한마디가 사람을 견디게 하고 일어서게도 한다. 그것이 칭찬과 격려라면 더 큰 위로가 된다. 정말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할 대상이 있다면, 아플 때는 아프다고 말할 수 있는 상대방이 있다면. 그런 사람이 옆에 있다면 어쩌면 그것으로도 충분히 위로가 된다. 우리의 삶은 누군가 내 옆에 다가오기도 하고 때로는 혼자 남겨질 수도 있다. 사람들과 뒤엉키기도 하고 그 안에서 갈라지기도 한다. 그러다 혼자가 되기도 하고 상처를 받고 상처를 준다. 슬픔을 느끼다 행복을 느낀다. 괴롭다가 즐겁다가 울다가 웃는다. 자책도 했다가 그리워했다가 후회도 한다. 삶은 이런 과정들의 반복일 테고 그 반복 속에 우린 성숙해진다. 저자의 글처럼 관계 속에서 누군가 나에게 관심과 사랑으로 다가와 괜찮냐고 물어봐 준다면 위로와 감동을 받게 될 것이다. 받는 것도 좋지만 누군가에게 주게 될 때 더 행복을 느끼지 않을까? 누구나 간절히 바라고 있는 건 진심 어린 관심과 사랑 그리고 위로일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