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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Feb 27. 2021

Day 10.  한국 순례자들과 동행하는 즐거움

나헤라 → 산토 도밍고 데 라 칼사다 21.3km (08,23)

나헤라 산타마리아 알베르게 직원들이 새벽부터 나와서 순례객을 돌보아 주는 모습이 친절하고 푸근하다. 이곳 숙박비는 도네이션, 즉 각자 알아서 지불을 하는 것이다. 우린 얼마를 낼까 고민하다가 20유로를 냈다. 설은 별로지만 봉사자들이 친절하다. 그리고  한국인들과 이곳에 유쾌한 시간을 보낸 값을 보태서  것이다. 오늘은 오전에 들려야 하는 마을이 두 군데이다. 나중 마을은 일부러 가야 하는 곳이라, 첫 번째 마을에서 가볍게 차를 마시고 요기를 했다.


중반 이후 능선이 완만한 오르막으로 이어지다 내리막이고. 이후 다시 오르막이다. 오르막보다 더 우리를 힘들게 하는 건 걷는 길에 나무가 없어 그늘이 없다는 것이다. 스페인의 태양은 극도로 뜨겁다. 스페인 사람들은 오후 2시부터 5시까지 휴식의 시간을 갖는다. 우리도 걷는 것을 되도록 오전에 마치고, 오후에는 쉬면서 빨래도 하고 휴식을 갖으며 마을을 구경한다. 그러나 부득이 늦게까지 걷는 경우도 있다. 


오늘은 40대 한국인 세 명의 장년들과 재미교포 월터 신이 동행이다. 각자 페이스대로 가기 때문에 걷다 보면 만났다 헤어지기를 반복한다. 오늘은 21.3km로 다소 거리가 짧아 심적으로 아주 여유롭다. 걷는 도중 대화도 나누고 사진도 찍고 장난도 치면서 걸었다. 혼자 이 길을 걷는다면 영성적으로 도움은 되겠지만 재미는 없을 것이다. 


까미노에 함께 하는 40대 젊은이들 때문에 순례 여정이 더 풍성하고 즐겁다. 걷다 보니 일행은 앞서가고 미카엘과 둘이 걷게 되었다. 포도밭 옆을 지루하게 걸어 내려오는데 전에 숙소에서 같이 묵었던 분들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마치 오래된 친구들처럼 붙어서 사진을 찍고 악수도 하였다.


비방코 가기 전에 미카엘과 포즈를 취하며 함께 사진을 찍었다. 이후 산토도밍고 칼사다에 도착하여 마트에 가서 시장을 같이 봐 왔다. 오늘의 주메뉴는 감자, 양파, 돼지고기, 당근 등을 올리브에 소금과 라면 수프를 넣고 볶아내는 돼지고기 채소볶음이다. 물론 저렴하고 맛도 좋은 와인을 함께 마실 거다. 주방은 저녁 준비로 분주하다. 끼리끼리 모여 자신 있는 요리를 해 먹는 모습이 보기 좋다. 우리는 밥과 채소볶음을 큰 냄비에 조리해서 한쪽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이렇게 한국인들을 만나 까미노를 걷고 순례하게 될 줄 몰랐다. '아마 우리 둘만 계속 걸었다면 어땠을까?'많이 힘들고 지쳤을 것이다. 산티아고 길에서 만나자고 약속한 것도 아닌데 자연스럽게 만나 순례길을 걷는 것이 정말 좋다. 얼마나 풍요롭고 재미가 있는지 감사를 드릴 따름이다. 옆에서도 삼삼오오 모여 즐거운 식사 시간을 보내고 있다. 모두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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