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일행과 오늘의 목적지벨로라도를 가기 위해 길을 나섰다. 벨로라도는 중세의 왕국들이 서로 차지하기 위한 격전의 장소였다고한다. 띠론 강변에 위치한 도시로 벨로라도 이름의 어원은 '아름다움'의 단어에서 왔다고 전해진다. 벨로라도는 상업이 발달했던 도시로 특히 모피산업이 발달해서 질 좋은 가죽제품이 많다고 한다. 그리고 스페인에서 가장 오래된 축체를 즐길 수 있으며, 다양한 가죽제품 쇼핑도 가능하다.
우린 출발하여 한참을 걷다가 바에 들어갔다.푸드트럭에서 젊은 부부가 운영하는데, 친절하고 음식도 다양해서 손님이 많다. 자리를 잡고 요기가 될만한 것들을 시켰는데 특히 혼합 샐러드가 푸짐했다. 다양한 빛깔의 채소와 과일로 만들어 샐러드 색감이 눈으로도 봐도 예쁘다. 다음을 걷기 위해 먹으면서 편안히 쉰다.
잠시 휴식을 할 때 발 관리가 무척 중요하다. 매일 걷기 때문에 발이 고생하기 때문이다. 발가락 양말과 등산 양말을 신고 발목까지 오는 등산화를 신고 20km 이상을 걷다 보면 발바닥이 아주 뜨겁다. 바에 들릴 때마다 가장 우선으로 하는 건, 먹을 것을 주문하고 발에 바람을 쐬어 주는 일이다. 그렇지 않으면 발바닥에 물집이 생겨 잘 걸을 수 없게 된다. 그런 것을 방지하기 위해 순례자로서 발을 통풍시키는 일은 아주 중요하다.
충분히 쉬고 다시 출발하여 두 마을을 지나쳐 갔다. 갈증이 나서 다시 바에 들어가 시원한 맥주를 시켰다. 다른 곳보다 좀 비싸긴 했는데 맥주잔을 냉동시켜 따라주는 맥주 맛은 환상적이었다. 스페인에 와서 평생 먹을 맥주를 다 마시는 것 같다. 목이 타는 갈증 뒤 마시는 시원한 맥주 맛은 단연 최고다. 강렬한 태양이 내리쬐는 길을 걸어 땀으로 배출이 되어서인지 많이 마셔도 취하지 않는다.아마 맥주가없었으면 못 걸었을 것 같다. 정말 덥고 힘들어도 맥주마실 기대에 길을 걷고, 다시 맥주를 마신 힘으로 용광로처럼 뜨거운 길을 걷는다. 스페인의 순례길에서 맥주는 없어선 안 될 중요한 음료 중에으뜸이다.
다시 도롯가로 길이 이어진다.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우리는 단체 사진을 찍고 둘이 포즈를 취하기도 했다. 특히 원일이 가장 멋지게 나올만한 각도를 살려가며사진을 찍는다. 개인으로 찍는
사진도 프로 사진사처럼 동작과 표정을 요청한다. 그리고 우리의 다섯 그림자를 모아서 멋진 작품 사진도 찍었다.이 순간은 지나지만, 사진은 오래도록 오늘을 기억하게 해 줄 것이다. 그래서 길을 걷는 것이 무척이나 지치고 힘들어도 셔터를 누른다. 함께 할 친구들이 있어 까미노가 더욱 풍성하다.
오늘 숙소로 오는 길은 멀지 않아서 다행이다.매일이 그렇듯이 도착지에 가까워질수록 온몸의 힘이 쏙 빠진다.우리는 띠론 강변에 있는 벨로라도 마을에 국립알베르게를 찾아왔다. 37명 수용하는 작은 곳인데 프랑스에서 오신 87세 할아버지도 오셨다. 숙소 위로 큰 나무 서까래가 있어 좀 불편하다. 씻고 좀 쉬다 일행들과 장을 보러 갔다. 앱으로 마트를 찾았으나 쉽게 찾지 못했다. 물어서 갔는데 숙소와 꽤 떨어져 있다.
오늘은 내 생일이다. 분위기 있는 곳에서 편안하게 먹고 싶었으나 저녁 8시쯤 문을 연다고 한다. 할 수 없이 알베르게에서 냉동 피자와 하몽 그리고 와인으로 생일파티를 하기로 했다. 그런데 주방은 형편없이 안 좋았다. 그래서 음식을 만들기는커녕 냉동 피자 데우는 것도 안 된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2층에 있는 식탁에서 일행과 앉아 파티를하기엔나름대로 괜찮다,
재미교포 월터가 고급 와인 4병을 선물했다. 우린 여럿이 모인 자리에서 나름대로 파티를 즐겼다. 난 감사함을 표현하며 동영상도 찍었다. 스페인 벨로라도에서 한국 순례자들의 축하를 받으며 보낸 아주 특별한 생일이다. 이곳에서 만난 순례자들과 생일파티를 즐기다니 정말 오래 기억될 생일이고 기분 좋은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