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포 선라이즈 <Before Sunrise>는 1995년에 공개된 로맨스 드라마 미국 영화다. 리처드 링클레이터 감독의 비포 시리즈 영화 중 첫 번째 작품으로 작품성이 높게 평가된다. 공간적인 배경은 오스트리아 빈이며 시간적 배경은 1994년이다. 대부분의 재상영되는 영화에는 나름 의미가 있다. 이영화도 2016년 재상영될 만큼 사랑하는 연인들에게 특히 관심이 많은 작품이다. 파리로 돌아가는 셀린(줄리 델피)이 기차를 타고 가고 있다. 신문을 읽으며 대화를 나누던 중년 부부가 계속해서 말다툼을 하자 옆에 앉았던 셀린은 자리를 옮긴다. 제시(에단 호크) 옆 건너편 자리에 앉게 되면서 둘의 인연이 시작된다. 둘 다 손에는 책을 들고 읽고 있었다. 싸우던 부부가 다시 들어오자 둘은 피해서 휴게실로 간다. 제시가 셀린에게 영어를 잘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LA에서 학교를 다녔고 런던에서도 생활했다고 한다. 제시는 미국인이라 영어를 잘하지만 다른 나라 말은 어렵다. 셀린은 부다페스트 외할머니댁에서 파리로 돌아가는 중인데 소르본 대학 개강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제시는 여행 중이었고 비엔나 가서 미국행 비행기를 탈 예정이다
셀린의 부모는 자신의 비현실적인 야망을 소위 잘 나가는 직업에 연관시키셨다. 제시는 어릴 때 거짓말 탐지기였는데 거짓말을 정확하게 짚어냈다. 고등학교 때는 자신의 인생에 간섭받기 싫어했다. 제시는 어린 시절을 마법의 시간이라고 했다. 가족이 할머니가 돌아가셔서 3살쯤 플로리다에 갔을 때 엄마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해 주셨다. 정원에서 호스로 물을 뿌리다 생긴 무지개 넘어에서 할머니의 모습을 보았다고 했다. 한참을 그렇게 서 있다가 호스를 놓아버렸을 때 할머니의 모습도 사라졌다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그래서 부모님께 말씀드렸고 부모님은 죽은 사람은 만날 수 없다면서 상상의 결과라고 했다. 제시에게 죽음에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은 운이 좋다고 했다. 셀린은 매 순간 죽음이 두렵다고 했다. 비행기를 탈 수도 있었는데 그래서 기차를 탔다. 비행기만 타면 자꾸 폭발이 연상되기 때문이다. 죽기 몇 초전만 생각하면 극도로 피곤해진다.
연극 티켓을 받는 장면
도착하자 더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제시는 셀린에게 비안네에서 같이 내리자는 제안을 한다. 둘은 내려서 잠시 어색함을 뒤로하고 현지인에게 관광할 만한 곳을 묻게 된다. 그러자 ' 어떻게 왔느냐'는 질문에 셀린이 신혼여행을 왔다고 엉뚱한 대답을 한다. 배우인 그들은 연극 티켓을 주며 초대한다. 둘은 관람 차을 탄 후에 연극 구경을 가기로 한다. 둘은 서로를 알기 위해 진실게임을 한다. 셀린은 수영선수에 대한 에피소드를 들려주었다. 친구를 대신해서 수영선수에게 친구가 좋아한다고 고백하자 셀린을 좋아한다고 해서 당황했다. 셀린도 수영선수 섹시한 모습을 좋아했지만 고백받은 후 만나지 않았다. 공교롭게 제시가 수영선수라고 했다. 제시에게 사랑에 빠진 적이 있느냐는 셀린의 질문에 몇 번 좋아하는 감정을 갖긴 했어도 진심 아름답지는 않았다고 한다. 다음은 셀린에게 제일 화나게 하는 걸 물었다. 낯선 남자가 말을 걸 때이고 전쟁에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라고 했다. 그리고 우리 정신을 지배하려는 대중매체도 파시즘 같아서 싫다고 했다. 제시는 환생에 대해 질문했다.
레코드점에서
관람차에서 내려 음악 레코트를 파는 가게로 갔다. 둘은 음악실로 들어가 서로 몰래몰래 쳐다보며 쑥스러운 마음을 감추었다. 불편하지만 좋고 설레는 감정을 표현한 명장면이다. 공원에도 갔는데 그곳은 무명 무덤이 있는 곳이었다. 보트 사고로 죽은 이들이거나 투신한 사람들이라고 한다. 어릴 때 셀린은 자신이 가족들 모르게 죽는 건 죽음이 아니라고 했다. 둥글게 타는 놀이기구에서 다뉴브강을 바라보기도 했다. 석양도 물들고 분위기 좋은 곳에서 둘은 키스를 하면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였다. 한결 가까워진 둘은 길거리를 거닐면서도 이야기를 즐겼다. 제시의 부모는 이혼했다. 자신과 누나 때문에 대신 늦게 갈라섰다고 했다. 엄마가 원치 않는 임신이었다는 말은 제시의 사고방식에 큰 영향을 주었다. 셀린의 부모는 행복하게 잘 사신다고 했다. 카페에서 손금쟁이가 셀린에게 힘과 창조력이 있다면서 성공할 거지만 삶이 서투르다는 것을 받아들이도록 조언했다. 평화를 찾을 수 있다면 타인과 진실된 교류를 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두 분은 별이며 우주진이라고 했다. 제시는 오늘의 운세를 본 거라 생각했으나 셀린은 모두 맞추었다고 기분 좋아한다.
공원묘지
셀린은 종교는 거부하지만 상실감이나 고통, 죄책감에 답을 구하는 것에는 연민을 느낀다고 했다. 수많은 세대의 수많은 고통과 행복이 한 장소에 융합돼서 감격했다. 셀린은 누워서 죽음을 앞에 둔 노파가 회상하는 게 삶이라고 생각한다. 인생을 그 노파의 기억이라고 한다. 제시는 자신이 13살짜리 꼬마가 앞길을 모르면서 인생을 살아가는 것 같다며 학예회를 앞두고 리허설하듯 삶을 산다고 했다. 셀린은 그럼 관람차에서 노파가 꼬마한테 키스한 거냐고 반문한다. 둘은 거닐면서 이야기를 나눈다. 셀린은 지금 여기 있는걸 아무도 모르는 게 기쁘다고 했다. 나쁜 점을 말해줄 사람을 모르고 있는 것도 좋다고 했다. 셀린은 남자를 사귀기 시작할 때면 장군이 된 느낌이 든다고 했다. 전술을 짜고 작전을 세우고 남자의 약점을 파악하고 뭘 싫어하는지 좋아하는지 알아내는 게 끔찍하다고 했다. 제시에게 함께 하게 된다면 어떤 점이 화나게 만들 것 같으냐고 묻는다. 대답하기 싫다며 전에 사귀던 여자도 물어봐 비판하는 점이라고 말했다가 헤어졌다고 했다.
둘은 클럽에 들어갔다. 맥주를 마시며 핀볼 게임도 했다. 남자 친구와 헤어진 이야기를 했다. 멍청한 데다 못생기고 침대에선 형편없고 알코올 중독이었다. 그래서 잘 보살펴 주었더니 셀린이 사랑이 과하다며 떠나갔다. 셀린이 자기 예술적 표현을 가로막았다는 것이다. 셀린은 그에게 집착했고 상처를 받아서 결국 정신과까지 가게 되었다. 제시는 사실 여행하려고 프랑스에 온 게 아니었다. 여자 친구와 여행을 하기 위해 돈을 모았고, 떨어져 지내던 여자 친구가 둘이 있는 걸 피하면서 친구들을 불렀다. 그래서 차였다고 생각해 비엔나에 오게 되었다고 한다. 제시는 게임장에서 나와 원숭이 이야기를 꺼내며 남자들이 바람피우는 것을 정당화하듯 말했다. 생물학적 근거가 있다는 것이다. 둘은 걸어가면서 끊임없이 말을 이어갔다. 길에서 출산 춤을 추고 있었다. 흥미롭다 싶은 건 모두 돈을 내야 했다. 출산할 여자 곁에서 저런 춤을 추다 산모까지 추게 되는데 출산의 고통을 줄여주는 의미가 있다고 한다.
둘은 대화의 주제가 정말 풍부했다. 셀린은 남자에 인생을 걸지 않은 것처럼 행동해야 된다는 거에 의무감을 느낀다고 했다.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는 게 셀린에겐 아주 큰 의미라고 했다. 우리가 살아가면서 하는 모든 일이 좀 더 사랑받기 위한 거 아니냐고 했다. 제시는 좋은 아빠와 남편이 되는 꿈을 꾼다고 했다. 그러다 혹시 내 인생을 망칠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좋은 가장보다는 자신이 월등히 잘하는 걸 알고 싶다고 했다. 셀린은 어느 분의 얘기를 하면서 나중에 남들에게 베풀지 못한 삶을 살았을 때 후회할 수 있다고 했다. 만약 신이 있다면 그 신은 우리 각자 안에 존재가 아니라 우리 사이에 존재한다고 믿는다. 골목에서 둘은 진지하게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다시 음식점에 들어갔다. 셀린은 단짝 친구에게 내일 약속 취소를 위해 전화를 했다. 그건 손가락 전화고 자연스럽게 통화 시늉을 했다. 간접적으로 제시에게 마음을 고백하는 셀린의 대화이다.
설득당했어. 그렇치만 나도 같이 내리고 싶었어. 멋진 점에 맘을 빼앗겨거든. 증조할머니 유령을 봤다는 거야. 뒤뜰에서 햇빛을 보며 물을 뿌렸을 때 나타난 무지개 너머에 할머니가 나타났다는 거야. 그 얘기를 해주는데 그때 홀딱 반했어. 아름다운 꿈을 가슴에 품은 꼬마애를 상상해 봐, 난 덫에 걸렸어. 얼마나 귀여운지 아름답게 빛나는 파란 눈에 예쁜 분홍빛 입술 기름기 흐르는 머리야. 키는 큰 편이고 좀 덤벙대. 고개를 돌린 날 쳐다보는 제시 눈빛이 좋아 키스할 땐 사춘기 소년 같아 너무 귀여워. 시간이 지날수록 제시가 점점 좋아져. 그런데 개가 날 무서워할지도 몰라, 음흉하고 비열한 여자로 보고 있는 게 분명해. 날 그런 여자로 생각만 했으면 좋겠어. 넌 알잖아, 세상에서 가장 순진한 사람이 나라는 거 말이야 난 나 말곤 아무에게도 상처 안 줄 사람이잖아,
마드리드는 형편없었고 결국엔 리사와 일이 터지고 말았거든.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지나 봐! 마드리드엔 이틀만 있다가 비엔나에서 출발하는 싼 비행기표를 끊었어. 그런데 당장 떠날 수가 없었거든. 아는 사람은 만나기 싫었어. 그냥 유령처럼 아무도 모르는 존재가 되고 싶더라고, 기뻐 날뛸 것 같은데 그건 셀린을 만난 것 때문이야. 우린 모두 서로의 악마이자 천사라는 말 알지? 얘는 말 그대로 보티첼리의 천사야. 모든 게 다 잘될 거라고 얘기해 주는 천사 말이야. 어떻게 만났냐면 기차 안에서 셀린 옆에 이상한 커플이 말다툼을 하는 바람에 자리를 옮겨야 했거든. 그런데 내 건너편 옆자리로 온 거야. 그렇게 해서 얘기가 시작됐지. 셀린은 처음엔 날 안 좋아했어. 진짜 똑똑하고 아주 열정적이고 아름다워.
손가락 전화로 마음 고백
둘은 꿈을 꾸는 것 같았다. 시간의 주인이며 우주 같았다. 둘은 다른 건 생각 안 하고 오늘 밤만 잘 보내기로 한다. 그때 연주가 시작되고 함께 보내는 유일한 밤을 위하여 손을 잡는다. 미리 작별인사를 하며 잘 가, 나중에 봐. 서로 똑같이 했다. 둘은 특별한 이벤트를 하기로 했다. 잊지 못할 밤이 되길 바란다며 포도주를 술집에서 한 병 받아 왔고 와인 잔까지 몰래 가져왔다. 둘은 공원 잔디밭에서 포도주를 마셨고 밤하늘을 보며 누웠다. 평화로운 공원에 둘이 있는 게 마냥 행복했다. 셀린이랑 있을 때 제시는 자신이 다른 사람처럼 느껴진다고 했다.
제시는 자신을 잊기 위해 춤을 추거나 술을 마시고 약을 하는 거였다고 했다. 둘은 하룻밤을 그렇게 공원에서 보냈고 아침을 맞는다. 골목 어느 집에서 피아노를 치는 소리에 맞춰서 사진을 찍으면서 둘은 키스했다. 둘은 공원에 편하게 자리 잡았다. 셀린은 상대에 대해 완전히 알게 될 때 정말 사랑에 빠질 것 같다고 했다. 가르마를 어떻게 타는지, 이런 날은 어떤 셔츠를 입는지, 이런 상황에선 정확히 어떤 얘기를 할지 알게 되면 셀린은 비로소 그 사람을 사랑하게 될 거라고 했다. 둘은 그제야 어제 연극을 못 보러 간 걸 알았다. 둘은 기차 앞에서 헤어지기로 했다. 둘은 이대로 헤어지는 게 아쉬워 5년쯤 뒤에 만나기로 했다. 너무 길어 1년 뒤라고 했다가 6개월 뒤 9번 승강장 지금부터 6개월 후 저녁 6시로 정했다. 전화나 편지는 우울해서 안 하기로 했다. 둘은 그렇게 헤어졌다. 둘이 다녔던 장소 곳곳을 보여 주고, 각자 집으로 돌아가며 영화는 끝이 난다.
하룻밤을 보낸 후에
비포 선라이즈는 비포 시리즈의 첫 번째 작품이다. 둘이 6개월 뒤에 만나기로 하면서 영화는 끝이 나는데 이후에 다시 만남을 예고했다. 그러더니 이후 영화는 비포 선셋, 비포 미드나잇으로 이어졌다. 이영화는 20대~30대 연인들이나 결혼 전 추억을 다시 소환하고 싶은 부부들에게 추천한다. 남녀가 처음 만남부터 어떻게 서로를 알아가는지, 어떤 대화들을 하게 되는지, 마치 연애기술을 알려주는 작품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두 사람의 연인들이 나누는 대화에서 정말 기록하고 싶을 만큼 주옥같은 문장들이 많아서 좋았다. 서로의 관심뿐만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전체적인 그림을 그려 볼 수 있게 하고 깊게 묵상할 수 있는 문장들이 정말 많았다. 둘의 자연스러운 대화를 보면서 어떻게 저 많은 대화를 암기했을까?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영화는 삶과 죽음, 사후의 세계, 종교, 사람들과의 관계 등 대화의 주제가 상당히 깊이 있고 폭이 넓다. 처음 만난 여인들의 대화치고는 무척이나 많은 내용과 깊이 있는 대화라고 생각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에 자연스럽게 이끌리게 되고 마치 한 편의 다큐를 보는 것처럼 자연스럽다고 느꼈다.
몇 년 전에 이영화를 처음 보게 되었는데 마치 수채화처럼 아름다운 여인들의 모습을 보고 관심이 많아서 시리즈로 보았다. 2편 비포 선셋에서는 9년 뒤 제시의 책이 출간되는 장소에서 다시 한번 만나게 된다. 그러면 둘은 6개월 뒤에 만나기로 약속했는데 어떻게 된 것일까? 만나기로 한 날에 셀린이 약속 장소에 나가지 못했다. 할머니가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제시는 약속 장소에 갔으나 연락처를 안 받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돌아왔다고 한다. 그래서 제시는 아름다웠던 순간을 책으로 남기게 되었고 그 일로 다시 둘은 만나게 된다. 3편에서는 둘이 9년 뒤에 둘이 같이 살게 된다는 내용이다. 제시는 이미 결혼을 했고 아들이 있었지만 이혼했다. 다시 제시와 셀린이 만났고 결혼을 하게 된다. 그렇치만 그렇게 달콤 달달했던 여인도 함께 살면서 다툼도 상당히 많았다.
중년의 부부라면 3편 비포 미드나잇을 보고 이들의 결혼 생활은 어떨지 본다면 많은 위로를 받을 것이다. 부부가 함께 사는 것은 달콤함만이 있는 게 아니라 씁쓸한 맛도 있게 마련이고 꿈이 아닌 현실이기 때문이다. 연인 관계의 달콤함을 원한다면 그리고 낭만에 젖고 싶다면 비포 시리즈 중에서 첫 작품이 좋고 내용도 알차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목 때문에 어쩔 수 없었겠지만 하룻밤 사이에 이렇게 많은 것들을 보고 많은 대화 할 수 있을까? 가능하기나 할까? 꼭 해뜨기 전에 이 많은 내용을 끝내야 했을까? 하는 생각에 좀 아쉬웠다. 그러나 너무나 예쁘고 사랑스러운 주인공의 모습이 향하는 곳으로 초집중하면서 보게 되었다. 풋풋한 연인의 모습이 너무나 사랑스럽다. 순수한 사랑이 봄의 새싹처럼 무척이나 싱그럽다. 부부관계가 소원해졌다면, 옛 추억을 소환해보고 싶다면 이영화를 보길 추천한다. 그리고 새롭게 연애를 시작한다면 정말 많은 도움을 받을 거라 생각한다. 노란 레몬 같은 상큼한 만남과 사랑에 함께 하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