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은 1988년에 <정토회>를 설립하여 기아, 질병, 생태환경운동 등을 실천해 오고 있다. 그리고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즉문즉설'은 가정이나 부부생활의 어려운 점들에 대해 소통하며 특유의 입담으로 대안적인 삶을 제시했고 많은 분들이 열광해 왔다. 법륜스님은 코로나 전에는 각 현장에 찾아다니며 강연하고 상담을 받았다. 상담하다 보면 부부 사이에 생긴 갈등 문제를 질문해 온다고 한다. 결혼할 때는 남녀가 사랑하는 마음으로 시작하지만 현실적으로 생활하다 보면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결혼을 한다고 행복이 저절로 오는 게 아니고 오히려 살면서 둘이 성격이나 의견이 맞지 않아서 오는 갈등이 대부분일 것이다. 법륜스님은 결혼하고 다른 사람과 살려면 상대와 맞춰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 자식을 낳았으면 책임져야 하고 싫은 모습을 안 닮게 하려면 자신이 변해야 한다고 말한다. 상대에게 덕 보려 말고 '손해 보는 것이 이익이다'는 것을 확실하게 알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로 덕을 보겠다는 마음으로 살면 다툼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그것을 없애야 한다.
결혼 적령기가 되면 좋은 조건을 갖춘 사람을 만나고 싶어 하고 만나려고 애쓴다. 그리고 결혼을 할 때는 서로 사랑하는 마음으로 행복한 결혼을 시작한다. 이 마음이 10년 20년 간다면 좋겠지만 현실을 그렇지 못하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어려운 일이 있거나 어떤 고난이 닥치더라고 서로 아끼고 사랑하며 서로 돕고 살겠는가?" 결혼식장에서 주례가 물으면 "예" 하고 대답한다. 그러나 결혼 후 3년은커녕 3개월 심지어 3일을 못 넘기고 불평불만을 늘어놓는다. 결혼해서 함께 살아봐도 별 볼 일 없으니까, 괜히 결혼했다고 후회한다는 것이다. 결혼식 하고 며칠 되지 않아서 심지어 결혼식을 앞두고 후회하는 사람도 있다. 결혼하는 과정에서 신랑 신부가 혼수를 구하러 다니다가 의견 차이가 생겨서 다투기 시작한다. 그래서 간절히 결혼하기를 원했던 연인들이 함께 산 지 얼마 되지 않아서 결혼을 괜히 했다고 후회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약속했기 때문에 안 살 수도 없고 또 살다 보면 아이가 생겨서 헤어지기가 어렵게 되는 경우를 주변에서도 보게 된다.
대부분 상대에게 덕을 보려고 결혼했다가 손해를 보니 심사가 뒤틀려 있는 상태에서 애가 털컥 생긴다. 기도하고 정성을 다해서 애가 생기는 것이 아니고 그냥 둘이 어쩌다 보니까 아이가 생겨 버리게 된다. 그래서 처음부터 태교가 되기 어렵다. 신경을 곤두세우고 짜증내면 오장육부가 긴장되어 뱃속의 아기도 계속 긴장 속에서 살게 된다고 한다. 그래서 법륜 스님은 아기를 낳겠다고 결정했다면 직장을 그만두거나 아니면, 3년은 휴직할 것을 당부한다. 아이를 최우선으로 할 수 있을 때 아이를 낳고, 그렇지 못할 것 같으면 낳지 말아야 한다고 한결같이 주장한다. 애를 낳아서 잘못 키워 놓으면 세상이 시끄럽기 때문에 반드시 이점을 명심하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자식 교육을 이유로 부부가 떨어져 살면 안 된다. 세 살까지만 아이를 우선으로 하고 그 이후에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부부를 우선으로 해야 한다는 것이다. 명심할 것은 부모에게 불효하고 자식에게만 정성을 쏟으면 자식이 어긋나게 된다. 그러기 때문에 자식이 아니라 부부를 중심에 놓고 살라고 강조한다.
결혼할 때 기억해야 할 것이 있다. 이건 법륜 스님께서 즉문즉설에서도 항상 강조하는 부분이다. 상대를 사랑하고 좋아할 뿐이지 대가를 요구하면 안 된다. 그리고 둘이 안 맞는다는 것을 전제로 출발해야 한다. 서로에게 맞추는 길은 세 가지 정도로 요약된다. 첫째 전적으로 상대에게 맞추는 것이다. 자신을 탁 내려놓고 예, 예 하면서 맞추는 수행방법이다. 다른 하나는 둘이 철저하게 싸워서 절충안을 찾는 것이다. 이건 옳고 그른 게 아니라 서로 다를 뿐이라는 걸 인정해야 한다. 두 번째로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먼저 상대의 다름을 인정하고 그다음으로 상대를 이해하면 좋다. 하지만 자기 것을 고집하고 상대를 인정하지 않고 맞추려 하지 않으면 서로 불편하고 맞지 않아서 살기 어렵다. 세 번째는 내 업을 바꿔야 한다. 부모가 결혼에 동의하지 않고 결혼식에 안 오셨다는 것은 인연이 긴밀하지 못하다는 반증이다. 이때 절망하지 말고 마음으로 숙여주고 부모가 도와준다 해도 의존하지 않고 독립해서 몇 년만 지나면 저절로 풀리게 된다.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더라도 기꺼이 감내하며 자신들의 선택에 책임이 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연애나 결혼을 하게 되면 상대의 생각이나 감정까지도 시시콜콜 알고 싶어 한다. 상대에게 관심이 많기도 하지만 그보다 상대가 내 것이라는 생각이 더 크기 때문이다. 이것은 상대를 자신의 통제권 안에 두려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한다. 이런 갈등을 피하려면 먼저 상대에게 맞춘다는 마음으로 자꾸 알고 싶고, 캐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으라고 조언한다. 꽃이 피면 꽃을 보고, 꽃이 지면 그만인 것처럼 무심히 볼 수 있는 게 수행이다. 그렇게 안 되는 게 현실이지만 목표를 세워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걸 확실히 알아야 한다. 법륜 스님은 방청객에게 질문한다. "자신을 바꾸기 쉬워요, 어려워요?" 돌아온 대답은 "어려워요." 스님은 이렇게 말씀하신다. "자신도 못 고치면서 어떻게 저 인간을 고쳐요?". 어려운 것을 고쳐야만 내가 행복하다고 착각하며 살기 때문에 행복할 수가 없는 거라고 한다. 더 이상 방황하지 말고 행복과 불행이 모두 내 손안에 있다고 힘주어 말한다. 그러니 모든 게 나한테 달려 있다.
성격이 맞지 않아서 다툼이 잦은 가정이 있었다. 큰소리가 끊이지 않다 보니 아이들이 불안해했다. 부인은 남편에게 맞서지 말아야 하는 데 잘 안된다고 하소연이다. 남편이 화를 안 내고 자기 말을 잘 따라 주었으면 좋겠는데 자꾸 엇나간다고 했다. 그러면서 남편의 말을 따르기 싫다고 한다. 인생에는 두 가지의 길이 있다. 첫째는 제 성질대로 사는 것이다. 성질대로 지금처럼 살면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러나 제 성질대로 살면 과보가 따른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이 나는 이치와 같다. 성질 급한 사람은 동조를 해주지 않으면 뇌졸중이 오거나 쓰러지게 된다. 그럼 똥오줌을 받아 내는 일을 하게 될 수도 있다. 두 번째는 부부가 갈등을 일으키면 자식들이 심리 불안이 나타나게 된다. 그래서 아이들이 성장할수록 큰 골칫거리가 된다. 배우자 골치 아픈 거에 열 배쯤 심각하게 나타난다. 인연을 지었으면 과보를 받게 된다. 과보를 안 받으려면 상대에게 숙여줘야 한다. 특히 배우자에게 순종하고 받아들여 주라고 당부한다.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을 많이 겪게 된다. 예기치 못한 일이 벌어지는 데 꼭 변덕스러운 날씨 같다. 예측할 수 없는 날씨처럼 예기치 못했던 사건들이 생기곤 한다. 사랑해서 결혼을 했는데 배우자가 바람을 피울 수도 있고 이혼은 상상도 해보지도 않았지만 이혼을 하는 일도 벌어진다. 애들이 다 착하고 공부도 잘하면 좋겠지만 공부도 못하고 말썽을 피우며 사고까지 쳐서 자식 때문에 골머리를 썩기도 한다. 낳은 아이가 장애를 갖고 태어나 낙담을 하기도 하고 사업을 하다 실패해서 쫄딱 망하기도 한다. 평생직장을 다닐 거라 생각하지만 느닷없이 그만두게도 되는 일이 생길 수도 있다. 법륜 스님은 우리가 원하는 것이 다 이루어지면 오히려 세상이 복잡해진다고 한다. 세상이 이만큼 굴러가는 것도 우리가 원하는 게 다 안 이루어졌기 때문이다. 무조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생이 괴로운 것이다. 세상일은 다 될 수도 없고 된다고 좋은 것도 아니므로 너무 매달리지 않도록 마음을 가지면 좀 더 편하게 살 수 있다.
지금부터 20년~30년 전만 해도 결혼식에 있어 <성혼 선언문>과 <주례사>는 기본적으로 주례를 맡은 분이 했다. 주례를 서주는 분은 평소 존경했던 분께 부탁을 드려서 하기 마련이다. 대부분 신랑, 신부가 행복한 결혼을 할 수 있도록 장황한 주례사를 하게 되는데 지루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지난주에 여의도에서 조카딸 결혼식이 있어서 다녀왔다. 그날 벚꽃 축제가 있어서인지 여의도에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 결혼식에도 이젠 코로나가 거의 끝나감을 예고라도 하듯 많은 분들이 함께 했다. 이날은 신랑, 신부가 앞으로 자신들이 어떻게 살아갈지 둘이 합의해서 쓴 다짐에 대해서 5가지씩 나눠서 선포했다. 많은 사람들 앞에서 자신들이 실천할 수 있는 것들을 발표하여 다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리고 신부의 아버지가 성혼 선언문을 낭독하고 신랑의 아버지는 주례사를 말씀하셨다. 그렇다고 전담주례사처럼 진부하지 않고 오신 손님들에 대한 감사 인사와 혼인하는 자녀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을 담았다. 정말 실제적인 주례사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가족 중에 감사의 인사와 함께 마음을 담아 전해 주는 게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팬더믹으로 인해 하지 못했던 연인들의 결혼이 이어지고 있다. 부디 마음을 잘 맞추어 행복한 결혼생활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