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미영 sopia Jun 24. 2022

영화 리뷰 - 《 어디 갔어, 버나뎃 》

미국 코미디 2020년  / 감독 - 리처드 링클레이터 / 109분

<어디 갔어, 버나뎃>은 케이트 블란쳇 주연의 영화로 베스트셀러 원작 도서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84주 장기 집권에다 30여 개 나라에서 출간되었고 13개 매체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여성과 직업, 엄마와 아내의 역할, 성공과 실패, 이웃과의 관계 등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영화였다. 약간은 코믹적이면서 성공했던 여성이 결혼과 아이를 낳고 키우며, 심한 우울증으로 인해 대인기피증을 겪고 살아가는 일상을 담았다. 과거엔 건축계의 아이콘이었지만 현재는 문제적 이웃이 된 버나뎃에게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이곳은 미국 시애틀이고 5주 전에 일이다. 비가 오자 거실에 양동이로 물을 바치고 있다. 엄마 버나넷은 바닥 물을 닦고, 아빠 엘진은 노트북을 보고 있다. 와중에 딸 비는 남극을 가고 싶다고 했다. 비는 펭귄에 관심이 많다. 부모가 망설이자 허락한 걸로 받아들인다. 이웃 오드리는 블랙베리 덩굴이 자신의 담장을 넘어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버나뎃은 싹 없애겠다고 선수 쳤다. 남극 여행을 약속했지만 대인 기피증이 있는 버나뎃에겐 짜증 나는 일이다. 시간 낭비에 지루한 잡담, 음식 주문까지 생각만 해도 공항 발작 증상이 나온다. 버나뎃은 만줄라에게 서류 작업부터 비자, 비행기표 남극으로 가는데 필요한 서류와 여행 준비물 목록도 해주길 기대한다.

버나뎃과 딸 비


집안은 어수선하고 한쪽 벽면은 부서져 있으며, 벽지나 칠은 형편없이 벗겨져 있다. 버나뎃이 연일 부르짖고 말하는 대상은 만줄라인데 온라인 가상 도우미이다. 만줄라에게 지퍼가 많이 달린 낚시 조끼와 마당에 있는 블랙베리 덤블도 제거하라고 주문했다. 이웃 오드리는 버나뎃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다. 학교 앞에서 할 말이 있다고 다가오는 오드리를 얼른 피하려 액셀을 밟는 바람에 사고가 생겼다. 깁스를 한 오드리는 비 딸을 통해 청구서를 보내온다. 버나뎃은 불면증이 불안증으로 이어진다. 뱃멀미도 걱정이지만 딸이 실망하까 봐 못 간다는 말을 못 한다. 버나뎃은 약국에 멀미약을 처방받으러 갔다가 약국 소파에서 널브러지게 잠을 자기도 한다. 지나다 이 모습을 본 남편이 버나뎃을 깨워 데려왔다. 불면증으로 잠을 못 잤기 때문이라고 변명한다. 남편은 이웃과 잘 어울리지도 못하고 약국에서의 일 등으로 정신과 상담을 받아보면 어떻겠냐고 한다. 엘진이 투명한 병에 칼라로 담아 놓은 큰 약병을 발견한다.

버나뎃의 이웃들


오드리 집에서 부모와 아이들 행사가 열리고 있다. 비가 쏟아졌지만 집안에서는 음식을 나눠 먹고 즐겁다. 그러나 블랙베리를 벤 일로 산사태가 나면서 담장을 덮치고 결국 집까지 진흙이 몰아닥치고 말았다. 집안은 완전히 흙탕물 범벅이 되었다. 이튿날 오드리는 <게 일러가 각다귀는 체포돼서 감옥에 끌려감>의 현수막을 보고 기겁한다. 오드리는 버나뎃에게 언덕이 집으로 쏟아져 들어왔다고 소리 질렀다. 그러자 누가 다쳤느냐고 물었다. 오드리는 화가 나 집이 진흙 투성이고 돌담은 무너졌다고 했다. 돈은 다 낼 거라는 버나뎃에게 오드리는 돈이 문제냐고 해서 결국 싸움이 벌어졌다. 표지판은 부적절했다고 사과했고 전적으로 책임질 거라고 했다. 모녀 파자마 파티에 버나뎃으로 인해 비를 초대하지 않았다고 하자 화가 났다. 딸 비도 아줌마 아들이 마약을 한다면서 엿이나 먹으라고 쏘아붙였다. 엘진은 블랙베리가 폭우에 산사태를 막고 있다는 걸 알면서 왜 제거했느냐고 물었다. 산사태를 초래한 아내를 원망했다. 왜 이웃들하고 잘 지내지 못하느냐고 따졌다. 버나뎃은 긴급상황이 되면 여행도 안 떠날 속셈이었다.

버나넷 직장동료와 상담사


버나뎃은 20년 만에 예전의 동료 폴 젤리네크를 만났다. 버나뎃은 성공한 건축가로 당당해지고 싶었다. 결혼초 엘진의 회사는 마이크로 소프트사로 인수됐고 회사에서 잘 나가는 중역이다. 그러나 버나뎃은 건축한 것에 문제가 생겼고, LA건축계에서 손을 털겠다고 했다. 버나뎃은 한 때 힘들어 네 번이나 유산했다. 20마일 하우스 사건에서 회복하기 위해 아기를 위한 집을 만들었다. 그런데 속옷이 피로 물들어 있을 때 절망감은 그녀를 힘들게 했다. 다행히 비가 태어났는데 생존 가능성이 낮아 심장을 여러 번 수술해야 했다. 아픈 아이를 키우면서 부부 사이가 멀어졌다. 남편 엘진은 비버 바이 포걸과 20마일 하우스가 버나뎃의 계시라고 했다. 버나뎃은 아기 비를 보면서 남은 16개 계시를 한데 뭉친 존재라고 했다. 그래서 비가 회복하는데 온전히 집중했었다. 최근 버나뎃은 공황상태에 빠지는 경험으로 불안해졌다. 버나뎃은 일부러 이웃의 집을 파괴할 환경을 만들었고 조롱하는 표지판이 문제가 되었다. 극단적인 불안증과 과대망상으로 보인다. 버나뎃은 자신이 예전 맥아더상 수상을 했음에도 이제는 가련한 운명을 맞았다고 한탄했다. 버나뎃 친구는 창작을 권했다. 그러려고 세상에 태어난 거고 그렇지 않으면 사회에 위협이 된다는 것이다. 문제를 해결할 방법은 다시 일을 시작해서 뭐라도 만들라는 것이다.


엘진에게 FBI 요원이 찾아왔다. 국토 안보부와 협력 중이라고 했다. 요원은 버나뎃 신용카드 내역에 가상 도우미 청구 내역을 보여 주었다. 그 회사는 존재하지 않는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범죄 조직의 위장회사였다. 6개월 수사와 영장을 받아서 메일 확인도 했다. 버나뎃과 만줄라의 메일이 문제가 된 것이다. 엘진에게 상담사는 판단하는 것처럼 말하지 말고 '이렇게 느꼈어'라는 화법으로 하라고 조언했다. 목적은 버나뎃을 돕기 위해서다. FBI 요원이 버나뎃에게 만줄라는 러시아에서 활동하는 신원 도용 조직의 가명이라고 알려 주었다. 버나뎃이 모두의 개인정보를 알려 줬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비와 엘진이 남극에 간 사이 움직이려는 정보도 알게 되었다. 엘진 마일리지로 비행기 표도 샀고 다음에는 계좌, 증권, 부동산도 갈취할 거라는 것이다. 개인정보와 비밀번호를 알려 줬기 때문이다. 게다가 만줄라는 위임장도 요구했다. 버나뎃이 끊임없이 만줄라와 대화를 했던 게 가상의 인물이었고 그것이 범죄 조직이었던 것이다.

버나뎃의 사진


그래서 FBII가 개입했다. 버나뎃은 휴대폰을 물에 집어넣고 첨단 기술과는 끝이라고 절망했다. 상담사는 버나뎃에게 현실에 집중하라고 조언했다. 신원 도용 문제뿐 아니라 학부모를 차로 치려 했던 일도 상기시켜 주었다.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각다귀 내보내라고 외쳤다. 각다귀 뜻은 곤충류 파리목 각다귀과에 속한 곤충을 말하는데 버나뎃은 본인이 싫어하는 사람을 이렇게 칭했다. 버나뎃은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상담사는 적응 장애를 겪는 것 같다며 보통 불안증과 우울증이 동반된다고 한다. 남극 여행을 스트레스 원인으로 꼽았다. 현실은 개인정보를 범죄자에게 순순히 넘겨주었고 판단력 부족으로 재정적 신체적으로 피해를 볼 뻔했다. 상담사는 가상 도우미 만줄라에게 모든 걸 맡기며 집안일도 시키고, 처방 약을 모으는 행동과 집 상태를 보니 심각한 우울증이라고 결론을 내렸다. 남편 엘진은 버나뎃이 복제 인간과 맞바꾼 거 같다고 했다. 가장과 직원들에게 책임감을 느꼈고 이대론 안 되겠다 싶어 입원시키기로 결정한 것이다. 버나뎃은 딸과 남편이 남극을 여행하는 동안 요양병원에서 치료받아야 한다는 걸 눈치챘다. 버나뎃은 화장실을 다녀오겠다며 창문으로 빠져나갔다. 이웃집 오드리에게 진심으로 미안하다고 사과했고 도와달라고 눈물까지 흘렸다. 두브로 부니크에서 만줄라가 체포됐고 사건은 종료됐으며 모두 해결되었다. 그런데 버나뎃이 감쪽같이 사라졌다.


오드리가 버나뎃을 공항에 데려다준 걸 얘기했다. 비는 엄마가 남극에 갔음을 직감했고 아빠와 가게 된다. 엘진은 버나넷을 찾은 후 일어날 일에 대해 걱정했다. 비는 아빠가 엄마에게 성 버나넷 목걸이를 주었느냐고 물었다. 루르드 성모 마리아 성 버나넷은 18가지 계시를 받았다고 했다. 비버 바이 포컬이 첫 번째 20마일 하우스가 두 번째니 16개가 더 남았다는 것이다. 창작을 그만두게 한 것과 천재적인 예술가를 이해하는 방법을 몰랐다고 했다. 엘진은 마이크로 소프트사에 출입증을 반납해서 이제 프리랜서가 됐다. 버나뎃은 남극에 왔고 새기지를 설계해보고 싶다. 미적 감각이 뛰어나며 창의적 문제 해결사이자 실행에 옮기는 걸 좋아했다. 남극점에 가는 건 거의 불가능한데 과학계에서 경쟁이 치열한 곳이다. 버나뎃은 몸을 스캔한 수 몰래 따라간다. 불쑥 찾아온 그녀를 이해하기 어렵다. 돌아갈 때까지 디젤 정기공을 돕기로 한다. 엘진에게 버나넷이 제를라슈 해협에서 실종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버나뎃의 ID카드 이용 내역을 보여준다. 버나뎃에게 책임자는 아무나 남극점에 갈 수는 없다며 반사회적인 성향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많은 시간을 홀로 보내야 하며 오랫동안 운동도 못하고 샤워도 가끔 한다. 버나뎃은 20년간 자신이 훈련해온 것이라고 했다. 비는 팔머 연구소에 들렸다. 책임자는 괴짜와 천재를 좋아해서 다행히 버나뎃은 이곳에서 일한다. 일단 남극점에 가면 5주간 머물러야 한다. 그녀는 사랑니를 빼고라도 가겠다고 했다. 통화를 엿듣던 비가 무조건 가라고 했다. 버나뎃은 딸을 껴안고 어떻게 온 거냐고 했다. 남편은 계시가 남아있는 목걸이를 준다. 셋은 감동의 눈물을 흘렸고 남극의 저녁 놀을 바라본다. 도면 위에 그려진 것들은 물건으로 새롭게 만들어졌다.

남극에서 보트를 타고 있는 버나뎃


버나뎃은 건축학계에서 떠오르는 별이었다. 맥아더상을 수상하며 여성으로서의 입지를 굳히나 했는데 결혼과 함께 몇 번의 유산으로 건강과 자신감을 잃게 되었다. 그러면서 건축하던 일까지 문제가 생겨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겪게 되었던 것이다. 힘겹게 얻은 딸에게 몰입하느라 남편과의 관계나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제대로 하지 못해 문제가 발생한다. 정신과적으로도 문제가 생겼을 때 처방받은 약을 먹지 않고 모아두어 더 힘들어졌다. 여성들이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려가면서 사회적으로 성공하기는 남자들보다 무척 어렵다. 조건들이 만만치 않다. 그렇지만 버나뎃처럼 현실을 직시하지 못하고 이웃을 기피하며 문제를 일으키는 건 올바르지 않다. 그나마 비 딸이 끝까지 엄마의 편이 되어주고 남극까지 가서 엄마를 찾아가 함께 했기 때문에 다행이다. 영화 주인공 케이트 블란체의 연기가 돋보였고 싫어하는 사람을 각다귀라고 표현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주변 사람들하고 관계를 잘 맺고 살아가는 게 필요하다. 우리는 더불어 살아가는 사람들이고 관계 속에서 성장해 가기 때문이다. 버나뎃의 직장 동료의 말이 인상 깊다. 해야 할 일들 찾아서 하는 게 좋고 그렇지 않으면 사회에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성장해가며 인정받는 삶이야말로 삶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 것이다. 버나뎃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았기 때문에 열정을 다시 찾게 되었다. 시원한 빙하와 뾰족한 배, 남극을 볼 수 있는 영화라서 더욱 추천드리며  올레 tv에서 무료 시청 가능하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