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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Jul 22. 2022

영화 리뷰 - 《 헤어질 결심 》

2022년 7월 / 박찬욱 감독 /

※ 스포일러 포함


얼마 전부터 브런치에 눈에 띄게 많이 올라오는 영화 리뷰가 있었다. 요즘 핫한 영화라는 게 감지되었다. 그것은 박찬옥 감독의 <헤어질 결심>이다. 둘째 딸이 먼저 보고서 엄마도 보라고 적극 추천해 주었다. KT 우수 고객들은 일 년에 6장의 무료 영화 티겟을 제공받는다. 10분 거리에 롯데 시네마가 있지만 극장 가서 영화 보는 것도 만만치 않아서 미루고 있었는데 이참에 남편과 갔다. 헤어질 결심은 워낙에 리뷰들이 많이 올라와 내용은 어느 정도 알고 갔다. 역시 박찬욱의 감독 영화엔 촬영과 편집, 의상 등과 같은 면에서 쉴 틈 없이 볼거리를 던져 주었다. 영화는 형사 장해준(박해일)이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범죄 스릴러로 생각되지만 형사와 피의자가 서로 사랑에 빠지는 로맨스 영화다. 형사와 피의자는 가까워지기 힘든 관계이고 더구나 사랑까지 가기엔 적과의 동침 같은 일이 것이다. 두 사람은 어쩌다 사랑에 빠지게 되었을까?


형사 장해준(배우 박해일)은 구소산 절벽에서 떨어져 사망한 기도수 사건을 담당하게 된다. 부사수 수환은 살인범으로 기도수의 아내인 송서래( 배우 탕웨이)를 의심한다. 중국교포 송서래는 불법 입국을 통해 공무원 기도수와 결혼하지만 손찌검과 폭행으로 인해 불행한 결혼생활을 하고 있었다. 죽은 기도수의 휴대폰 패턴을 풀어 보려고 했지만 어렵다. 목격자 없는 죽음은 부검을 해야 한다며 머리 깨짐으로 죽음을 맞았다고 서래에게 알린다. 그러나 서래는 남편의 죽음에 담담하게 '마침내'라고 말하며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는다. '남편이 죽었는데 어떻게 저런 반응을 할까?' 해준은 기도수의 아내 서래를 의심하게 된다. 더구나 기도수 손톱 밑에서 다른 사람의 DNA가 발견되었기 때문이다. 해준은 그녀의 집 근처에서 잠복근무를 하게 되면서 추적하게 된다.

해준과 서래


서래는 요양보호사로 중국 교포이다. 요양보호를 받는 노인은 월요일이 기다려 질만큼 서래를 좋아한다. 노인의 휴대폰에 정훈희 <안개> 노래를 입력해 주었고 휴대폰 사용법도 가르쳐 주는 친절함 때문이다. 박찬욱 감독은 안개 노래를 듣고 영화 시나리오를 시작했으며 ost로 삽입했다고 한다. 해준은 서래를 참고인 자격으로 취조하다가 같이 초밥도 시켜먹는다. 사실 취조인지 데이트인지 헷갈렸다. 그러나 경찰 서장은 질곡동 사건을 속히 마무리하고 다른 사건을 치고 나가라고 해준에게 독촉한다. 사건이 급히 종결되었고 서래는 해준을 초대하여 식사를 대접한다. 기도수 사건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 서래가 해준의 집으로 찾아왔다. 벽에는 해결되지 않는 사진이 붙여 있었다. 해준이 걸린 사진을 보고 사건을 실마리를 찾아간다는 것을 알게 된다. 서래는 이미 해결된 사진을 불에 태워주면서 자신들 사진도 태우려고 하자 해준이 몇 장의 사진을 뺀다. 해준은 잠을 이루지 못할 만큼 철저한 직업의식을 가진 경찰이기도 하다.


그런 해준에게 서래는 편안하게 잠을 푹 자도록 힘든 감정들을 몰아내 준다. 무의식의 바다에서 해파리가 되어 자유롭게 헤엄치도록 했다. 주말부부로 지냈던 해준에게 서래는 어머니의 따뜻한 품 같은 존재로 또는 사랑스러운 연인의 관계로 느껴졌을 것이다. 용의자로 가끔은 멀리서 망원경으로 서래를 바라다본다. 잠복근무라는 핑계로 자꾸 끌리는 서래를 관찰하고 바라보고 싶었을지 모른다. 결국 기도수의 추락사건은 자살로 끝났다. 그러다 해준은 서래가 꾸민 알리바이 조작을 간파하고 범죄에 대한 결정적 증거 휴대폰을 확보하게 된다. 하지만 해준은 기도수를 산에서 밀어 떨어트려 죽인 서래를 체포하지 못하고 휴대폰을 바다에 빠트려 증거를 없애라고 충고했다. 해준은 살인범을 모른척하고 은닉하는 데 동참하면서 형사로서의 자부심은 붕괴되고 만다. 해준은 자책하며 경찰이 여자에 미쳐서 사건을 엉망으로 만들었다고 마음 아파했다. 서래를 사랑하지만 더 이상 만날 수 없어서 이때 헤어질 결심을 하게 되고 헤어졌다고 생각한다.


13개월 뒤 해준은 우울증에 걸렸고, 아내 직장인 원자력발전소 근처 이포로 이사를 오게 된다. 이때부터 영화는 바다를 배경으로 진행이 된다. 해준은 아내와 함께 하는 시간이 늘어날수록 오히려 권태감을 느끼게 된다. 평화롭고 한적한 동네 이포에서 무료함으로 시간을 보낸다. 우연히 아내와 시장을 간 날 헤어졌던 서래가 새 남편인 주식 애널리스트 임호신과 오게 된다. 그러나 임호신이 다시 수영장에서 죽는 사건이 벌어졌다. 해준은 송서래에게 "이러려고 이포에 왔느냐"며 "내가 그렇게 만만하냐?"라고 따졌다. 이번에 알리바이는 제대로 해야 할 것이다. 휴대폰은 두고 와서 알리바이가 성립 안된다. 그러나 서래는 당당하게 "전 남편은 자살이고, 이번은 피살이다"라고 말한다. 해준은 관할 경찰에서 '한 여자의 두 남편이 죽은 걸 남들이 뭐라고 생각할 것 같냐?'라고 묻는다. 그리고 "이곳에 왜 왔느냐?"라고 묻자 서래는 '해준을 만날 방법이 이거밖에 없었다'라고 했다. 그만큼 서래는 해준을 깊이 사랑했던 것이다.

서래와 해준


서래에게 해변에서 무슨 옷을 입었느냐고 묻는다. 파랑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죽였기 때문이다. 입건하여 취조하지만 아니라고 부정한다. 남자는 폭력 전과 2 범이다. 주식 투자로 전남편이 살해한 것으로 추정한다. 서래에게 부재중 전화로 해준의 아내는 의심한다. 해준 아내는 증거도 자백도 받았으니 종결하자고 했다. 그 여자에게 그만 집착하라고 불쌍하지도 않으냐고 따졌다. 서래는 스마트 워치로 모든 상황을 녹음했다. '이제 충분히 내손도 보드랍죠?' 해준에게 묻자 그렇다고 경찰과 피의자의 관계는 변하지 않는다고 응답한다. 해준이 서래를 좋아하는 이유는 '몸이 꼿꼿하다'는 것인데 긴장하지 않고 그렇게 하기는 힘들다는 것이다. 꼿꼿하다는 그 표현은 반듯하다거나 단정 하다의 표현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사실 이건 서래가 경찰의 미결 사건으로 남고 싶어 계획된 살인이었고 기획된 범죄이다. 둘은 키스를 했다. 해준은 잠을 잘 때 한 시간에 47번을 깬다. 숨을 입으로 쉬어서 그렇단다. 서래는 건전지처럼 자신의 잠을 빼주고 싶어 한다. 주말부부로 지낸 해준에게 이런 따뜻한 말은 마음을 설레게 했을 것이다. 진심 자신을 사랑한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사건의 실마리였던 휴대폰을 해녀들이 가져왔다. 결론은 사철선이 이모신을 죽이고 어머니는 팬타믹을 먹어 살해했다. 서래는 해준이 사랑한다는 말을 녹음해서 자주 틀었는데 남편이 알게 되었다. 바다에서 건진 휴대폰을 더깊이 버려달라던 서래는 바다로 갔다. 해준과 헤어질 결심을 하고 해안에 모래를 깊게 파 놓고 그 속으로 들어간다. 사건 미결로 해준의 마음에 영원히 남길 기대했을까? 서래를 긴급 수배하라고 했다. 해준은 서래를 찾으러 갔지만 바다는 밀물로 인해 만조라서 더 이상 찾기가 어려워졌다. 그녀는 그렇게 사라졌다. 사건의 미스터리가 되어 해준의 마음에 오래 남게 되었다.

박해일 배우, 박찬욱 감독, 탕웨이 배우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 75회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그리고 박해일, 탕웨이 등 화려한 출연진 외에도 개그맨 김신영이 주조연급으로 등장해 많은 화재를 모으고 있다. 해준과 서해가 경찰과 피의자로 만나게 되었다. 그렇다고 사랑까지 연결되기는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가장 극과 극의 사이 인지 모른다. 주인공 해준(박해일)은 그동안 봐온 형사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르다. 틈만 나면 인공 눈물을 넣고, 향이 좋은 핸드크림에 민트와 립밤 등을 사용한다. 가지런히 정리된 책상만 봐도 서래가 그를 품위 있는 경찰이라고 칭할만하다. 탕웨이의 말은 사랑스럽다. 우리나라 말을 서툴게 하면서도 언어 표현에 있어서도 상식을 뛰어넘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을 하면 좋아하기를 중단합니까?" 중단이라는 말이 연애 용어로 강하게 들리지만 그래도 우수에 찬 눈빛의 탕웨이가 말하면 사랑스럽게 들린다. 아무리 그렇더라도 사람을 죽인 것은 용서되지 못할 것이다. 이영화가 타살이나 죽음을 미화한다 해도 관객들은 충분히 그런 것들을 분별할 거라 믿는다. 박찬욱 감독과 박해일, 탕웨이가 어우러진 멋진 작품이다.


https://youtu.be/qm17g0EaO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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