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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Oct 28. 2022

영화 리뷰 - 《 냉정과 열정사이 》

2003년 일본 로맨스 / 원작-에쿠니 가오리, 츠지 히토나라/ 124분

스포일러 포함 / 자료와 사진 출처 - daum


"피렌체의 두오모는 연인들을 위한 성지래~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곳, 언젠가 함께 올라가 주지 않겠어?"

"응, 그래 약속할게"

두오모 성당과 주인공의 모습

영화 <냉정과 열정 사이>는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남녀의 시각에서 릴레이 방식으로 함께 집필한 동명의 베스트셀러가 원작이다. 그래서 주옥같은 명대사와 남자 주인공의 내레이션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원작의 섬세한 감성을 그대로 옮겨와 깊은 공감과 관객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OST 음악은 깊은 여운으로 남는다.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두 사람의 10년에 걸친, 운명적인 사랑은 애절하여 몰입감 있게 만든다. 이 영화를 계기로 사랑하는 연인들이, 두오모 성당에 오르게 했다는 후문이다. 이탈리아 피렌체라는 매력적인 도시와, 복원사라는 주인공의 설정이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피렌체 도시의 오렌지색 지붕과 피렌체의 맑은 하늘, 둥근 두오모 성당, 베키오 다리 등 아름다운 모습들이 많고 영화 속에 명대사들이 연인들의 설렘을 주기에 충분하다.

피렌체의 거리

1996년 아르노강이 급격하게 범람하면서 피렌체의 역사 유적지를 덮쳤고 이로 인해 수많은 예술 작품이 손상됐다. 회화, 조각, 가구, 직물 등 미술관 수장고에 잠들어 있던 미술품들이었다. 역사적인 문화유산들을 복원하기 위해 피렌체 거리가 복원 공방으로 변모했으며 미술품 복원의 세계적인 중심지가 되었다. 복원가들은 그림에 생명을 불어넣고 빛깔을 되찾아 준다. 미술품 복원을 공부하기 위해 일본 준세이( 다케노우치 유타카)는 이탈리아 피렌체에 가게 된다. 그는 23살로 피렌체 최고의 공방에서 3년째 훈련생으로 복원사를 공부하며 일을 배웠다. 세계 최고의 기술을 가진 많은 복원가가 그곳에서 일했다. 조반나 선생님(발레리아 카발리)은 유화 복원 분야에서 알아주는 최고 권위자이다. 준세이가 여러 복원가 자격시험에 합격한 건 가르침 덕분이다. 선생님은 준세이를 모델로 누드화까지 그렸다. 묵묵히 데생했고 당황했던 그도 시간 속에 몸을 맡겼다. 엄마를 일찍 여윈 준세이에게 조반나는 어머니같은 존재였다.


여주인공 아오이(진혜림)는 친구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근처에 있던 준세이를 보게 된다. 둘은 일본에서 사귀던 연인 사이다. 메미(시노하라 료코)는 잠꼬대에서 아오이 이름을 부른 준세이에게 화가 나 투정 부렸다. 일방적으로 준세이를 좋아하지만 그의 관심을 끌진 못한다. 메미는 룸메이트와 어학원에 다니고 있다. 1997년 봄이다. 준세이는 일본에서 국문학을 전공했으나 지금은 그림을 복원하고 있다. 준세이의 치밀한 능력을 본 선생님은 1610년에 완성됐던 치골리 작품의 복원을 맡긴다. 그림에 방부제를 바르고 일치되는 감각으로 작업을 했다. 일본에서 밀라노로 출장 온 다카시는 아오이가 보석가게에서 일한다고 명함을 주었다. 아오이를 찾아갔으나 보이지 않았다. 그러다 파티에서 보게 되는 데 남자 친구가 생겼고 푹 빠져 있다고 했다. 끝나고 들른 아오이 집에는 준세이 할아버지(마츠무라 타츠오)의 그림이 걸려 있다. 마빈(왕민덕)은 아오이 마음을 이 작품으로 끌게 되었다고 한다. 마빈은 아오이에게 모피를 선물했고 그 모습을 보던 준세이는 집을 나왔다. 기분이 언짢아 그림을 보여주려고 한 거냐, 애인을 자랑하려고 초대한 거냐고 따졌다. 힘든 줄 알았는 데 행복하다고 말하는 아오이 모습에 오히려 가슴이 저리다.

유화를 복원 중인 준세이

준세이가 복원한 치골리 그림을 누군가 칼로 찢어 놓았다. 오해한 경찰에게 준세이는 강력히 부인했다. 복원한 그림만 찢은 것 봐서는 앙심을 품은 동료가 아닐까 의심했다. 누구의 소행이 밝혀지기 전 공방은 폐쇄되었다. 선생님은 피렌체가 노후되고 복원할 게 늘어간다며 과거에 살고 있다고 했다. 새로운 일자리는 없고 관광업이나 문화재를 보호하는 직업뿐이다. 선생님은 휴가의 좋은 기회라면서 여행을 떠났다. 준세이는 직장을 잃고 아파트를 처분해 일본으로 귀국한다. 할아버지는 준세이에게 그림을 그려보는 건 어떠냐고 제안한다. 아버지한테 걸었던 바람이냐며 자신은 재능이 없다고 했다. 인생의 실패자 준세이 아버지(오오와다 신야)는 가끔 돈을 뜯으러 오신다. 이탈리아에서 도망친 이유가 공방 문을 닫아서냐고 할아버지가 물었지만 대답하지 못했다. 다카시는 아버지가 아오이에게 유산을 하라고 돈을 준 사실을 준세이에게 털어놓았다. 준세이는 아오이를 이해하지 못했다. 당장 나가라고 소리쳤다. 아오이는 계류 유산을 해서 아이는 살릴 수 없었다. 할아버지는 유언장을 남겼지만 다행히 회복된다. 상속절차를 마치고 병실을 나가던 아버지는 그래야 재산을 목적으로 아이를 배는 여자도 물리칠 수 있다며 아오이를 들먹였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었던 준세이는 아오이에게 왜 그랬느냐며 사과하라고 괴성을 질러댔다.


1999년 봄이다. 마빈은 출장을 다녀와 아오이에게 진실을 말해 달라고 했다. 벽에서 떼낸 그림과 갑자기 세운 여행 계획, 그리고 침실 보석함에 간직해 둔 일본어 편지의 내용도 궁금했다. 그녀의 속마음을 모른다며 진실을 알고 싶다고 했다. 일본어를 모르는 마빈은 편지의 내용에 대해 재차 물었다. 그건 준세이가 아오이에게 보낸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로 그동안 있었던 둘만의 내용이다.

아오이와 준세이
대학생 아오이

 1990년에 준세이와 아오이는 19살로 설렘이 가득했다. 가게에서 음반에 항의하며 놓고 간 동전을 전해 주면서 둘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학과는 다르지만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걸 알게 된다. 아오이가 혼자 있는 걸 자주 보면서 강하다고 눈치챈다. 그러나 자신은 고집이 세고 자존심이 강해서 어떻게 할지 모른다고 했다. 그녀는 꼿꼿하고 자존심과 자기 보호 본능이 강하다. 둘은 첫 데이트에 영화도 보고 음악이나 책 내용을 얘기했다. 아오이 아버지는 일본인으로 일찍 죽고 엄마가 재혼했는 데 새 가족에 아오이가 적응하지 못했다. 고독했기에 일본을 알고 싶어 유학을 결심했던 것이다. 준세이 할아버지께서 작업실로 쓰던 곳으로 아오이가 놀러 왔다. 그림을 보다가 책장 책이 쏟아지면서 마주 섰다. 그날 밤 준세이는 아오이를 생각하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다. 추억은 오래 남아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모든 건 변하게 된다. 둘은 학교 계단에서 첼로를 켜던 학생의 어설픈 연주에 킥킥 웃곤 했었다. 손도 잡았고 키스도 나누었다. 이젠 과거가 되었다.

가까이 있는 두 사람
공중전화 박스에서 오열하는 아오이

걸려온 공중전화가 아오이임을 짐작했다. 아오이는 말없이 끊고 울고 만다. 맨 끝에 '네가 행복해서 다행이라고' 하는 말이 더 마음을 아프게 했다. 조반나 선생님의 자살로 추모식이 열린다고 해서 준세이는 갑자기 피렌체에 왔다. 아오이 친구가 성당에서 결혼을 준비하고 있다. 마빈과 아오이는 잠시 떨어져 지내기로 했지만 아오이가 돌아올 거라 믿는다. 그때 준세이가 조반나 선생님 추모식에 꽃을 들고 공방으로 가게 된다. 치골리 그림은 찢은 사람은 조반나 선생님이었다. 다른 애들도 봤는 데 선생님을 보호하려고, 공방을 지키려고 침묵했지만 잠정 폐쇄되었다. 진실을 말하지 못했던 건 준세이의 재능을 질투했기 때문이다. 심지어 조반나 선생님도 준세이 재능과 한결같은 면을 질투했다고 했다. 그러나 준세이는 오히려 자신이 서투른 것이라고 해명한다. 선생님이 준세이를 사랑했을지 모른다며 내년 봄에 공방 문은 다시 열거라고 했다.


2000년 봄이다. 준세이는 다시 복원하는 일을 하기로 한다. 그는 복원가는 시간을 되돌리는 유일한 직업이라는 자부심을 가졌다. 준세이를 좋아하는 여자의 절규에도 아오이를 늘 사랑할 거라 말한다. 여자와는 헤어져 다시 이탈리아로 왔다. 아오이가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자 어떤 남자가 다녀갔다고 알려준다. 뛰어가 보니 마빈이었다. LA행 티겟을 주며 가자고 했지만 받을 수 없다고 했다. 주인도 후회하지 말고 같이 떠나라고 했다. 아오이는 공황까지 갔지만 결국 가지 않았다. 2001년 준세이는 치골리의 작품 복원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1년 동안 치골리의 작품을 마주하며 마음을 다잡았다. 둘은 10년 뒤 아오이 서른 살 생일에 피렌체 두오모 성당 옥상에 올라가 만나기로 약속했었다. 그것을 기억한 준세이가 성당을 오르고 둘은 그곳에서 만나게 된다. 두오모 성당이 보이는 광장으로 내려왔다. 준세이는 아오이가 온 게 혼란스럽다고 했으나 갑자기 생각나서 둘러본 거라고 핑계 댄다. 준세이는 잊은 적이 없었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두오모 성당을 배경으로 마주 선 두 사람

아오이는 준세이를 연주하는 곳으로 데려간다. 10년 전 캠퍼스에서 듣던 첼로 연주였다. 준세이는 신이 그들에게 준 환상 같은 시간의 장난이라며 기적이라고 생각했다. 첫 키스 때 연주했던 사람도 있었다. 둘은 그곳에서 다시 입맞춤으로 하나가 된다. 격정적인 사랑을 나누고 출근을 위해 아오이가 가려할 때 괜히 만났다고 준세이가 후회했다. 아오이는 만나서 기뻤다고 했다. 2001년 피렌체 공연이 적힌 종이를 보고 찾아갔더니 연주했던 사람이 어제 그 곡이 어땠냐고 묻는다. 작년 밀라노 연주회 때 아오이가 찾아와 다음 피렌체 공연에 꼭 연주해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아오이의 진심을 알아챈 준세이는 오토바이를 타고 달려간다. 기차역으로 달려온 준세이는 떠난 기차보다 15분 먼저 도착하는 기차를 타고 밀라노로 간다. 준세이는 아오이의 고독한 눈동자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길 원했다. 도착한 준세이는 아오이를 기다렸고, 수많은 인파 속에서 둘은 주인공이 되어 서로를 바라본다. 영화는 웃는 모습을 보여 주는 것으로 끝난다.

재회의 두 사람

준세이의 직업이 그림을 원상회복시키는 복원사이듯 그들의 진했던 사랑도 다시 빛을 되돌려가는 과정이 감동으로 다가왔다. 첼로의 아름다운 선율과 둘이 어긋나면서도 애틋하게 그리워하는 장면도 좋았다. 처음 연주 중에서 반복되며 틀렸던 실수는 언젠가 도달할 지점을 향해 달려가는 과정이었을지 모른다. 사랑은 늘 뜨겁거나 차가울 수 없듯이 냉정과 열정 사이를 끊임없이 오가는 것 같다. 아오이처럼 냉정하게 보여도 그 안에는 열정으로 가득 차 있고 열정으로 다가가던 준세이 가슴에 다시 냉정함이 차 오르는 것처럼 누구나 반복되는 감정 속에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해 본다. 준세이가 독백을 하거나 아오이에게 보낸 편지를 내레이션 하는 주인공의 목소리가 매력적이었고 더욱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되었다. 영화 속에서 아오이의 감정이 상당히 복잡했지만 그래도 순수함을 느낄 수 있었다. 조금은 사랑의 표현이 서툴러도 진짜 사랑하는 사람을 알아보고 기다리고 멈출 수 있는 그들만의 사랑 방식에 마음이 심쿵했다. 진한 사랑은 세월이 지나도 참 아름답게 느껴진다. 단풍으로 곱게 물든 10월의 끝자락에 누군가 그리운 사람이 있다면 <냉정과 열정 사이> 영화를 추천드린다. 아름다웠던 시간들을 소환하여 사랑을 곱씹어보고 추억해 볼 수 있으면 좋겠다. 장면 장면 애절함이 가득하고 명대사들이 넘치는 사랑스러운 영화이다.

"마음을 다해서 사랑했다면 언젠가 꼭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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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가 김호중과 이응광이 두오모 성당 앞에서

https://youtu.be/LwmwFZ6 Ndw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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