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주 작품 <82년 김지영>은 2016년 민음사에서 발간된 페미니즘의 소설이다. 도서를 바탕으로 2019년 김도형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김지영은 80년대 가장 흔한 이름으로 여성들을 대표하는 캐릭터라고 할 수 있다. 소설 속 김지영의 일상들은 공감되는 부분들이 많기에 메시지 전달 측면에서 확실한 성공을 거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게다가 한국 소설 중 국내에서나 해외에서 가장 많이 팔린 책이라고 한다. 내용은 주인공의 결혼과 출산 그리고 워킹 맘으로 겪게 되는 어려움과 정신질환의 고통을 잘 담고 있다. 대학 졸업 후 광고기획사에 다니던 김지영(정유미 배우)은 대현(공유 배우)을 만나 평범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지영은 출산 후에 아이를 키우며 집안일을 하는 전업주부로 살아간다. 지영은 산후 우울증으로 '해리성 정체감'(빙의) 장애가 있지만 본인은 모른다. 대현이 의사를 만나 아내의 문제를 상담한다. 퇴근해 아이를 씻기고 지영의 팔이 아픈 건 어떠냐고 묻기도 하며 늘 아내의 입장을 헤아리는 자상한 남편이다.
지영의 집안일
아영이 돌보기
대현은 지영을 위해 명절에 여행을 가자고 제안한다, 신혼 때도 만삭 때도 시댁에 내려갔는데 이제 와서 왜 그러냐고 묻는다. 그러나 대현은 지영의 행동이 불안하고 조심스럽다. 설 명절에 만두를 빚는 양이 많아서 대현은 사 먹었으면 한다. 그리고 설거지를 해준다. 이른 아침에 그릇 부딪는 소리가 들리자 지영이 나가본다. 시어머니는 사은품으로 받은 앞치마를 주면서 생색을 낸다. 차례 후에 가족이 과일을 먹으며 담소를 나눌 때도 지영은 설거지하느라 바쁘다. 끝내고 집에 가자고 했지만 시누이가 들이닥친다. 음식을 가져오라면서 쉬라고 한다. 지영이 앞치마를 벗더니 거실에 앉아있는 식구들을 향해 친정 엄마 목소리로 말한다. 쉬게 해 주고 싶으면 친정에 보내 주라고 사부인도 딸보니 반갑지 않으냐고 했다. 시부모님이 대체 이게 무슨 일이냐고 말해도 지영은 친정엄마를 빙의해 제 딸도 귀하다고 한다. 당황한 대현이 딸과 지영을 급하게 태우고 출발했다. 대현은 지영의 상태가 안 좋다고 누나한테 통화를 못하도록 막는다.
친정 식구들
친정집에 갔지만 피곤했던 지영은 잠만 잔다. 지영의 집은 공무원인 아버지와 죽집을 운영하는 엄마(김미경 배우) 그리고 언니(공민정 배우)와 남동생(김성철 배우)이 있다. 지영 엄마는 젊은 시절에 오빠들 공부시키느라 미싱 일을 했었다. 시어머니는 딸 둘에 아들 하나를 낳은 지영 엄마한테 은근히 아들을 더 원했다. 그런 할머니한테 지영은 자신이 엄마한테 효도할 거라 말한다. 잠을 깬 지영이 만년필을 들고 나와 무슨 일이냐고 묻는다. 예전에 아빠가 지석에게만 사다 줬는데 지영은 동생에게 10년은 달라고 졸랐다. 집에 돌아오자 지영이 시댁에서의 일을 전혀 기억하지 못해 대현은 대충 둘러댄다. 그러면서 산후 우울증으로 힘든 직원 핑계를 대며 지영에게 정신과에 다녀오라고 한다. 어느 날 지영이 첫 출근하는 자신의 모습을 회상한다. 지영은 직장 내 김 팀장(김성연 배우)이 기획팀을 꾸려 프로젝트를 시작하자 합류하지 못해 아쉬워한다. 그리고 인정받고 능력 있는 팀장을 부러워하기도 한다.
광고 회사 직원들
김 팀장이 회사를 차릴 거라 한다. 팀장은 일해 보자고 하지만 아직은 무리라고 했다. 대현은 지영이가 다른 사람을 대신해 자주 말하자 걱정이 돼 인터넷을 찾아 빙의를 검색해본다. 직원들에게 친구 와이프의 이야기라며 말를 꺼낸다. 사회적으로 격리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 화가 나 일부러 커피를 쏟는다. 퇴근한 대현은 맥주를 마시며 지영을 바라본다. 운동을 해보라는 대현에게 지영은 빵집 알바를 얘기해본다. 대현은 말리지만 현재 지영의 상태를 말하긴 어렵다. 몸도 아영이 보는 것도 힘드니까 하지 말라고 했다. 대현이 잠든 사이 지영이 맥주를 마시고 있었다. 말리려 하자 이번에도 빙의가 되어 말했다. 황당해하는 대현에게 자신이 스무 살 차승연으로 보이느냐고 한다. 대현이 놀라며 한숨을 쉬었다. 병원을 찾아간 대현은 차승현이 대학 동기이며 지영이 등산 동아리 선배라 말한다. 지영이 승현을 따랐는 데 아이가 잘못돼 마음고생을 했다.
병원 의사는 지영을 직접 만나길 원했다. 기억이 잘 안 난다는 지영은 병원에 찾아갔지만 병원 검사비용이 비싸서 그냥 온다. 아내의 심각한 상태를 이야기해 주고 싶은 데 눈치를 챌까 봐 두렵다. 지영은 아기 낳으면 건망증도 심해지는 거라며 괜히 얘기했다고 후회한다. 3층 여자 화장실에 누군가 몰래카메라를 설치해서 여사원들이 깜짝 놀라고 긴장했다. 여사원들의 시름이 깊어진다. 고등학생 때 버스에서 지영이 어떤 남학생이 뒤따라 내려 긴장한다. 이때 중년 아줌마가 도움으로 위기를 모면했던 적이 있다. 아버지는 긴장하고 피해 다니라고 당부하셨다. 대현이 깨보니 지영이 창밖을 바라보고 있고 대답을 하자 안심한다. 명절에 그냥 가버린 아들 부부를 찾아온 대현 엄마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아픈 며느리를 보고 내색을 할 수 없어서 그냥 내려가기로 한다. 보약을 보낼 테니 잘 먹으라 통화한다.
대현과 지영
지영이 아영을 데리고 친정에 가기로 한 날, 대현은 워크솝 일정이 잡혔다. 지하철에서 딴생각을 하느라 아영이 똥 싼 것도 몰라 옆사람이 얘기해 준다. 화장실에 들어갔다가 몰카가 걱정돼 그냥 집으로 온다. 지영 엄마는 어릴 때 학교 선생님이 꿈이었다. 그런데 청계천에서 옷을 만들어 오빠들 학비에 보태느라 꿈을 접었다. 내일은 엄마 생신이라 친척들까지 모여서 함께 식사를 할 참이다. 워크솝에서 성희롱에 관해 교육을 받는다. 강의를 듣는 회사원 중에는 납득이 가지 않는 사람도 있다. 신경 써야 하는 일이 많다고 불만이다. 육아 휴직을 써야 하는지, 아니면 그냥 이대로 갈지 대현도 시름이 깊다. 고모들은 지영에게 꾸미고 다니라고 조언한다. 엄마 생일을 끝내고 셋이 어릴 적 앨범을 본다. 집으로 향해 가던 차 안에서 은영이 바바리맨 잡았던 이야기를 한다. 경찰에 넘겼는 데 교사들에게 엄청 혼났다면서 선생들을 저주했지만 이제 자신이 선생이 되었다.
김 팀장을 만나 지영이 출근하기로 했고 월급 80%와 인센티브를 받기로 한다. 지영의 졸업식 때 아빠는 시집이나 가라고 했지만 엄마는 활동하길 원했다. 대한 기획 광고회사에서 합격 전화를 받는다. 지영은 김 팀장을 만나 복직하기로 했다. 대현에게 자신의 취업을 알렸으나 불편함을 내색하자 속상해한다. 지영은 신혼초 가족계획을 구상하지만 얼른 낳기로 하면서 많은 부분을 희생했었다. 이튿날 대현이 옆 복직한 여사원이 아이를 데리고 출근한다. 수족구라서 어린이집에 맡기지 못하고 데려온 것이다. 대현은 지영이의 입장을 헤아려본다. 지영도 아이 돌봄 때문에 걱정이다. 그래서 대현이 지영 회사 복직을 위해 육아 휴가를 내보기로 한다. 시어머니가 보내준 흑염소를 받고 눈치 없이 회사에 열심히 다니겠다고 통화한다. 더구나 대현이 육아휴직을 쓸 거라고 하자 시어머니가 화를 버럭 내며 전화를 끊었다. 사돈한테 전화로 육아휴직 쓰는 게 말이나 되느냐고 정상이 아니라고 했다. 친정엄마는 죽집을 정리해서 아영이 봐줄 테니 일하라고 격려한다. 가려는 엄마에게 이름을 부른다. 할머니로 빙의된 지영은 친정엄마에게
지영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친정엄마
" 네가 그 꽃다운 나이에 오빠들 뒷바라지한다고 청계천에서 미싱 돌리고 얼굴 핼쑥해져서 월급 또박또박 받아올 때마다 엄마 가슴이 찢어졌었어~ 너무 착한 내 딸, 너 미싱에 손 그리돼서 왔을 때 엄마 가슴이 얼마나 찢어졌는지 몰라~ 그때 마음껏 안아주지도 못하고 고맙단 말도 못 했다! 미숙아 미안하다! 지영이 힘들어도 다 알아서 할 거야~ 강단 있게 키웠잖아, 그렇지?"
그 뒤 친정엄마는 몸져누웠다. 남편이 지석이에게 먹일 한약을 가져오자 내던진다. 멀쩡한 아들만 생각하는 남편이 야속해 오열하자 지영의 보약도 주문한다. 지영은 김 팀장님 회사에 가는 걸 보류한다. 보육비에 시터 비 주고 나면 모자랄 수 있다고 했다. 대현에게 복직도 하기 전에 지친다고 했다. 힘들어하는 지영에게 대현은 동영상 찍은걸 보여준다. 다른 사람이 돼서 말하는 동영상을 보여주며 슬프고 괴롭다. 지영이 병원에 갔다. 의사가 일단 병원에 오면 치료가 잘 될 거라 한다. 김 팀장에게도 당분간 일은 못한다고 전했다. 지영은 이렇게 사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내로 또 엄마로 사는 게 가끔은 행복하기도 하다가 어딘가에 갇혀있는 기분이 들 때도 있다. 출구가 나올 것 같은 데 벽이다. 사실은 다른 누군가는 출구를 찾았을 텐데 그럴 능력이 없기 때문에 낙오자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화가 나고 답답할 때 글을 썼다. 아영을 데리고 커피숍에 갔지만 커피를 쏟는 실수를 한다. 민폐이고 맘충이라는 말을 듣고 뭘 안다고 함부로 평가하느냐고 따진다. 이제 봄이다. 아영이도 좀 컸다. 글이 실렸고 그렇게 82년생 김지영은 시작되었다.
대현과 딸 아영
주인공 김지영
<82년생 김지영> 사회적인 문제인 '젠더 갈등'과 '페미니즘'으로 이슈가 되었던 소설이 영화로 제작되어 크게 주목을 받았다. 소설에서는 주인공이 삶을 연대기 순으로 서술했는 데 영화는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며 시간을 다채롭게 였어냈다. 육아 우울증으로 힘들었던 주인공 김지영은 평상시에는 아무 일도 없다가 힘들고 지치면 자신도 모르게 다른 사람이 되어 자신의 속마음을 말하게 된다. 꿈 많은 대학 시절을 보냈고 직장에서 인정을 받았지만 육아를 위해 퇴사를 했던 지영, 경력이 단절되어 점점 자신감을 잃어가고 어쩔 수 없는 한계에 부딪치게 된다. 아마 결혼하고 아이를 낳은 여성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게 될 내용이다. 영화 <82년생 김지영>가 개봉되고 나서 여성의 피해 의식이 과하게 표현된 것 같다고 한 사람들도 많았다. 특히 남성들은 여성의 관점으로만 이야기가 나온 게 아니냐면서 불편한 감정을 토로한 분들도 있었다. 그러나 여성의 육아, 경력단절 등으로 인해 겪어야 하는 고초를 생각한다면 충분히 이해할 거라 생각한다. 결혼한 한 여성은 누군가의 누나이자 엄마이자 며느리이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고 기르는 것은 여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어쩌면 인류가 안고 가야 할 큰 숙제이며 함께 고민하고 풀어가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주변에서 도와주지 않으면 힘들기 때문이다. 요즘은 많이 개선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남성들의 육아 휴직도 그렇고 여성들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편견이 나아지고 있으니 다행이다. 늦가을 <82년생 김지영> 통해 가족과부부의 모습을 조명해봐도 좋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