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동주>는 이준익 감독의 작품으로 일제 강점기의 시인 윤동주에 대한 이야기다. 더불어 나오는 인물이 송몽규이고 외사촌 동갑내기로 한 집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소심하고 열등감 있던 동주와 달리 몽규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인물이다. 일제 식민지 시대에 태어나 겪어야 했던 가혹한 현실에서 꿈을 찾던 청년들의 실화이기에 시대의 정신을 떠올리게 만든다. 이준익 감독은 대한민국 최초로 시인 윤동주의 삶을 조명하며 "시인의 시에 부끄럽지 않게 찍으려고 노력했다."라고 했다. <동주>는 화려한 기교나 과장 없이 진실하고 정직한 영화로 평가되고 있다. 어둠의 시대에 빛나는 청춘을 살다 간 윤동주(강하늘 배우)와 송몽규(박정민 배우)의 이야기는 시인의 촉촉한 감성과 조국을 사랑하는 젊은이들의 애국심을 느끼게 해 줄 것이다. 영화는 전체가 흑백으로 일제 강점기의 암흑기를 상징하고 절제된 영상미를 보여 준다. 시인 윤동주가 감옥에 갇혀 있다. 사상 문학서를 탐독, 민족의식을 가슴에 품고 교토 조선인 유학생 회합을 송몽규와 주도했다는 죄목이었다. 고등 형사(김인우 배우)는 징집령을 이용해 무장봉기를 계획한 것에 심문했다. 영화는 윤동주, 송몽규, 그리고 고등 형사의 비중이 크다.
가혹한 현실 앞에 마주 서다
신앙이 삶을 잡아주는 힘이라지만 핍박을 언제까지 당해야 하느냐고 학생이 외친다. 몽규는 세상이 변했다면서 동네 사람들 앞에서 엉겁결에 연설을 했다. 몽규는 학교 선생님께 부탁한 정지용 선생의 시집을 동주에게 준다. 동주는 시집을무척좋아했다. 몽규는 <술 가락>으로 1935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됐다. 집안의 경사였고 동주는 부러워했다. 몽규는 백석 시집도 동주에게 준다. 그리고 문예잡지를 만들어 시를 발표해 보자고 제안한다. 그래서 동주는 시를 쓰고 몽규는 산문을 쓰기로 했다. 교장선생님까지 허락하셨다. 동주 아버지는 의과에 가길 바라셨다. 많은 사람들이 의술의 도움을 받았으면 했다. 글 잘 써봐야 기자밖에 더하느냐고 문과는 반대했다. 그러나 동주는 글쓰기를 좋아한다. 이후 동주는 몽규와 연희 전문학교(현재 연세대)에 들어간다. 갈수록 몽규는 혁명가가 되고 싶어 했다. 국가의 성립은 국토, 국민 , 주권이 필요하고 선생님은 주권 없는 민족은 소용이 없다고 했다. 몽규는 주권에 대한 의지를 확실히 갖게 되면서 중국으로 떠났다.
고향에서의 동주와 몽규
영화는 옥중의 동주와 학교 생활하는 모습을 간간히 삽입하여 보여 준다. 동주는 쓴 시가 문제가 돼서 감옥에 갇히게 되고 점점 상태가 안 좋아서 주사를 맞았다. 동주는 기억했다. 메밀 전병을 싸 주던 엄마의 모습을~ 아버지는 모자를 쓰라고 하셨고 그 모습을 뿌듯하게 쳐다본다. 몽규는 글을 싣는 잡지를 만들자 제안한다. 그래서 강천식과 몽규와 동주는 발행 잡지를 만들고 글을 받는다. 옥천 출신의 이여진도 합류했다. 옥중에서의 동주 얼굴이 핼쑥하다. 수학 문제를 풀려다가 하늘이 보이자 별 헤는 밤~ 시를 짓는다. 몽규는 문집을 편집하면서 주장을 하기는 산문이 좋다고 감성을 자극하는 시는 빼자고 한다. 이광수의 글을 찢어버리는 몽규에게 관습과 이념에 사로잡혀 함부로 판단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리고 시에 대해 인민의 감성 운운하는 동규에게 시도 자신의 생각을 펼치기에 부족하지 않다고 반박했다. 사람들 마음속에 살아있는 진실을 드러낼 때 문학은 온전하게 힘을 얻는 거라고 했다. 그 힘이 모여서 세상을 바꾸는 거라고 했다. 둘은 자신의 의견을 양보 없이 주장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게 더 부끄러운 것이다
여진은 시를 잘 쓰는 동주에게 관심이 많았다. 여진과 동주가 걷는 밤하늘 뒤쪽으로 별빛이 가득하다. 라이나 마리아 릴케의 시를 읊는다. 동주가 시를 사랑하듯 몽규는 세상과 나라를 사랑한다. 여진은 동주의 시가 좋다고 했으나 읽고 나서 왠지 쓸쓸해졌다고 했다. 여진의 말이 마음에 걸렸다. 여진과 동주는 정지용 선생님을 찾아갔고 동주 시를 읽어 봤다면서 좋다고 하셨다. 선생님은 창씨개명 후에는 일본 시를 써야 하는 거냐고 울분을 토하셨다. 선생님은 동주를 일본으로 가라고 했지만 창씨개명해서 일본 가는 게 부끄럽다고 했다. 그러나 부끄러움을 모르는 게 더 부끄러운 거라고 하셨다. 창씨개명을 8월까지 마치라는 일본 요청에 춘원 이광수는 독려 글까지 썼다. 동주는 고향에 다녀와 생각해 보기로 하고 찢어버린다. 몽규는 동주에게 여진이 집안도 좋고 정지용 선생님과도 인연이 깊다고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연전 졸업을 앞두고 몽규는 중경으로 갔고, 같이 가자고 하지 않아 서운했다. 그러나 동주가 고향에 남아있기를 바랐다. 몽규는 임시정부 지시로 군사 자금 모으는 활동을 했다.
동주와 몽규
동주는 활동적이던 몽규가 위험한 일을 꾸미지 않기를 바랐다. 동주는 일본에 가는 문제로 부모님과 조부님께 말씀드렸다. 동생들에게는 공부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중간중간 시가 나온다. 송몽규는 우등상장을 받았다. 정지용 선생의 추천을 받고 일본 유학을 가게 되었다. 창씨개명은 송몽규가 돌아와 같이 했다. 참회록의 시에서는 그의 갈등이 묻어났다. 창씨개명으로 몽규의 일본 이름은 <소 무라 무 케이> 동주는 <히라노 마 도주>였다. 교토 제대에 둘 다 시험을 봤으나 몽규만 합격했고 동주는 기독교계 미션스쿨인 릿교대 영문학부에 합격했다. 동주는 교토에 있는 동안 압천을 찾았고 정지용 선생님의 시를 떠올리며 시상에 도움을 받는다. 몽규는 교토에 있는 대학생들과 모임을 하면서 동주를 이종사촌 동생이라고 소개했다. 교토에 있는 유학생들이 징집을 피하려고 지방 작은 대학으로 편입한다고 하자 몽규는 화를 벌컥 냈다. 우리가 일본에 온 목적이 있고 계획에 대해 피력했다. 학생들은 징집에 소집됐다. 몽규는 발암물질에 대해 실험대상이 된다고 했지만 전쟁이 곧 끝나니 잘 참자고 격려했다.
몽규는 총을 들고 동주는 詩를 쓰다
동주를 심문하던 고등 형사는 몽규가 쓴 ' 조선인 동원령을 조직적으로 이용할 것, 유사시 이용할 일본인을 포섭할 것, 장교급으로 군부에 깊이 들어갈 조선인 제국대 학생들을 선발할 것, 등을 쓴 몽규의 글을 보여 주었다. 릿교대학에 다카나스 교수는 캠브리지 신학대학과 하버드 신학부를 나온 훌륭한 선생님이시다. 언어의 천재였고 인품도 훌륭하셨다. 동주는 수업 중에도 시상이 떠오르면 시를 쓰곤 했다. 다카나스 선생님은 동북 제대 영문과 교수로 있던 친구의 딸인 후카다 쿠미를 소개했다. 부모 모두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한다. 선생님은 동주가 방랑에서 워드워즈의 문학을 목표로 삼은 뜻을 물어봤다. 인간의 감정들 중 마음속에서 활동하지 못하거나 가치가 절하된 것을 상기시키려는 의도였다고 했다. 선생님도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건 개개인 깊은 내면의 변화들이 모인 힘이라고 했다. 선생님은 영국에서 공부할 때 정리한 자료들을 동주에게 빌려 주었다. 동주는 시를 써보라는 제안에 출간은 못했어도 시를 쓴다고 말씀드렸다.
삭발당하는 동주
동주 시를 좋아하는 후카다 쿠미는 영문 시집 내는 방법을 알려 준다. 일본어로 번역하면 영문 번역은 쉽다고 했다. 일본도 전쟁이 시작된 이후로 분위기가 나빠져갔다. 수업 중에 군인들이 들이닥쳐 히라누마 도주를 찾았다. 교련을 거부한 것에 대해 물었다. 군사문화에 익숙하지 않아서라고 하자 동주의 빰을 갈겼다. 군인들은 학생들이 보는 앞에서 동주 머리를 삭발했다. 징집령이 내려져 도쿄도 위험했다. 선생님께서는 동주를 교토에 가라고 권했고 기도했다. 동주는 짐을 싸서 교토 몽규한테 갔고 모임에 자신도 껴 달라고 했다. 그러자 몽규는 총은 자신이 들 테니 동주는 시를 쓰라고 했다. 동주는 시 쓰는 일이 현실에서 도망치는 것 같아 미안했다. 몽규는 의과대생들이 훈련소로 배치되면 많은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몽규는 점점 혁명을 일으킬 주동자가 된다. 불합리한 체제를 타도하기 위해, 국가가 수탈당하지 못하게 몸을 날리기로 한다. 중간중간 동주의 시가 영화 중에 낭송된다. 이때 동주는 살기 힘든데 시가 쉽게 쓰이는 건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몽규는 광복군으로 활동하며 학도생들이 총알받이로 나갈 거라고 했고, 동주는 번역시집으로 바빴다. 몽규는 학생들에게 함께 웅집 하고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칠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하늘과 바람과 별과 그리고 詩
쫓기던 몽규가 밤중에 와서 느닷없이 고향에 가자고 했다. 새벽기차를 타야 한다고 했으나 동주는 이튿날 후카다 쿠미와 약속 때문에 내일 가자고 했다. 그래서 몽규만 갔다가 잡히고 만다. 동주는 쿠미를 만났다. 휴지에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 제목을 적는 사이 동주에게도 형사가 다가왔다. 동주도 붙잡혀 가고 수차례 심문을 받게 된다. 일본은 문명국이라서 서명을 합법적인 국제법 절차를 거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몽규는 열등감을 숨기려고 서구식 사법제도를 흉내 내는 거냐고 따지다 빰을 맞는다. 몽규는 조선인 징집령을 이용하여 반군 조직을 결성하고, 군사적 계획을 성공하지 못해 안타까워했다. 몽규도 결국 서명하고 말았다. 그러나 동주는 시인이 되려고 했던 게 부끄럽고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기만 했던 자신이 부끄러워 서명을 못하고 종이를 찢는다. 몽규와 동주 아버지가 면회를 왔으나 동주는 이미 죽었다. 몽규도 곧 죽을 거라며 자신의 뼛조각이라도 고국 땅에 묻어 달라고 했다. 동주와 몽규는 29세 젊은 나이에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사망했다.
문예지 모임 동지
영화 <동주>는 이름도 언어도 꿈도 잔인할 정도로 허락되지 않는 어둠의 시대에 살다 간 안타까운 시인이다. 너무 젊은 나이에 일제에 대항을 하다가 옥에서 숨을 거둔 비극적인 인물이라 더 마음이 아프다. 자신의 꿈을 제대로 펼쳐보지도 못한 채 동주는 세상을 떠났다. 동주가 오래 살아서 그의 가슴에 무수히 많았던 시어들을 꿰어서 들려주었더라면, 생전에 그토록 갈망했던 하늘과 바람과 별과 그리고 시를 노래하며 살았을 텐데~정말 통탄할 일이다.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노래했던 윤동주 시인, 시대의 아픔이 그를 더 절실하게 만들었던 것일까? 여전히 우리들 가슴에 동주의 시는 살아 있다. <동주> 영화에서는 송몽규의 존재감도 확실히 조명했다. 소심하고 그림자처럼 행동한 동주와 달리 몽규는 확실한 리더로서 삶을 개척했다. 동주에게 정지용 시집과 백석 시집 등을 건네주며 문학적인 힘을 끌어내 준 것도 몽규였다. 문예지를 만들고 주도적으로 활동하며 동주의 시를 발표하도록 했다. 조국을 위해 비밀 단체를 만들고 나라를 위해 적극적으로 활약하는 몽규를 만날 수 있었다. 요즘 K한류 문화의 열풍이 아시아는 물론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 일제 강점기를 생각한다면 지금의 모습은 기적이 아닐 수 없다. 앞으로도 중심을 잃지 않고 성장해 나가서, 한류 열풍이 세계 곳곳에 뻗어 나갈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그리고 동주가 노래했듯이 아무런 걱정도 없이 계절로 가득 찬 하늘의 별들을 바라보며 자주 별을 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