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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미영 sopia Mar 14. 2023

책 리뷰 - {열린 손으로}

성바오로 / 헨리 나웬 / 117page

헨리 나웬의 가볍게 읽을 얇은 책을 소개한다. 얼마 전에 ME 주말을 함께 발표했던 신부님으로부터 받은 책 선물이다. 시집 정도의 두께와 사이즈라서 읽기 편하고 휴대하고 다니기도 좋다. 책 제목이 <열린 손으로>이다. 보통은 열린 마음을 이야기하지만 여기서는 우리가 살아가면서 손에 쥐고 있는 집착에 관해서 다루고 있다. 우리는 태어날 때도 손을 꼭 쥐고 태어난다. 그 손을 편다는 것은 모든 것을 내려놓음을 의미한다. 기도를 한다는 것은 절대자 앞에서 손을 펴는 것, 손을 열어 드리는 것이다. 기도한다는 것은 먹고 마시고 활동과 휴식, 가르침과 배움, 놀이와 일중에 그분을 향하여 마음을 모으는 일이다. 책갈피에 신 안셀모 신부님께서 적어 주셨던 글 내용을 올려 본다.


기도를 잘 드리고 있는지

어떻게 기도하는 것이 맞는지

생각이 많아질 때쯤

읽는 책이랍니다.

기도를 안내해 주는 책은 여러 개가 있지만

마음으로 정독하며

제 기도를 정리하게 도와준 고마운 책이

' 열린 손으로'입니다.


신부로 30년을 살았지만

늘 뒤뚱거리며, 어벙한 모습이었던 것 같습니다.

다행히 여태껏 사제로 미사와 성사들을  집전하고 있음에

자비하신 하느님을 찬미하고

허락된 시간까지 성실하기 위해

본당 교우들의 기도와 격려를 청하고

고마운 마음을 전합니다.

                                          신 안셀모 신부



제주 바다

저자 헨리 나웬 사제는 사목과 영성생활에 관한 30여 권을 저술하여 독자들에게 친숙한 영성가로 알려졌다. 미국의 노트르담, 예일, 하버드 대학 등에서 신학과 심리학을 가르쳤으며 1986년부터는 교수직을 그만두고 장 바니에가 창설한 '노아의 방주' 운동에 참여했다고 전한다. 1996년 죽음까지 '라르슈의 새벽 공동체'를 사목 하며 정신 장애인들과 함께 생활했다. 프로테스탄트식 교육을 받으며 자란 수 몽크 키드 개신교 작가는, 기도는 따분하며 다소 헛된 활동에 불과하다고 생각해 왔다고 밝혔다. 하지만 내면적인 삶의 전망과 영혼을 소중히 다루고 정신과 마음을 변화시키는 기도의 본질에 관해서 무지했음을 고백한다. 그러다가 나웬의 책에서 뜻밖의 문장을 발견하게 된다. "당신이 기도하고자 할 때 먼저 해야 할 질문은 어떻게 나의 움켜쥔 손을 펼 것인가?" 하는 것이다. 기도란 인간의 마음 안에서 두려움을 단단히 잡고 있는 어떤 것을 열어젖히는 것과 비슷하다고 암시했던 문장이다. 다른 책들보다 ' 열린 손으로' 책에서는 기도의 의미와 실천에 대해 의미를 떠올리게 된다.


이 책은 우리로 하여금 가장 위태롭고 감당할 수 없어 보이는 긴박한 순간에 그 삶을 좋은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해 준다. 헨리 나웬은 초판 서문에서 일련의 생각들을 오랫동안 모은 것이고, 기도에 관한 경험들을 개인적으로 나누고자 하는 시도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한다. "나 자신이 기도에서 발견하는 것은 무엇인가?" 이런 물음 없이는 기도에 대해서 글을 쓸 수가 없다는 것이 나웬의 느낌이었다. 고요함, 받아들임, 희망, 연민의 정, 심지어 비판과도 어떤 관계가 있음을 깨달았다고 한다. 헨리 나웬은 사사로운 것에서 구별할 수 있도록 25명의 신학생들을 모아 모임을 구성하였다. 1970년 네덜란드의 작은 도시에서 몇 번의 모임과 나눈 체험을 바탕으로 쓰였음을 밝혔다. 나웬은 대화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삶에서만이 아니라, 고요한 시간 동안 이 책을 쥐게 될지 모르는 사람들의 삶 속에서도 열매 맺기를 원하였다. 개정판 서문에서 나웬은 자신의 희망이 기대 이상으로 이루어졌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로부터 기도의 의미를 이해하고 실제 기도 생활에도 도움이 되었다는 것이다. "현존에 참여하라"는 요청은 여전하며 오늘날 어느 때보다 긴박함을 전하며 또 다른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지기를 갈망했다.


기도에 대한 저항은 꼭 쥔 주먹과 비슷하다. 움켜쥔 주먹의 이미지는 긴장상태, 자신에게 단단히 집착하려는 욕구, 두려움을 피하려는 갈망을 나타낸다고 한다. 예로 정신병원에 수용된 할머니의 이야기는 이러한 태도를 잘 설명해 준다. 할머니는 흥분했고, 의사가 모든 것을 빼앗아 버려야 할 만큼 모든 사람들을 질겁하게 만들었다. 할머니의 손에는 작은 동전이 쥐었져 있었고 그 움켜쥔 손을 펴는데 두 사람의 힘이 필요했다. 마치 그 동전이 자신의 존재 자체인양 여겼다. 할머니의 집착은 마지막 소유물인 동전을 빼앗기면 아무것도 갖지 못할 것 같은 두려움이었다. 우리가 기도에 초대될 때도 꽉 움켜쥔 주먹을 펴고 마지막 남은 동전을 요구받는 것과 비슷하다. ' 우리가 내놓길 원하지 않는 것'을 발견하기 때문에 처음의 기도는 고통스럽다. 그러나 수많은 두려움 중에 하나라도 떨쳐 버리려고 할 때마다, 조금씩 펼쳐져서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이다.


움켜쥔 주먹을 펴는 것이

저는 두렵습니다.

제가 의지할 그 어느 것도 더 이상 갖고 있지 않다면

도대체 저는 어떤 모습이겠습니까?

제가 빈손으로 당신 앞에 선다면

도대체 저는 어떤 모습이겠습니까?


제가 차츰 제 손을 펴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제가 소유하는 것이

저 자신이 아니라

주님께서 제게 주고자

하시는 것이 바로

저 자신임을 깨닫게 해 주십시오

그리고 주님께서 제게

주고자 하시는 것은 사랑임을

조건 없는 영원한 사랑임을 깨닫게 해 주십시오

아멘


묵상을 위한 물음 - "내 움켜쥔 주먹 안에 무엇을 꼭 잡고 있는가?"


침묵은 울림으로 가득 차 있고 침묵 속에서 바람의 속삭임, 나무 잎사귀의 바스락 거림, 새들의 날갯짓, 해변에 닿아 철썩이는 파도 소리를 듣는다. 이 모든 것들이 들리지 않는다 하더라도, 우리 자신의 조용한 숨소리를 들을 수 있으며, 손이 살갗을 스치는 소리, 목구멍에서 침 넘어가는 소리, 그리고 낮은 발걸음 소리를 들을 수도 있다. 저자는 우리가 침묵이 가져오는 이러한 부드러운 울림에 무감각해져 버렸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흔히 소음으로 가득 찬 세계에서 이러한 울림이 가득한 침묵 속으로 초대받을 때 두려움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우리 몸을 따듯하게 해 주는 이불이었던 것처럼 이 소음에 익숙해져 있는 것이다. 침묵은 우리에게 내면의 뜰로 걸어가 낙엽들을 긁어모으고 길을 치워서 내면에 이르는 길을 쉽게 발견할 수 있도록 자유를 제공해 준다. 우리는 이러한 신뢰감을 통하여 자신의 삶을 내면으로부터 새로이 소유하게 된다. 침묵은 참된 의미의 '약속'으로 새로운 삶을 보증하기 때문이다. 주님 선물을 받아들일 수 있도록 손을 열어 주고 손을 펴도록 도와주시길 간청한다.  


묵상을 위한 물음 " 나는 왜 침묵을 피하려 하는가?"


제주 바다


우리를 위해 마련된 모든 선물을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자 할 때, 자신의 삶을 새롭게 한다. 무엇보다 기도한다는 것은 새롭고, 다르신 하느님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것이다. 기도 안에서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으면 자유로워짐을 느끼게 된다. 기도는 생활 속에서 나오는 것이고, 살면서 접하게 되는 일상의 크고 작은 일들과 깊이 연관되어 있다는 것이다. 마음속에 가득 찬 것이 입을 통해 나오게 되는 이치와 같다. 우리의 마음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소망들과 기대들로 차 있다. 흔히 지금 이 순간의 크고 작은 걱정들로 가득 차, 긴 청원들의 나열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약한 믿음의 기도는 철저하게 게산적이고 인색하며, 작은 모험에도 당황해한다. 그러나 희망한다는 것은 모든 것이 내 앞에 열려 있다고 보는 관점이라는 것이다. 희망의 기도는 어떤 보장도 요구하지 않고 어떤 조건도 제시하지 않고 어떤 증명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희망은 약속이 성취되기를 기다리는 열린 마음이기 때문이다.


헨리 나웬 영성가는 기도에 대해 이렇게 말하고 있다. 기도한다는 것은 위장된 안전을 포기하는 것이며, 구석으로 몰린다고 느낄 때 자신을 방어할 논거들을 더 이상 찾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도한다는 것은 또한 우리에게 주어질 수도 있는 달콤한 삶의 순간만을 희망하는 것이 아니다. 기도한다는 것은 인간들에게 볼 수 있는 것과 같은 옹졸함을 더 이상 하느님에게서 예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도한다는 것은 하느님의 충만한 빛으로 걸어 들어가 "저는 불안전한 인간이고 당신은 하느님이십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회심의 순간이며, 하느님과 우리가 참된 관계가 성립되기 시작하는 때라 말한다. 인간은 죄인이며 하느님은 사랑이시기에 이런 회개의 체험은 단순하고 명확하게 이점을 밝혀 둔다. 기도하는 사람은 생활 속에 숨어 있는 의미를 간파하며, 언제나 더 깊은 회개로 초대할 것이다. 기도한다는 것은 하느님 앞에서 손을 펴는 것, 손을 열어 드리는 것이고, 전적으로 그분께 자신을 맡기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약함을 부끄러워하지 않으며, 함께 하고 있다는 것을 인식하고 내어 맡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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