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신미영 sopia Apr 18. 2023

영화 리뷰 -《 랜드》

미국 드라마 2021년 / 감독- 로빈 라이트 / 89분

이 영화는 미국의 여성 배우인 로빈 라이트가 감독과 주인공을 맡았다. 장편 연출 데뷔작으로 본 작품을 통해 <팜스프링스 국제 영화제>에서 '주목해야 할 감독'으로 선정되었다고 한다. 불의의 사고로 가족을 잃고 일상생활마저 어려워진 주인공이 미국 와이오밍주 북서부 산맥에 있는 곳으로 들어가 생활하는  역할을 맡았다. 주인공 이디는(로빈 라이트 배우) 삶의 의미를 잃은 후 사람들하고 지내며 감정을 공유하는 것조차 힘들다. 게다가 소통수단인 휴대폰도 입산하기 전에 버렸다. 캠핑 가게에서 최소한의 생필품을 샀다. 이디가 간 곳은 인디언 보호구역으로 1년 반전에 노인이 죽고 빈집으로 뒀던 곳이다. 도시와 멀리 떨어진 곳이라 무단침입은 걱정 없다고 했다. 이디는 물건을 싣고 온 아저씨에게 렌터카랑 트레일러를 이삿짐센터에 반납해 줄 것을 요청했다. 차 없이 살아가기는 어렵다고 했지만 한사코 싫다고 한다. 그는 이런 곳에서 살아본 적도 없는 이디가 어떻게 살아갈지 걱정스럽다. 반품 비용과 열쇠는 문밖에 두기로 한다.


이디는 어둡고 적막한 집안을 이곳저곳 열어보고 뭐가 있나 살펴본다. 박스를 정리하며 통조림등을 꺼내고 베이킹 소다로 이를 닦는다. 이튿날 쓰레기와 먼지를 치우고 통조림으로 식사를 했다. 땔감을 위해 도끼로 나무를 잘랐더니 손에 물집이 잡힌다. 이곳에 오기 전에 자신이 왜 살아있는지 모를 정도로 사는 게 싫었다. 이디는 이해하지 못하고 자신을 달래는 에마에게 서운했다. 간간히 에마라는 인물을 강조했는데 뚜렷하게 어떤 관계인지는 피력하지 않았다. 다만 가장 최측근 인물로 비친다. 강가에 물통이 빠져서 간신히 물을 떠 오기도 하고 남편과 아이의 모습이 오버랩된다. 물고기를 잡아 식사하면서 뒤에 와서 안아주는 아이가 보이지만 그건 상상이다. 비 오는 바깥에 남편의 환영이 보이지만 잠시 스쳐갈 뿐이다. 음악은 좀 거칠다. 마치 아픈 곳을 건드려주는 음악같이 느껴진다. 박스에서 뭔가를 꺼낼까 하다가 도로 집어넣고 먼 곳을 바라보는 주인공.

캠핑점 아저씨와 이디

어둠 밖에서는 늑대의 울음이 울린다. 이튿날 밭에 심은 걸 야생동물이 다 뒤집어 놓았다. 한겨울 집과 떨어진 화장실에 왔을 때 곰이 바깥에서 공격하며 소리를 내고 집 쪽으로 갔다. 한참뒤 집안으로 가보니 난장판을 만들어 놓았다. 캔은 따져 있었고 성한 게 없을 정도로 다 부서져 있었다. 어쩔 수 없이 잔해물들은 불에 태워 없앤다. 남은 칠리소스를 먹고 눈 내린 호수에서 물고기를 잡아 간신히 구워 먹는다. 집안도 추워 식품은 얼고 하얗게 눈 내린 바깥에 나가 총을 당겨보지만 죽이는 게 두려워 사냥에 실패한다. 이때 절망은 극에 달한다. 다 소용없다고 멍청하다고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그래서 총부리를 목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려고 할 때 자신을 괴롭히지 말라는 환영을 보게 되면서 다시 마음을 다잡는다. 에마라는 글씨를 벽에 붙여 놓고 바닥에 떨어진 것을 주워 먹다가 쓰려졌다. 그리고 예전에 즐겁게 지냈던 환상을 보면서 다시 일어났다. 밖에는 눈보라가 쳤다. 끈을 몸에 매달아 탈출을 시도하다가 포기했고 그 상태로 누워 일어나지 못했다.

먼산을 바라보는 이디

며칠이 지나서 이디는 구조된다. 사냥하던 미겔 (데미안 비쉬어 배우)이  응급 간호사 알라와를 불러 주였다. 상태가 안 좋아 병원서 검사를 받자고 했지만 거부했다. 알라와는 이대로 두면 죽는다고 했는데 미겔은 본인 의사를 존중했다. 미겔이 남기로 했고 죽을 끓어 먹이고 간호했다. 사냥 중에 봤던 굴뚝의 연기가 없어서 들어와 보니 쓰러져 있는 걸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이튿날 국수를 한 박스 갖다 주었다. 미겔은 장작도 패주고 정성스럽게 간호해 준다. 간호사는 미겔이 아니었으면 죽었을 거라고 했다. 연락하라고 휴대폰을 건네주었지만 이디는 받지 않았다. 도망자도 아니고 범죄도 아닌 본인이 선택해서 왔다고 해명했다. 이디는 도와준 거에 대한 고마움을 표현했다.  사람들이 싫어서 이곳에 온 거라고 했다. 이디는 행동에 대한 책임은 질 거라면서 대신 바깥 소식은 알려주지 말라고 부탁했다. 며칠뒤 미겔은 덫 놓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눈이 녹고 봄이 되었다. 미겔은 잡은 동물을 손질하는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리고 직접 해보라고 했다. 이디는 이제 혼자서 생활하는데 무리가 없었다. 책도 읽고 경작법도 배웠다. 미겔은 큰 개를 데리고 왔고 꽃들이 핀 나무 밑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이디는 미겔을 스타워즈 시리즈의 인물인 '요다'라 불렀다. 미겔은 8년 전 아내는 죽었고 아내의 조카들과 개들이 있다고 했다. 이디도 가족이 있었다고 했으나 깊게 말하지 않는다. 둘은 사냥한 고기를 구워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이디는 혼자 사는 게 생각보다 덜 외롭다고 했다. 그러다 미겔이 차도 가족도 버리고 사는 이디의 모습을 언급하자 언짢아했다. 며칠 후 둘은 사냥하고 노래도 같이 불렀다. 어느 날 미겔은 그림 한 장을 갖고 왔는데 꼬마가 그려준 그림이었다. 이디는 자신이 살아있다는 증거로 전에 꺼내려던 상자에서 그림을 전해준다. 미겔은 한동안 못 올 거라 말했다.

사냥하는 미겔과 이디

그러면서 개를 두고 갔다. 이디는 덕분에 훨씬 든든했다. 행복하고 즐거웠던 가족사진을 보며 눈물을 흘렸고 꺼내서 벽에 붙여 두었다. 목욕하고  음식을 조리하면서 미겔이 두고 간 개와 교감도 나눈다. 비가 내리는 날 의자를 바깥에다 두었다. 미겔이 오길 기다렸으나 오지 않았고 일상은 이어졌다. 겨울이 왔고 추위를 견뎌내며 지냈다. 이디는 미겔을 찾아 짐을 싸서 개와 함께 마을로 한참을 걸어 내려갔다. 퀸시는 해발 1320미터에 2900명이 살고 있는 마을이다. 퀸시 병원을 찾아가 전에 자신을 간호해 주었던 알라와를 찾게 된다. 미겔에게 데려다줬는데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암으로 죽음을 앞두고 있었다. 미겔은 용서받고 죽을 수 있게 돼 감사하다고 했고 이디는 미겔 덕분에 살고 싶어 졌다고 고백했다. 노래를 좋아했던 미겔은 휴대폰에 저장된 음악을 건네주었다. 미겔은 자신이 음주 운전으로 사고내서 가족을 잃었던 슬픔이, 이디는 남편과 아들을 공연장에 난입한 총격범에게 살해당했던 아픔이 있었다. 그래서 둘은 더 잘 통하고 이해했을 것이다. 미겔은 숨을 거두었다. 이디는 공원에서 가족에게 전화를 했고 돌아갈 곳을 찾은 듯했다. 다소 희망적으로 영화는 끝나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설경에서의 미겔과 이디

영화는 미국 북서부 산맥을 배경으로 하늘이 가깝게 보일만큼 지대가 높았다. 푸른 소나무들이 빼곡하고 설경이 아주 멋졌다. 그러나 세상과 등지고 살고 싶어도 여자 혼자 살기엔 힘든 곳이었다. 얼마나 자포자기였으면 모든 걸 버리고 산속으로 들어갔을까? 세상과 연결되는 휴대폰도 버리고 최소한의 비상식량과 물건만 갖고 깊은 곳으로 숨었던 주인공. 무섭고 두려운 마음은 없었지만 숲 속은 안전하지 않았다. 곰이 나타나 비상식량을 들통내고 추위에 아사를 당할 위기에 처하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겔의 도움이 없었다면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다. 사람이 싫어서 산속으로 숨었던 이디가 미겔을 다시 찾게 되고 죽음의 직전 모습을 본다. 미겔은 음주 운전으로, 이디는 총기사건으로 가족을 잃었던 상처가 있어서인지 잘 통했다. 미겔이 암에 걸리지 않고 둘이 잘 살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많은 부분이 치유되며 좋았을 텐데 무척 아쉽다. 영화 대사는 별로 없었지만 메시지의 전달이 잘되어 감동을 주었다. 자연을 보면서도 힐링을 얻게 된다. 그리고 힘겹게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보면서 현재 살고 있는 것들을 확인해 볼 수 있어 좋았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일상의 소소한 행복을 다시 생각해 보는 감동의 영화라 추천드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리뷰 -《 라스트 미션 》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