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을 여행하고 돌아와 여행기를 쓰지 못하고 미뤄두고 있다가 이제 쓰게 되었습니다. 사진을 보면 대충 회상은 되겠지만 이런 기록을 통해 당시 구경했던 것들과 상황들을 잘 느낄 수 있게 되기 때문에 기억은 가물거리지만 사진을 보며 되살려 봅니다. 시간이 더 지나면 뭉뚱그려져 제대로 기억해 내기가 쉽지 않을 테니까요. 사실 이번 여행은 웃고 떠들며 다니다 보니 메모를 하지 않았는데 여행사 상품 내용과 사진을 보며 글을 써봅니다. 그래도 동유럽 여행 가실 분들은 참조하시면 약간은 도움이 되실 거예요. 이번 여행에서 가장 가슴이 설레었던 건 체코 프라하의 거리를 거닌다는 것, 구스타프 크림트의 키스 그림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 볼프강과 모차르트 생가 마을을 갈 수 있다는 거였습니다. 코스가 좋았고 동유럽의 하늘이 유난히 파랗고 깨끗했던 덕분에 여정이 행복했습니다. 네 번째 여행을 함께한 열숙님들과 연신 '하하' '호호' 웃으며 즐거웠던 여행기록을 남겨 봅니다. 읽는 양이 많은 관계로 다음 주에 한 번 더 발행을 하겠습니다.
만년설에서 바라본 볼프강
열숙이들의 동유럽 여행기
4월 하순에 8박 9일의 일정으로 동유럽 3국 헝가리, 체코, 오스트리아를 다녀왔다. 헝가리를 통해 들어가 슬로바키아를 살짝 거쳐 체코, 오스트리아, 다시 헝가리를 통해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열숙 모임에서 이번이 4번째 해외여행이다. 2011년 본당 활성화 차원에서 레지오 단장, 반장들 30여 명이 제주에 피정을 간 적이 있었다. 이때 마음 맞는 자매들끼리 <열숙 모임>을 결성했다. 여행하는 모임이면 좋겠다는 의견에 회비를 모으기 시작했고 2014년에 대만 여행을 다녀왔다. 2016년에 스페인과 포르투갈, 2018년에는 크로아티아를 비롯 발칸 3국을 여행했다. 코로나 기간에는 아쉽게 못 갔고 2023년 4월 동유럽을 여행하게 됐다. 이번 여행은 체코, 오스트리아, 헝가리등 동유럽 3국 8박 9일의 패키지 상품이다. 프라하와 부다페스트의 2대 야경과 오스트리아 쉔부른, 벨베데레 2대 궁전, 호수마을 할슈타트를 볼 예정이다. 체코 필스너우르겔 맥주 공장을 견학하고 유네스코 세계 문화 유산인 멜크 수도원을 갈 것이다. 그리고 헝가리의 보석점이 있는 도시 센텐트레를 방문하는 일정이다.
열명은 새벽 3시 20분에 시외버스를 타고 5시 20분쯤 인천공항에 도착했다. 청주에 공항은 있지만 수요가 많지 않아 유럽 직항은 아직 없다. 인천 국제공항 1 터미널 3층 출국장 부근 여행사를 찾아가 안내와 여행 티켓을 받아 짐을 부치고 공항 안으로 들어갔다. 계약 당시엔 대한 항공이었으나 인원이 부족해 다른 상품으로 바뀌었다. 폴란드 항공에 탑승하여 9시쯤 비행기는 동유럽을 향해 이륙했다. 비행은 약 13시간 소요될 예정이다. 최신 드림 라이너 기종 보잉 787로 의자도 좁지는 않았고 기내식이 두 번 나왔는데 맛이 다 괜찮았다. 게다가 스낵과자와 따끈하고 얼큰한 신라면을 먹을 수 있어 좋았다. 동유럽은 우리나라보다 7시간이 늦다. 무사히 헝가리 공항에 도착했다. 예상보다 입국 심사가 늦어졌는데 무사 통과한 것을 다행으로 여겼다. 이후 3시간을 더 달려서 슬로바키아에 도착했다. 닭날개로 저녁을 먹고 체코 브르노로 이동하여 호텔에다 짐을 풀었다. 두 사람씩 방배정이 됐고 대부분 시차 부적응으로 잠을 설쳤다. 비행기를 타고 온 여독이 풀리지 않아서 가져온 누룽지를 끓여 먹었다. 일행과 호텔 조식에 가보니 빵 위주로 차려져 있어 커피와 함께 더 먹었다.
기도하는 구름 사진
보석같은 도시 체코 프라하를 거닐다
숙소에서 조금 벗어난 기찻길에서 사진을 찍고 이동할 차를 기다렸다. 맑은 공기와 유난히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을 보니 기분이 상쾌했다. 프라하 현지 가이드 안내로 프라하 성을 구경했다. 프라하 성 앞으로 펼쳐진 흐라트차니 광장에서 바라본 하늘 뭉게구름이 마치 천사가 기도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아서 감탄하였다. 프라하 도시 계단길로 이동하면서 골목길 곳곳에서 그들의 삶의 모습을 들여다봤다. 말로만 듣던 프라하에 와 보다니 그 자체로 감동이었다. 체코 공산주의가 무너지고 전 세계를 마음대로 다닐 수 있어 다행이다.
프라하는 다른 유럽 도시에 비해 물가가 저렴하고 중세 유럽의 느낌이 가장 잘 보존되어 있는 보석 같은 도시이다. 유럽에서 단 하나의 도시에 머물라고 하면 단연 프라하라고 한다. 프라하의 상징인 프라하 성은 1918년부터 대통령 관저로 쓰기 시작해 지금도 대통령 관집무실로 사용된다고 한다. 여러 부속 건물들이 이루어진 왕궁이라고 소개했다. 체코 역사를 그대로 간직한 구시가 광장에는 유명한 천문시계탑이 자리 잡고 있어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구청사 외벽에 걸린 600년이 넘는 낡고 커다란 천문 시계는 정각 20초 정도 해골 인형이 종을 치고 두 개의 창문에서 12 사도가 등장한다. 이것을 보기 위해 많은 인파들이 모여 있다.
프라하 성
체코 구시가 천문 시계
현지 가이드에게 카를교 성인의 이야기와 여러 동상의 모습을 보면서 돌다리를 건넜다. 카렐교는 구시가지와 말라스트라나를 이어주는 다리로 체코에서 처음 만들어진 돌(석조) 다리라고 한다. 블타바 강 위에 보행자 전용 다리이면서 프라하 성, 천문 시계와 함께 프라하를 대표하는 관광 명소이다. 다리의 길이가 500미터가 넘고 카를로 성인을 비롯 30 여개의 성상들이 좌우 난간에 각각 마주서 있다. 이후 점심식사로 맛있는 등갈비를 먹었다. 그리고 하벨 시장과 바칠 라프 광장에 들렸다. 프라하의 중심이며 녹지를 경계로 차도와 인도로 나누고 있어 우리나라 광화문 광장과 비슷했다. 박물관 앞에 바츨라프의 기마상이 서 있다. 기마상 앞쪽에는 1968년 '프라하의 봄'이 좌절되고 1969년 소련군의 침공에 맞서 분신자살의 장소이기도 하다. 광장에서 자유, 인권, 민주를 외쳤으나 구소련의 탱크에 무참히 짓밟혔던 곳이다. 큰 아픔을 겪었지만 이젠 평화롭게 여행할 수 있어 다행이다. 그리고 프라하 면세점을 들려 기념품을 샀다.
존레논 벽에서
중세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체스키크롬로프의 거리를 걸었다. 마을을 돌며 존 레논 벽에 그려진 벽화 앞에서 포즈를 취하였다. 그림과 낙서가 어우러진 곳에서의 배경은 새롭게 보였다. 보헤미안의 흔적들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시내 투어를 하면서 동유럽의 거리를 걸으니 조금 지치긴 했지만 기분은 좋았다. 이후 소시지로 저녁 식사를 마친 후에 프라하의 야간 투어를 하였다.
프라하에서 바라본 야경
강을 사이에 두고 바라보는 야경은 아름다웠다. 이후 오래된 건물 숙소로 이동했다. 계단과 가구가 있던 건물 숙소로 들어가다 앞서간 지인의 복대가떨어진 걸 발견하고 주웠다. 하마 터라면 돈을 몽땅 잃어버릴 뻔했다. 배정받은 방은 열쇠를 여러 번 돌려 겨우 따고 들어갔는데 침실과 욕실이 열악했다. 가이드의 사전 양해가 아니었으면 다들 불평들을 했을 것이다. 종일 다니느라 피곤했음에도 늦게까지 잠이 오지 않아 뒤척였다.
체코 프라하에서
필스너우르겔 맥주 공장 견학
이튿날 프라하의 구시가지 설명을 듣고 경치를 보며 중간에 사진을 찍으며 동유럽의 경치를 만끽하였다. 마을도 구경하고 빨강, 노랑, 파랑색의 멋진 오픈카를 타니 영화의 주인공이 된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몇 명씩 나누어 구시가지를 돌며 프라하의 거리와 경치들을 구경했다. 저녁 식사 후에 카를교 아름다운 체코다리 쪽 불타마 오렌지 불빛의 야경을 관람하였다. 그리고 올림픽 호텔로 이동하여 하루를 마쳤다. 이튿날은 체코의 프라하 황금빛 유럽 문화 수도로 불리는 풀젠을 걸었다. 보헤미아 지방에서 가장 높은 첨탑을 가진 성 바르톨로메오 대성당도 돌아보았다. 이후 체코 대표맥주 필스너우르켈 양조장을 견학했다. 맥주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우선 영상물로 관람하였다. 그리고 지하 저장 창고를 견학하면서 시원한 맥주는 시음하였는데 맛이 환상적이었다. 이때의 짜릿함을 무어라 표현할까?
필스너우르겔 양조장 맥주 시음
나오다가 기념품을 사고 나서 체스키크롬노프 마을로 이동하였다. 프라하 근교에 작은 마을을 둘러싸고 흐르는 블타바강과 붉은 지붕의 조화는 동화 속 마을처럼 아름다웠다. 1992년 도시 중에 300여 개가 넘는 건물이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될 정도로 유적이 많은 마을이라고 한다. 다리를 건너 식당에서 점심을 먹고 주변의 강이 흘러서 그곳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었다. 마을을 벗어나 차를 타고 이동하였다. 조망 높은 지대에서 왕, 경호원, 귀족, 성직자등의 다양한 공간을 보게 되었다. 그리고 중앙광장으로 이동하여 기념탑 사진을 찍었다. 송어 구이로 저녁 식사 후에 체스키 부대 쪽으로 이동하여 클라리온 호텔에서 1박 후 체코를 빠져나가며 오스트리아 국경을 넘었다. 휴게소에서 쇼핑을 했는데 이곳에서 몇몇 사람은 가방과 술 등을 구입하였다. 후에 알고 보니 가격이 다소 비쌌다.
알프스 만년설과 볼프강에서 추억을 담다
다시 차를 타고 오스트리아로 향했다. 멀리 만년설 흰 눈이 덮인 산자락들이 눈에 들어온다. <사운드 오브 뮤직>의 배경이 되었던 곳이다. 뮤지컬 <사운드 오브 뮤직> 영화는 폰 트랩 일가의 실화를 바탕으로 1956년 독일에서 영화를 만들어 크게 히트한 작품을 각색해서 만들었다. 푸른 초원을 배경으로 펼쳐졌던 마리아 선생님과 아이들의 도레미송이 들려오는 듯했다. 이동하는 시간에 <사운드 오브 뮤직>의 대신에 <아마데우스 모차르트> 영화를 감상했다. 전에 모짜르트 영화는 많이 봤던거라 친근하게 느껴졌다. 모짜르트의 웃음소리가 유난히 특별하다. 마을로 내려가서 볼프강에서 배를 탔다. 아마데우스 볼프강 모차르트이기 때문에 익히 많이 들어본 강이름이었다. 멀미가 나는듯해서 배의 안쪽에서 휴식을 취하였다. 그러나 다른 일행들은 선상에서 사진을 찍고 연신 깔깔 웃었다. 멀리 만년설이 보이는 산을 배경으로 머리에 스카프를 두르고 볼프강 선상에서 오랫동안 추억에 남을 멋진 사진을 찍었다.
볼프강 선상에서 열숙이들
이후 눈이 있는 만년설을 보기 위해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갔다. 알프스 봉우리의 하나인 1,520미터까지 타고 올라 갔는데 날이 따뜻하고 좋아 다행이었다. 높은 산에는 하얀 눈이 쌓여 겨울 같았는데 호수는 여름의 풍경이 펼쳐진 듯했다.
알프스의 만년설에서
생각보다 춥지는 않았지만 눈은 오래도록 녹지 않아 만년설로 남아 있었다. 아래는 꽃들이 만발했는데 이곳은 뜨거운 여름에도 눈들이 그대로 쌓여 있을 것이다. 겨울과 여름이 공존하는 곳이라 신비스럽다. 여러 곳에서 사진을 찍었으나 더 높은 곳은 미끄러울 듯해서 가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 추워서 패딩을 입었고 다들 고생을 했었다고 여행사 가이드가 알려 주었다. 만년설에서 바라보는 호수가 한눈에 들어왔고 펼쳐진 배경으로 다양한 포즈를 취하며 사진을 찍었다. < 이어 다음 주에 발행합니다.>